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 목록
  • 아래로
  • 위로
  • 쓰기
  • 검색

예화 시와 홍조 소녀...

첨부 1


          
:+::+: 즐거운 편지 :+::+: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 보리라.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 버린데 있었다.
밤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 사랑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다만 그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 뿐이다.
그 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

          


그애는 황동규님의 이 시를 적은 편지를 나에게 건네 주었다.

고등학교 2학년...나는 그애와 짝짝꿍이었다.
3책상을 하나의 분단으로 했던 때였기에, 나의 바로 옆의 한자리 건너에 그애가 앉아있었다.
물론 나는 여인들만이 다니는 학교에 다녔으므로, 그애는 여자친구였다.

그애는 항상 흰손수건을 자주 손에 들고 있었다.
그리고는 그것으로 자주 '볼'을 가리곤 했다.
특히, 5교시후, 전체학년이 운동장에 모여하던 체조시간에는 더욱 그 손수건을 사용했었다.

그애는 홍조 소녀였기 때문이었다...
그애의 양 볼은 태양을 받으면, 다른 이들보다 쉽게 붉게 물들어버리곤 했었다.
그것이 싫은 그애는 손수건으로 조금이라도 적게 태양빛을 받고자했던 것이었다.
그러나, 내가 볼 때는, 그애의 그 양볼이 소녀다움을 한껏 드러내 주고 있었다.

왜 그애가 그때 나를 많이 좋아했는지...그 이유는 지금도 모르겠다.
단지...그냥 그애는 나를 좋아했었고, 그래서 나에게 많은 편지를 주었다는 사실이다.


여하간...그애는 나에게 B4용지 정도의 편지지에 가득...시라든지, 그애가 현재 생각하고 있는것이라든지...하는 내용의 글을 나에게 건네주곤했다.

1주일에 한번씩 1칸씩 이동을 할 때는, 위에서 말한바와 같이, 그애는 내 짝짝꿍였으므로, 우리는 분단이 나눠질 수 밖에 없었다.
그러한 상황 가운데 건네준 편지는 나를 당황하게 만들기도 했다.
거기에는 이렇게 쓰여있었다.

'낼이면, 이도령과 춘향이 헤어지듯, 우리가 헤어지는구나...'

ㅎㄱ 이도령과 춘향...물론 방자와 향단이 아니길 다행이긴 하지만, 그래도, 이거슨 좀 읽기가 힘든게 사실이었다.

그러나, 나의 반응은 늘 그애가 원하는 만큼은 아니었다.
오히려, 나는 그애가 주는 것들이 '버거워서' 다른 친구들보다 더 잘해주지 못한 것이 사실이었다.
솔직히, 나의 친구의 영역에 그애의 이름이 없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럼에도 왜그랬는지, 그애의 나에대한 배려와 관심은 그것과 상관이 없었다.



10년도 지난 오늘, 갑자기 그애의 얼굴이 떠오르며...내 머리 속에 드는 한 단어는...'고마움'이었다.
반응도 없는 나에게 변함없이 배려해주고 사랑해준 그 마음에...
나는 어찌하여 고마움을 더디 알게 되었는지...

그래서, 그애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재밌는 것은...그애의 이름, 볼륨이 있던 커트머리에, 손수건으로 입을 가리고, 소프라노로 웃던 그애의 웃음소리조차 정확히 내가 기억하고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내 생각에는 그애와 친했다는 기억이 없는데... 나의 무의식은 '고마운 이'를 저장하고 있었나보다.





오늘 밤에는 그 홍조빛을 띤 그아이를 만나고 싶다.  
그리고, 그애에게 말해주고 싶다.


그때 정말 고마왔노라고...
<embed src="/files/attach/images/197/697/044/3ef11ac2874980411c50d3be94d09e6a.gif" hidden="true">






이런 글도 찾아보세요!

공유

facebooktwitterpinterestbandkakao story
퍼머링크

댓글 0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 하시겠습니까?

삭제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