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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기독교인의 나그네 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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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연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

짧은 여행을 위해 많은 짐을 가져가는 것은 불필요한 일이다. 2박3일 동안 여행하는데 침대를 옮겨가고 수백 벌의 옷을 챙겨 가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만일 그런 사람이 있다면 온전한 사람으로 보이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오늘날 기독교인들이 이와 같이 행동한다면 어떻게 보아야 할까?

기독교인은 이 땅에서 나그네와 이방인 된 자들이다(히 11:13∼15). 이들은 본향을 천국에 둔 나그네이며 이 땅에서 잠깐 동안의 삶이 끝나면 영원한 천국으로 돌아갈 자들이다. 따라서 나그네 정신을 가진 사람들은 삶의 목적을 이 땅에서의 만족에 두지 않는다. 오히려 영원의 관점에서 중요한 것을 파악하여 거기에 삶의 무게를 둔다. 기독교인이 이 세상에 선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힘은 천국의 관점, 영원의 시각에서 이 세상을 상대화할 수 있다는 데서 나온다.

나그네 정신을 가지게 되면 넉넉한 마음, 자족하는 마음이 생긴다(딤전 6:8). 불편함과 억울함, 힘든 일도 나그네이기 때문에 참고 견딜 수 있기 때문이다. 손해를 보고 희생하여도 돌아갈 본향이 있기 때문에 기쁘게 여길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다. 그리고 나그네 정신은 이 땅에서 부를 축적함에 재미를 붙이고 낙을 삼아 살지 않고, 아무 것도 집으로 가져가지 못하는 나그네와 같이 부가 있으면 나눠주며 사는 것을 의미한다. "선을 행하고 선한 사업을 많이 하고 나누어주기를 좋아하며 너그러운 자가 되게 하라"(딤전 6:18)

아브라함은 나그네로 살았다(창 23;4). 나그네는 매사에 조심하고 겸손히 행한다. 절대 군림하거나 세상에 힘을 과시하려 하지 않는다. 그래서 거저 주겠다는 에브론의 제안에도 불구하고 아브라함은 막벨라 굴을 시가를 쳐주고 구입했다. 혹시 거저 받았다가 공짜를 좋아한다는 비판을 듣게 되면 하나님의 이름을 욕되게 하는 것이 되고 전도의 문도 막히며 자신의 삶도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한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목사의 세금 문제를 비롯한 교회 문제를 다루었다. 프로그램의 편파성 여부를 떠나 기독교인들은 이러한 비판을 나그네 정신을 회복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더욱이 장로가 대통령이 되는 다음 정부에서 국민들은 교회의 행태를 면밀히 주시할 것이다. 만약 한국 교회가 나그네 정신을 잊어버리고 교만해져서 사회와 이웃을 섬기기보다 오히려 수의 힘과 권력으로 군림하려 한다면 한국 교회는 회복하기 어려운 큰 상처를 받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 땅의 기독교인들이 나그네의 마음을 가지고 나눔과 겸손의 모습으로 살기를 원하시는 하나님의 마음에도 상처를 주게 될 것이다.

-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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