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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유통기한을 넘긴 샴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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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의 후임으로 이곳에서 일하게 된 것은 나에게 큰 감사제목이었다.
이 작은 선교회 사무실에서 나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다.  간혹 이 일에 대해 감사를 표하시며 식사를 대접하시거나 사역을 격려하시기 위해 오시는 분들을 만나게 된다.
사실 내가 뭐 큰일하는 것도 아닌데(물론 일 자체가 중요한 일이지만...), 그분들은 무슨 중대한 일을 하는 사람처럼 존귀히 여겨 주시면, 몸둘바를 모르겠다.

며칠 전에 그분을 만났다.  그리고 마음에 웃음이 가득하다.

전집사님. 이분과의 첫 만남은 작년겨울부터였다.
전직 군인출신이시고 연세가 50쯤되신 전집사님은 한 목사님과 함께 사무실을 찾아오셨다.
그리곤 우리를 맛난 낙지볶음을(그때 첨 먹어보았다) 사주시면서 인생이야기를 하셨다.

대부분의 경우 식사를 대접하시곤 다들 가셨는데, 전집사님은 좀 다르셨다. 굳이 커피를 한잔씩 하자고 붙드시는 것이 아닌가? 에궁. 이건 아니여... 싶어서 거절을 하고 전철을 탔는데, 이분 댁이 나의 가는 방향과 같지 않은가? 30분을 고문당할 것(전집사님 지송합니다)을 생각하며, 나는 어찌어찌하여 다음 정거장에서 내렸다. 솔직히 이 분에 대해 오해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여인들이 과잉 친절에는 한 번쯤 경계하는 순리(?)에 의해서였다.

얼마 후 전집사님께서 전화를 걸어오셨다.
"점심이나 먹지."
솔직히 그 전화가 반갑지 않았지만, 직원의 의무를 다하리라 생각하고, 사무실 동료와 함께 나가야했다.

그러나 나의 경계심(?)은 예상치 않은 방법으로 풀리고 말았다.
올해 봄의 한 날, 또 전집사님께 전화가 왔다.
이번에는 회사근처 극장 앞으로 나오라는 말씀이셨다.  사무실 직원과 함께...
'이번엔 또 뭔 일이랴?' 싶어서 나간 그 때에 전집사님은 우리에게 쇼핑백 하나를 내미셨다.
"이것 먹어봐." 하며 내미신 쇼핑백 안에는 그 교회 행사 때 썼던 떡이 들어있었다.
"그리고, 이건 우리한테 많아서 가져왔어."하며 또 다른 봉지를 내미셨다.
거기에는 샴푸가 2개 들어있었다.

그런데...그것을 들고 사무실에 와서 ㅍㅎㅎㅎ 웃고 말았다.
샴푸가 낡았다(?) 싶어서 보는 순간 유통기한이 눈에 들어왔는데, 그것이 기한이 지난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우습게도 유통기한을 넘긴 그 샴푸... 그 때문에 그분에 대한 경계심이 풀리고야 말았다.

그것을 보는 순간 나는 갑자기 이 분의 마음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할아버지가 손녀들에게 또는 자녀들에게 무언가 라도 주고싶어서, 집에 있는 손닿는 것을 들고 온 것 같은 느낌을 갖게 해 주었기 때문이었다.

며칠 전, 전집사님께서 부르셔서 나는 기쁜 맘으로 극장앞으로 나갔다.
"우리 교회에서 여름에 한 거야."하시면서 수건 두 장을 건네주신다.
"감사합니다."인사를 드렸더니, 얼굴이 활짝 피시더니, 윗주머니를 뒤지신다.
"이것두 먹어."
그것은... 젤리 2개였다.
"이제 갈게. 지난 번 봄에 보고 이제(가을) 봤으니 겨울에 봐야지."하신다.

사람의 마음을 열 수 있는 것은 큰 물건이나 큰 호의가 아니다. 어쩌면 아주 작은 가령 유통기한이 넘은 샴푸 하나 일 수 있다. 그것 하나에 담긴 정성과 사랑 이 상대의 마음의 빗장을 여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인 것이다.

난 오늘 전할배(전집사님 지송합니다)의 사랑을 생각하며 미소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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