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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우울증에 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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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선영 목사(에제르치유나눔선교회대표, 온누리상담연구원원장)

겨우내 옷장 밑바닥에 있던 봄옷을 꺼내다 아끼는 옷에 구멍이 뚫린 것을 발견했습니다. 좀약을 미쳐 넣어두지 못한 옷장에 놓여있던 몇 벌의 옷가지에 좀이 슬어 있었지요. 후회했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다는 것을 깨달으며 구멍 뚫린 옷을 손에 들고 한참동안 물끄러미 내려다보았습니다. 그러면서 최근에 소그룹으로 진행되었던 일명 ‘우울증 날려보내기’ 워크샵을 떠올렸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여건상 자주 가지지는 못하지만 여러 가지 면에서 아주 효과적인 치유그룹입니다. 이 워크샵은 3, 40대의 우울증 진단을 받은 여성들이 모여서 자신을 재발견하며 자아를 찾아가는 프로그램입니다. 여기에서는 여러 다양한 방법으로 자신의 우울증 증세를 들여다보며 아름답고 새로운 자아를 찾아가게 되는데, 이 그룹에서는 자신의 이야기, 시, 그림, 유머, 상담의 기법, 기도와 찬양 등이 적절하게 응용되어 치유가 활발하게 일어나게 됩니다. 그 모임을 이끌며 참으로 다양한 우울증의 증세들을 새삼 알게 되었고, 그것이 얼마나 한 영혼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끼치는지도 더욱 분명하게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지난 6개월동안 집안에만 박혀있었어요. 밖에 나오기가 두려웠어요... 가족들도 서로 바빠서 신경을 안써주고... 이른 아침에 다 나가고 나면 저는 쇼파에 쭈그리고 앉아 저녁 때까지 그 자세로 밥도 안먹고 앉아있곤 했어요. 그러면서 이러다간 죽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번쩍 드는거예요...”
“남편이 외도를 했는데 그 모든 게 제 탓인 것만 같았어요. 제가 못나서... 살아서 뭐하나, 베란다로 가서 뛰어내려버릴까... 이런 끔찍한 생각을 계속했어요. 사람들이 다 보기 싫고... 기운도 하나도 없고 의욕도 없고... 다시 힘을 낼 수 있을까요...”
“금지옥엽 키웠던 딸아이 시집보내고 아들 군대가고 나니 가슴이 뻥하니 뚫려버린 것 같네요. 텅 빈 집에 혼자 우두커니 앉아서 서글픈 생각만 하염없이 들었어요...”
“예전에 우울증을 앓았는데 또 재발했어요. 만성 두통에다 심장이 뛰고 기운은 없고... 앞으로도 이렇게 계속 살아야한다는 생각을 하면 막막해져요... 삶에 대해 아무런 의미를 못 느끼겠어요.”

모임 초반부엔 이런 이야기들을 쏟아내며 자신의 우울증 증세가 어느 정도 심각한 지 가늠해보기도 하고 여러 사람들과 비교해보는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쉽지 않은 결단으로 이 모임에 참여하고 나면 조금씩 나아지고 긍정적인 변화로 나아가는 것을 보게됩니다. 사람들은 일생동안 한두 번 혹은 여러 번에 걸쳐 가볍거나 중한 우울증을 경험한다고 합니다. 그러기에 우울증을 ‘마음의 감기’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 표현보다는 ‘영혼의 좀벌레’라는 표현이 더 적합하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겨우내 아끼던 옷들에 구멍을 내었던 좀벌레처럼,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기어들어와 영혼을 갉아먹으며 자기자신을 쓸모없는 존재로 스스로 취급하게 만드는 모양이 너무나 흡사합니다. 구멍난 옷들을 수선하기가 어렵듯 한번 뚫린 영혼의 구멍을 메우고 치유하기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옷에 난 작은 구멍들은 어떻게 덧단을 대고 시침질을 해서 메우면 되지만 커다랗게 뚫린 구멍은 달리 손 쓸 수 없어 버릴 수밖에 없습니다. 너무 큰 구멍이 생기기 전에 좀벌레가 영혼을 잠식해 가는 것을 알아차려야 합니다.

우울증은 사람을 피곤하고 무기력하게 만들고 절망감에 빠지게 합니다. 또한 절망감 때문에 모든 것을 포기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사람에 따라 우울증이 절망감이나 무력감보다는 분노나 실망감으로 나타나기도 하며 아주 심할 경우에는 환각이나 망상과 같은 정신병 유사증세가 나타나기도 합니다. 또 병적인 죄책감이나 자기 불만, 또는 심각한 병에 걸렸다는 망상 등으로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면 하나님에 대한 불신과 불신앙으로 이어지고 예배에 참여하고 싶어하지 않게 되거나 신앙 자체에 심각한 회의를 느끼게 되기도 합니다. 이처럼 우울증은 좀벌레가 슬듯 사람의 전인격과 영혼을 망가뜨립니다.

자신이 우울증이라고 느낀다면 그대로 주저앉아 더 심한 우울증으로 나아가는 것을 막아야 합니다. 가벼운 우울증을 방치하면 잘 치유되지 않는 중증의 우울증이 되고 맙니다. 가벼운 우울증은 쉽게 치유될 수 있습니다. 자신이 우울증이라고 생각되면 먼저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들 속으로 용기를 내어 걸어 들어가야 합니다. 우울증에 '사랑'보다 더 효과적인 치료약은 없습니다. 심할 경우 항우울제 성분의 약을 투여하면 곧 좋아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보다 더 시급한 것은 사랑을 통한 외로움을 지워내는 것입니다.

사랑할 사람이 주위에 하나도 없습니까. 그렇다면 주님 앞으로 나아가면 됩니다. 주님은 우리를 사랑하십니다. 그 어떤 인간도 흉내낼 수 없는 다함없는 사랑으로 끝도 없이 영원히 우리를 사랑하십니다. 그 사랑 속으로 걸어들어간다면 아무리 심각한 우울증도 눈 녹듯 사라질 것입니다.

주님의 한결같은 그 사랑, 하늘보다 높고, 주님의 그 미쁘심, 구름에까지 닿습니다. (시편 108:4, 표준새번역)

- 출처 : 크리스천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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