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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성경 읽지 않는 날 영락없이 회초리를 드시던 어머님을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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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때 나는 만화책을 많이 보았다
그때만 해도 동네의 만화가게는 어두컴컴한 곳이었고 긴 등받이 없는 낡은 나무의자가 고작이었다  가난한 집이어서 집에는 별 읽을 거리가 없었고 나는 만화책을 통해서 나의 독서욕구를 충족시켜야 했었다
요즘 아이들 컴퓨터 오락때문에 부모님 마음을 많이 상하게들 하지만 난 그때
만화가게에 틀어박혀 있다가 어머니 손에 끌려 올 때가 많았었다

울엄니는 참으로 열심이 특심한 분이셨다
7남매를 낳으시고 무능한 남편때문에 엄청나게 고생을 많이 하셨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앙에 관한한 철저하게 우리를 길르셨다

오죽하면 인제 중학교 1년생이던 내가 수요 저녁 예배(어른예배) 한번 빠졌다고
회초리를 드셨을까

초등학교때 부터 하루에 성경5장씩 읽지 않으면 종아리에 회초리를 맞아야만 했다  나만 그런게 아니라 오빠, 언니, 동생 모두가 마찬가지였다

해가 어스름한 저녁만 되면 우린 골목에서 여러가지 놀이를 하다가도 성경읽지
않은 것이 생각나서 얼른 집에 들어가 성경읽는 흉내라도 내곤 했었다

덕분에 우리 교회에서 성경퀴즈 대회라도 열릴라치면 이제 갓 중학생이었던
나는 모든 어른들을 제치고 우승을 하곤 했었다

그리고 성경 암송 대회는 우리교회 뿐만 아니라 경남 부산노회 전체에서 특등을 하기도 하고 전국 주일학교 연합회까지 올라가서 상을 타기도 했었다

경제적으로 무척 고생이 되었지만 울엄니는 나를 무척 자랑스러워 했다
입이 짧고 약한 나를 위해 가난한 중에도 온갖 좋은 것을 아껴서 나에게만 먹이곤 하셨다... 그것은 아버지도 마찬가지여서 맛있는 것이 생기면 감추어 놓았다가 나에게만 약처럼 그것을 내 놓으시곤 했다

그래서 4남3녀중에 3녀인 나는 아들,딸 차별이라는 것을 모르고 자랐고
오히려 나만 위해 주던 부모님의 편애을 즐기면서 자라난 것 같다

우리 아버지는 총각때 부터 멋있는 영국 신사라는 별명을 지니셨다
훤칠한 키에 훌륭한 체격에 바바리 코트를 입으시고 찍은 사진들은 지금 보아도
전혀 촌스럽지 않은 모습이시다

그렇지만 막내라 어릴 적에 어머님을 여의시고 공부를 많이 못하셔서
적성에 맞는 진로를 정하시지 못하셨다
차라리 군인이 되셨더라면 누가 봐도 장군감이셨는데 ... 아버지를 아는 주변
분들은 다들 그렇게 얘기 하신다

아버지는 눈이 크고 움푹 들어 가시고 코가 높고 이목구비가 서구적이어서 일제 시대에는 실제로 미국스파이로 오인되어 경찰서에 두어번 다녀 오신 경험도 있으셨다

농사가 적성에 맞지 않아 김해에서 모든 논과 밭 과수원을 다 팔아 정리하시고
부산에 올라와서 여러 가지 사업을 하셨지만 제대로 성공한 게 없이 다 날려 버리고 나는 어릴 때 부터 가난을 친구처럼 생각했던 것이다

가난하면서도 사랑이 많고 정이 많던 어머니
어떤 일이 있어도 가정 예배를 거르지 않던 아버지
우리 가정예배는 십계명, 사도신경으로 시작해서 성경 창세기1장 부터
요한 계시록까지 하루에 한 두장씩 읽어 나가는 것이었고 기도는 식구들 돌아 가면서 드리곤 했었다


하나님 제일 주의의 가정이었다
주위에 아무리 둘러 보아도 우리 집 같이 그렇게 철저하게 가정예배를 드리는 집은 없었던 것 같다

때로는 싫증이 나서 견디기 어려웠지만
위로 할아버지 때 부터 내려오는 전통이라 어쩔 수 없었다

우리 어머니에 관해서는
따로 소설을 써야 할 만큼 그 인생 여정이 굴곡이 많은 여인이었지만
한마디로 천국에 상급을 수없이 쌓아었고
4남3녀 칠남매를 신앙으로 철저하게 무장시킨 분이셨다

지금 두 분이 다 하늘 나라에 가고 안 계시지만
부모님을 생각하면
저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한점 의심 없이 하나님을 신뢰하고 신앙하던 그 열정과 신념과 의지와 믿음이
존경스럽기 그지 없다

지금 우리네에게 그런 가정 예배가 계속되어져야 하는데...
난 그렇지가 못하다
의지가 약하고 게으르고 안일하고 나태해서 그 전통을 잇지 못하고 있다

우리 큰 아이가
식탁에 앉아서 음식을 먹기 전에
한참이나 고개를 숙이고 엄숙하게 기도하는 모습에서
나는 우리 친정 아버지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

언젠가 큰 아이에게 그 이야기를 했더니
"같은 핏줄이니까 그렇지요!"
덤덤하게 대답을 하였다

그래도 외가의 믿음의 전통을 무언중에 받고있는 큰아들이
나도 이제 엄마로써 자랑스럽다
매일 빠짐없이 성경을 읽는 모습도
친정 아버지 어머니의 모습을 대하는 것 같아
때론 가슴이 뭉클하다

회초리로 때리지도 않는데
자녀들의 성경읽기 습관은 그들의 인생에 자리잡고 있었던 것이다

수없이 많은 목회자들을 직접 간접으로 섬기셨던 우리 부모님
그래서 목회자 사위라도 바라셨던 울 어머니
그 소망을 그래두 이못난 세째딸이 이루어 드렸군요

아버지
어머니
맑은 가을 하늘을 바라보며
고난의 인생을 살다 가신 두 분을 추억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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