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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예수님 집이 물에 잠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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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를 전역한 후  나는 다니 던 학교에 복학하지 않고 사범대에 입학하기 위해 입시 준비를 하였다. 결론부터 말하면 사범대로 향했던 나의 소망은 중도에서 꺾여지고 신학교로 오게 되었지만, 그 일년간은 정말 열심히 공부하였다.

그렇게 새로운 꿈을 위하여 뜨겁게 지내던 그 해(98년)  여름은유난히도 비가 많이 왔다. 비 때문에 농민들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어려움을 당하게 되었지만 그때까지 나에게 가장 피부에 와 닿았던 곳은 교회가 당하는 어려움이었다. 여름성경학교와 중고등부 수련회, 그리고 청년회 수련회 등 많은 여름 행사들이 비 때문에 정상적으로 진행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중등부교사로 수련회를 돕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고, 성경학교도 열심히 섬겼는데 계속되는 비 때문에 프로그램을 진행하는데 애를 많이 먹어야 했다. 교회의 마지막 여름 행사는 청년회 수련회였는데, 그때도 비는 여전히 계속되었고, 일부러 바닷가까지 가서 수련회를 했던 청년들은 물에 한번 들어가지 못하고 구멍난 것 같은 하늘만 바라볼 뿐이었다.

그렇게 교회 여름행사가 마무리되고, 나는 다시 입시준비에 전념하였다. 공부를 하다보니 그렇게 원망스럽던 비가 고맙게 느껴졌다. 대구라고 하면 여름더위가 전국적으로 유명한 곳인데 비 때문에 더위가 많이 주춤해졌고, 덕분에 적당히 선선해진 날씨가 공부하기에 좋았기 때문이다. 비 때문에 나는 공부하기가 좋았지만, 매일 뉴스에서는 홍수로 논밭이 물에 잠기고, 집이 물에 잠겨 갈곳이 없어진 수재민들의 소식을 황토빗 물바다 가운데 지붕만 작은 배처럼 군대군대 떠있는 어느 동네를 찍은 화면과 함께 전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그들의 소식에 함께 안타까워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남의 일이었고, 나는 나의 바쁜 생활이 있었기에 어느새 수재민에 대한 소식도 별 느낌 없는 일상의 한 부분이 되어버렸다.

그러던 어느 날 안동지방에 비가 집중적으로 많이 온다는 소식을 뉴스를 통해 듣게 되었다. 안동에는 어머니께서 살고 계셨기 때문에 놀란 가슴으로 전화를 했다. 설마 하는 마음으로 전화를 했는데 전화는 연결되지 않았고 나는 그날 밤을 내내 불안한 마음으로 보내야했다. 아침이 되자마자 공부하러 가지 않고 안동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설마 무슨 일은 없겠지...아니야 전화가 연결되지 않는걸 보니 무슨 일이 있는 게 틀림없어...주여~ 아무 일 없게 해주세요'불안한 마음으로 안동에 도착할 때까지 내 속은 조금씩 까맣게 타들어 가고 있었다.

안동에 도착해서보니 내 바램과는 반대로 동네 전체가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 되어있었다. 이미 동네는 물에 잠겼다가 물이 빠진 상태였고, 사람들은 물에 젖은 가재 도구들을 집밖 길에 다 내어놓고 정리를 하고 있었다. 119구급대원들이 뛰어다니며 무언가를 분주히 하고 있었고, 적십자에서 마련한 천막에서는 동네주민들에게 밥을 해주고있었다. 그리고 그 천막 밖으로 밥을 먹으려는 사람들의 줄이 길게 늘어져 있었다. 많은 봉사자들과 수재민들의 친척들이 뒷정리를 하느라 온힘을 쏟고 있었다.

그곳은 내가 알던 동네가 아니라 전쟁터였다. 분명 그곳은 영화에서 본 전쟁터와 같았다. 정신나간 사람처럼 낮선 풍경을 보며 걷던 나는 어느새 어머니가 계신 우리집에 도착했다. 어머니 대신 마당에 널려 있던 진흙으로 덤벅이 된 가재도구가 나를 맞았는데 거기에는 내가 쓰던 책상을 비롯하여 내 물건들도 많았다. '우리집도 물에 잠겼구나....' 빨려 들어가듯 집안으로 들어갔다. 거기에도 어머니는 없었고, 천장 바로 밑으로 그어진 진흙자국이 거기 까지 물이 찼음을 말해주고 있었다. '여기까지 물이 잠겼어?...' 일순간에 온몸에서 힘이 빠져나감을 느낀 나는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아무생각도 나지 않고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뜨거운 눈물이 터져 나왔다. 텔레비젼에서 수재민을 볼 때만 해도 이런 일을 내가 당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었는데, 나에게도 이런 일이 일어나는구나. 닦아도 닦아도 눈물은 계속 나왔다. 그렇게 한참을 울다가 어머니 생각이 났다. 혼자서 이 큰일을 감당하셨을 어머니를 생각하니 가슴이 찢어지는 듯 아팠다.

정신을 차리고 온 동네를 어머니를 찾아서 다니다가 교회에서 어머니를 만났다. 공부하는데 방해 될까봐 연락 안 하셨다는 어머니를 보고 나니 더 이상 눈물을 흘릴 수가 없었다. 겨우 견디고 계신 어머니께서 내가 눈물 흘리는 것을 보고 무너지실 것 같았기 때문이다. 수척해진 어머니를 모시고 적십자천막으로 가서 밥을 먹고 집에오니 소식을 들은 청년회 지체들과 전도사님이 와 계셨다.

모두다 진심으로 가슴아파하며, 함께 집을 정리했다. 이불이며 옷가지들은 다시 빨아야 하는데 물이 잘 나오지 않아서 여자청년들이 차에 싣고 의성으로 날라 교회에서 빨래를 했다. 그리고 남자청년들은 흙으로 범벅이 된 가재도구들을 부족한 물로 씻고 정리를 했다. 그 날밤 어머니는 윗동네 집사님댁에서, 나는 교회 청년회 사무실에서 잠을 청해야 했다. 친척들과 여러분들의 도움으로 집 정리는 잘 마무리지었지만 그 일로 어머니는 몸무게가 10Kg이나 빠지셨고, 건강도 나빠지셨다. 그리고 나는 수재민을 남의 일로만 생각하며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나의 이기적인 마음들을 회개했다.

올해도 그때처럼 여름 내내 비가 참 많이 왔다. 그리고 당연한 일처럼 수재민들이 많이 발생했다. 텔레비젼에서 수해현장을 보여 줄 때면 옛날 생각이 나서 가슴이 너무 아프다. 그런데 더 가슴아픈 것은 이렇게 고통 당하는 이웃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고 남의 일로만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이다.

고통 당하는 이웃의 모습이 좋아하는 스포츠나 바쁜 일상에 가려져 사람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것 같다. 수해민을 볼 때면 나는 그 속에서 자꾸만 예수님이 보인다. 집이 물에 잠겨 울고있는 아주머니 옆에서 함께 눈물 짖고 계신 예수님, 쓰러진 벼들을 바라보며 낙망하는 늙은 농부 옆에서 함께 가슴 치시는 예수님....

예수님은 지금 우리에게 고통당하고 있는 이웃을 돌아보라고, 네 몸처럼 이웃을 사랑하라고 말씀하신다. 바로 그들에게 하는 것이 예수님에게 하는 것과 같다는 말씀과 함께 말이다. 바쁜 삶을 핑계로 이웃을 돌아보지 않는다면 우리는 고통 당하고 계신 예수님을 모른 척 하고 있는 것과 같다. 지금 물에 잠겨있는 집은 나와 상관없는 누군가의 집이 아니고 바로 나의 구원자이신 예수님의 집이다.
가라사대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이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하지 아니한 것이 곧 내게 하지 아니한 것이니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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