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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이 가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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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생활하면서 아이들 중에 얼굴이 예쁘다고 더 잘 봐 준적은 결코(!)없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아이들은 나름대로 다 사랑스럽고(!) 예쁜 존재가 아니던가요?

재주가 많으면 대견해서 이쁘고, 성실하면 성실해서 이쁘고, 감각이 뛰어나면 뛰어나서 예쁘고, 수줍으면 수줍어서 예쁘고, 너무 조용하고 어두우면 안타까워서 더 마음이 쓰이고, 발랄하면 발랄한대로, 욕쟁이는 욕쟁이대로 다 예쁘고 사랑스럽습니다.

2학년 모반에 가면 정말 예쁜 애들이 많은데 그 중에서도 맨 앞에 앉아서 수업시간마다 초롱초롱한 눈으로 수업하는 애는 정말 예쁩니다. 동그란 눈에, 너무 곱고 섬세한 입매며,영민하게 보이는 이마, 작고 오똑한 코, 예쁘고 성실한 여학생의 전형같습니다. 또 얼마나 성실하고 최선을 다해 수업에 임하는지요. 여러분도 한번 보면 반할 거예요. 그래도 나는 절대로 표 안내고 속으로만 이뻐하지요.

그런데 어제 한문시간에(저, 올해 한문도 가르치잖습니까) 쪽지 시험을 치고 점수를 공개하는데 이 녀석이 훌쩍이는 거예요. 지 딴에는 샘에게 안 들키려고 참아가면 우는데 평소에 이 녀석의 소행(!)을 익히 아는 다른 녀석들이 "선생님,00 울어요."하고 일러줍니다. 아마 평소보다 시험을 못 본 모양이지요.

얼굴을 보니 눈물이 그렁그렁한게 얼마나 애잔하던지... 그래도 이렇게 힘든 세상 맨날 울면서 살건가 싶어 굳은 표정으로 "뭐 그런 걸로 울고 그러냐. 그만해라" 한 마디 했더니 얼른 "예"그러면서 눈물을 훔치고 공부를 하겠지요. 칠판에 나와서 쓰게 한다니까 또 열심히 외우고.

난 속으로 "참 몹쓸 선생이다. 수행평가랍시고 매시간 시험치게 해서 저렇게 여린 애 울리게나 하고" 자책감과 죄책감 비슷한 감정이 들겠지요.
아마 씩씩하고 아무렇게나(!) 생긴 애가 그랬다면 이런 감정이 덜 했을까 하는
생각도 하구요.

담임 선생님 말씀으론 걔가 정말 애살쟁이, 성실쟁이, 하고픈쟁이 그런 앤데 능력(!)이 저의 애살을 따라가지 못해서 안타까운, 그래서 늘 분주하기만 하다고 하셨어요. 내가 봐도 탁월한 애는 아니거든요. 탁월한 애들은 정말 타고 나잖아요. 그래도 성실하고 노력하니까 제 몫은 하고 살겠지만 타고난 재능이 없으면서 경제성(!)없이 노력만 하고 아파하는 아이들은 참 안쓰러워요.

하나님 앞에서 울면서 기도한 것이 까마득하게 느껴져요.
내가 하나님 앞에서 구할 것이 없을 정도로 풍요롭고 은혜 중에 살거나 마음이 강퍅해져서 이겠죠.

가르치는 아이 하나가 울때도 마음이 애잔해지면서 그 아픔에 마음이 움직이느데 우리 하나님은 사랑하는 자녀가 눈물을 흘리면서 청원을 드리면 얼마나 마음이 애잔하시면서 사랑스러우실까요? "내가 무엇으로 네게 채워주랴" 하시지 않겠어요?

무디어진 나의 영성때문에, 기도하지 않고 아뢰지도 않고 감사하지 않은 나의 뻔뻔한 영혼 때문에 심각한 고민에 빠지는 아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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