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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머리는 왜 빡빡 밀었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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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는 왜 빡빡 밀었슈" 순간 병실 안은 찬물을 끼얹은듯 조용해진다
원래도 조용한 병실이라 숨이 막힐 것 같았지만...... 저 아주머니의 눈이 날 향하고 있는 걸 보면 내게 물어 보는 것 같은데(하지만 난 우리 교회 권사님이 만들어 주신 이쁜 두건을 멋지게 쓰고 있었는데....)

나보다도 옆의 환자들이 더 당황해서  아픈것도 잊은듯 나의 표정을 보고 있다
그 동안의 힘든 치료와 나에 대한 많은 반성으로 한껏 성숙한 신앙인이 되어서 웬만한 일에는 화도 안 내고 그저 웃음으로 지내왔는데 지금 이 순간은 울어야 할지 화를 내야 할지....

'저렇게 무식하긴.... 생긴걸 보니 완전 시골 아줌마네. 도대체 뭐냐고 정말 무식하고 생각없는 사람같으니라고. 그래 나 머리 빡빡 밀었다...'
그래도 그 짧은 순간에 난 내 못난 마음을 누르고  웃으며 대답했다
"항암치료 받으면 이렇게 머리가 다 빠지네요. 약이 독해서인가봐요"
"항암치료가 뭐래요?"

아주머니의 반문에 울컥 서러움과 화가 치밀어 말없이 병실을 나와 한참이나 창밖을 보다가 다시 병실로 갔다 침대로 올라가려는데 네개나 되는 약병들의 줄들이 침대 어딘가에 끼인 모양이다 기운도 없고  짜증이 나서 신경질적으로 당기고 있었다

그 순간에 그 아주머니께서 엉킨 줄들을 풀더니 "힘들쥬 힘도 하나도 없게 생겼네. 많이 먹어야지" 하며 무심히 돌아선다
"엄마 밥 먹으면 안 된댜. 하루만 자면 집에 갈텡께 참어. 아이구 시끄러"
치매증상에 복수까지 차서 입원한 할머닌 아주머니의 시어머니였다

나이도 어린 내게 그 동안의 살아온 얘길 아프고 부끄러운 얘길 하며 눈시울을 적시는 저 분이야말로 주님이 사랑하시는 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 밤 나는 또 울었다. 무지하게 많이....
진실로 내가 낮아졌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아니구나 하는 반성과
내 사랑하는 주님이 내 손을 꼭 잡고 있다는 생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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