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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지금도 눈 감으면 보이는 그 곳...(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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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곳에서 내가 적응을 하기 위해서 넘어야 했던 또 하나의 벽은 사투리였다. 같은 경상북도임에도 불구하고 그 지역의 사투리는 내 평생에 처음 들어보는 말들이 대부분이었다. 아이들은 내 말을 알아들었지만 나는 아이들이 하는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천천히 말하면 대충 알아듣는 말들도 빠르게 말하면 또 다시 외국어(!)가 되었다. 아이들은 또 그것으로 나를 놀려댔다.

대학을 다닐 때 사투리에 대해서 이론적으로야 배웠지만 그것은 그냥 경상북도에 대체로 몇 개의 사투리 유형이 있다는 것과 그에 해당하는 한두 개의 예를 드는 것으로 끝났었다. 그 때 배운 지식에 따라 내가 알고 있는 것은 안동을 중심으로 한 경북 북부 지역의 사투리 유형은 질문할 때는 <니껴>로 대답할 때는 <니더>로 끝나는 <니껴 - 니더형>이라는 것이 전부였다.

그러나 현장에서 그것은 아무 쓸모가 없는 지식이었다. 어떤 아이의 말이 질문인지 대답인지를 모를 정도로 무식한 국어교사가 세상에 어디 있겠는가? ...(-.-)...한동안 나는 아이들 사이에서 이방인일 수밖에 없었다. 자기들끼리 떠들어대는 그 말에 대해 일부 맘 착한 아이들은 표준어로 통역해 주고 싶어 하는 기색이 역력했지만, 힘센 아이들에 의해 제지당했다. 나는 완전히 놀림거리가 되었다.

여러분은 이 사투리가 무슨 뜻인지 이해하는가?
<상황1>
한 학생이 결석을 했다.
교사 - 어제 왜 학교 안 왔니?
학생 - 우라배가 딸딸이 타고 가다가 띠껴 가지고 몬 왔니더.
교사 - 뭐?
학생 - 우라배가 딸딸이 타고 가다가 띠꼈다 안 카니껴!
교사 - ???? ...ㅠ.ㅠ...
천천히 읽지 마시라. 아주 빠른 속도로 다시 한 번 읽어본 후 번역해 보시라....(-.-)

<상황2>
길에서 만난 학생이 멋진 옷을 입고 있다.
교사 - 이야, 네 옷 멋지다. 어디서 샀어?
학생 - 자서 잤니더.
교사 - ????? ...ㅠ.ㅠ....

<상황1>에서 학생의 말은 번역하면 이렇다. <우리 아버지가 경운기를 타고 가다가 떨어져서 사고가 나는 바람에 못 왔습니다.> <상황2>는 <시장에서 주웠습니다.> 즉 돈 주고 주웠으니 샀다는 말이다. 이런 식의 대화가 계속 이어진다고 상상을 해 보시라......

그래서 나는 외국어를 습득하는 심정으로 사투리를 익혀나가기 시작했고, 얼마 안가서 학생들끼리만 사용하는 일부 은어들을 제외하고는 의사소통이 가능하게 되었다. 지금이야 그 때의 제자들이 내게 전화를 하면 나도 모르게 청송사투리가 튀어나올 정도로 그 지역 말에 익숙하지만, 그 당시의 내게는 너무나 신기하고 새로운 말이었다. 그래서 나는 주말에 만나는 사람들에게 청송사투리를 가르쳐 주느라고 늘 신이 났었다.

말이 나온 김에 사투리 이야기를 조금만 더 하자. 타 지역 사람들은 대체로 대구 경북지방 사투리가 <예>형 밖에 없는 줄로 아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대구를 중심으로 대구근교에서만 사용될 뿐이다. <그랬어예, 이랬어예, 저랬어예>하는 말들은 그러니까 대구에서 좀 멀리 벗어나면 들을 수 없는 말이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김천은 <여>형이다. 질문도 대답도 <여>로 끝난다. 어찌 보면 가장 경제적인 유형이라고 할 수 있겠다. <어데 가여?> <자 가여!> <뭐 해여?> <놀아여!> 얼핏 듣기에 반말 같은 이 말들은 사실 김천, 상주, 문경 쪽의 <표준어>에 해당한다. 나는 처음 인터넷에서 사람들이 사용하는 말들이 바로 이 <여>형인 것을 알고 엄청 놀랐었다. 인터넷에는 김천 사람만 들어오는가? 아니면 이 사람들이 단체로 김천시민이 되기로 한 것인가? 그것도 아니면 김천사투리의 탁월성을 인정한다는 이야긴가?...

또 있다. 우리 집 큰 네모의 고향인 포항으로 가면 모음 <ㅓ>가 <ㅜ>와 <ㅏ>로 변한다. 예를 들면 <너 밥 먹었니?>는 <니 밥 묵았나?>로 말한다. 그래서 나는 가끔 우리 큰 네모와 이야기 할 때는 어지간한 단어에는 모음을 모두 <ㅏ>로 바꾸어 발음하며 놀곤 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처음엔 그렇게도 어색하고 낯설었던 청송사투리가 차츰 내게 익숙하고 정겨운 사투리로 변해갔다. 그렇게 사투리에 적응하면서 나는 점점 그 아이들과 하나가 되어가고 있었다.

          

삼손^^ (2002-09-12 18:03:40)    
일등~~~~  
삼손^^ (2002-09-12 18:09:34)    
햐...사투리.... 정말 고생이 심하셨겠어요.. ㅜㅜ 갑자기 눈물이...
근데요.. 전요 경상도는 다 같은 말을 쓰는 줄 알았어요. 가끔 전화를 받을 때도 ~했어예를 많이 쓰는 분도 있고..또 엄청 무섭게 말하는 분도 있었거든요.. 그게 다 지역의 차이였군요.. 와... 정말... 우리 나라에도 이렇게 많은 말이 있구나... 몰랐던 사실을 알았네요.. 이젠 저녁 드실 시간이 다가오네요.. 맛있게 드세요.. *^^*  

저도요 (2002-09-12 18:18:23)  
정말 그렇지요?
다른 지역도 다 그렇게 산 하나 넘으면 말이 다르고
강 하나 건너면 말이 다르니 사투리가 얼마나 다양하겠어요...
삼손님도 저녁 맛있게 드세요~  

향유를붓는이 (2002-09-12 18:19:05)  
저도요님~ ㅋㅋㅋ 대학교때 단체미팅나갔는데, 상대편 남학생들이 경북 상주 향우모임이더군요. ㅋㅋ 우리 이제 말놓자~ 이렇게 했는데, 계속해서, 남학생들이, <--예>하면서, 말을 안놓는거예요~ ㅋㅋㅋ 알고봤더니...그게 사투리데여 헤헤~ 사모님~ 근데, 이 글~을 <나누고 싶은글>에 써주시면, 더 많은 분들이, 오랫동안 같이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마음나누기>는 얼렁얼렁 후딱 지나가버리니까, 보고싶어도, 못보는 분들이 있으실 수 있거든요~ 아잉~ 나누고 싶은글에 올려주세용~ 아잉~ 자~ 제 윙크한번, 그리고,자 저의 뜨거운 kiss 한번~ 어머~ 부끄러워랑~  

저도요 (2002-09-12 18:23:15)  
으잉?  흐흐흐흐흐....<나누고 싶은 글>에 올릴라니 내용이 넘 가벼워서요...  

향유를붓는이 (2002-09-12 18:25:37)  
엥~ 무신 말씀이세요~~~~~~ 뭐가 가볍다구요??? 헉~ 말도 안돼~ 올려줘요 올려줘요 올려줘요 안올려주면, 울테야 앙앙아아아아앙  

저도요 (2002-09-12 18:27:47)  
뜨아~~~ 멀쩡한 처자 하나 완전히 망가지게 우네그랴.. 알써요~...  

향유를붓는이 (2002-09-12 18:28:59)  
헤~~~~~~ 넘 좋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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