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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하늘로 채워지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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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솨’ 숲을 지나는 바람소리에 고개를 들어 봅니다.
늘 머무는 곳이지만 며칠 사이 아름다운 단풍이 진 자리로
더욱 맑아진 하늘이 반갑게 얼굴을 내밉니다.
지난여름 숲 그늘에선 몇 번 고개를 돌려야 눈을 맞출 수 있었던 하늘이
이제는 고개만 들어도 마주합니다.
가을은 하늘이 열리는 계절인가 봅니다.

‘솨’ 숲을 지나는 가을바람에 파란 하늘을 향해
가녀린 나뭇가지 끝에 달린 단풍잎이 손사래를 치고 있습니다.
바람은 데려가려고 하고 가지 끝 작은 단풍잎은 아직도
바람을 따라갈 준비가 안 됐다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이유가 무엇이든 바람이 올 때마다 단풍잎은
햇살로 반짝이며 바람개비처럼 돌고 있습니다.

아! 나뭇잎들도 떨어지는 순서가 있나 봅니다.
단풍든 나뭇잎들은 아랫가지에서부터 떨어지고
하늘이 가까운 높은 가지에서는 나뭇잎들이 따라갈 바람을 기다리며
가을 햇살로 마음을 단장하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떠나가고 따라가야 할 운명이지만 그 바람이 올 때까지
나뭇가지 끝에서 더 오래 매달려 하늘을 향해 봄을 약속하고 있나 봅니다.

인생에도 이렇게 떠나가야 할 때가 있고 보내야 할 순간이 있습니다.
단풍잎이 떠나간다 할지라도 더 아름다운 하늘로 채워지는 것처럼,
하늘을 바라보며 사는 인생은 삶에 그 어떤 빈자리도 하늘로 채워지고,
하늘로 채워져야 인생의 겨울을 이기고 새 봄을 맞이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그래서 저토록 아름다운 단풍잎이 가녀린 나뭇가지 끝에서
맑은 가을하늘을 향해 아기처럼 손을 흔들며 여전해 매달려 있나 봅니다.

- 배성식 목사 (수지 영락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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