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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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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은 바람이 심하게 불고 몹시도 추운 날이었습니다.
건널목에서 신호등이 바뀌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그 옆에 붕어빵을 굽는 아주머니 한 분이 계셨습니다.

아주머니는 처음으로 그 일을 시작하셨는지
수저의 손잡이 쪽 조금 넙적한 부분으로
빵을 뒤집어 보려고 무진 애를 쓰고 계셨습니다.
빵을 사려는 사람은 하나도 없고
앞에는 뒤집다 실패해서 볼품없이 망가진 빵만 수북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잘도 뒤집어서 잘도 팔던데
어쩌자고 이 아주머니는 하필 저 수저를 가지고
저토록 애를 쓰는 것일까........
혼자 속으로 애가 타서
이제나 저제나 빵이 제대로 뒤집어지기를
아주머니 손길만 넋을 놓고 보고 서 있었습니다.
신호등이 바뀌고 또 바뀌고 몇 번이 지났습니다.
항상 시간에 쫓기지만 발이 떨어지질 않았습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갑자기 사이렌 소리가 요란하게 울리더니
"거기! 거기! 샌드위치! 붕어빵! 가방! 빨리 치워!!!!!!!"
어디서 나온 단속반인 듯 두 나으리께서 차 안에 앉아
서슬이 시퍼런 목소리로 고함을 치는 것이었습니다.

그 와중에도 아주머니는 빵 뒤집는 일에 몰두해서
아마도 그 소리가 귀에 들어오지 않았던 모양이었습니다.
순식간에 두 남자가 차에서 뛰어내리더니
"꼼짝도 않네! 꼼짝도 않아!"
그러면서 아주머니의 리어카위에 처진 파라솔을 걷어서는
차에 던져넣고는 매정히 달려갔습니다.

그제서야 화들짝 놀란 아주머니는
사생결단을 하고 달리는 트럭을 쫓아갔습니다.
그야말로 비호처럼 달려가서는
기여히 트럭 뒷 부분을 한 손으로 잡고
파라솔을 꺼집어 내 보겠다고 몸부림을 치는 것입니다.

그러자 차에서 나으리 한 분이 내려오더니
아주머니 손을 후려치면서 뭐라고 호통을 쳤습니다.
그 순간 나도 모르게 비명처럼
"아저씨!"
그러시면 안돼요 ........안돼요......
되풀이 되풀이만 하며 서 있었습니다.
차도에 서 계신 아주머니 옆으로
수많은 차들이 경적을 울리며 스쳐지나갔습니다.

그렇게 나으리는 차에 오르고
차는 저멀리 앞으로 달려갔습니다.
오후시간이라 하교하는 수많은 대학생들이
그 모습을 망연자실해서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 때였습니다.
가방을 든 남학생 두 명이
책가방을 가로수 밑에 가만히 놓더니
쏜살같이 달려가서는 날렵하게 차에 올라
파라솔을 집어 인도를 향해 힘껏 던지고는
사뿐이 내려와서는 아무일도 없었던 듯이
가방을 집어 들고는 가던 길을 향해 유유히 걸어갔습니다.

저는 이 세상에 사는 동안
그 두 남학생이 했던 역을 한 번 해 보고싶습니다.
모르긴 해도 아마 그 일은
공무방해 죄 같은 것으로 순경이 잡아갈 것도 같지만
그래도 나는 그런 역을 하면서 남은 생을 살고 싶습니다.
용기는 비록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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