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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어등골 이야기 2 - 하나님의 뜻은 어디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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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아내와 함께 산중 작은 오두막에 살고 있습니다.

  오늘은 이른 아침부터 비탈밭에서 장마에 미처 거두지 못한 참깨를 베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공씨…. 공씨 있소?"
  집 쪽을 내려다보니 친구처럼 지내던 이씨가 다른 한 사람과 올라오는 것이 보였습니다. 나는 너무도 반가운 나머지 뛰어 내려가 그의 손을 잡았습니다.
  "반갑습니다. 어서오세요."

  그런데 그는 내 손을 뿌리치며  말했습니다.
  "개 있지요?"
  나는 문득 이씨가 아파트로 이사 가면서 맡겨놓은 깜순이를 떠올렸습니다. 그 때 그는 나에게 깜순이가 새끼 낳으면 약 해 먹게 한 마리만 달라고 했었습니다.  
  "예, 약 해 잡수시게요?"
  "…"
  "제일 큰 놈으로 골라놨습니다."
  "…"

  개집 앞에 멈춰선 그는 깜순이를 바라보며 말했습니다.
  "깜순이를 주시오. 이제부터 깜순이는 여기 있는 김씨가 기를 거요."
  순간 나는 현기증을 느꼈습니다. 사실 깜순이가 우리 집에 올 때만 해도 비쩍 말라 있었는데, 정성껏 보살핀 덕분에 건강해져서 새끼 한 배를 내고 또 새끼를 밴 상태였습니다. 그런 깜순이를 달라는 것입니다. 나는 적잖이 당황이 되었습니다.
  "왜 그러는지…혹시 서운한 거라도…."
  "여러 소리 할 것 없고, 깜순이만 주면 돼요."
  그리고는 깜순이를 끌고 휭하니 가버렸습니다.

  깜순이의 빈 자리를 보면서 허탈해진 마음을 추스리는데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한동안 그 자리에 꽂힌 듯이 서 있었습니다.
  '대체 무엇 때문에?'
  이 생각 저 생각 하다가 아내가 있는 비탈밭으로 향했습니다. 이씨가 다녀갔다는 말에 아내는 이내 제일 큰 놈으로 드렸느냐고 물었습니다. 왜냐하면 언제든지 이씨가 찾아오면 제일 큰 놈으로 주기로 아내와 다짐해 두었기 때문입니다.
  "깜순이 가져 갔어…."
  "아니, 왜요?"
  아내는 화가 치밀어 오르는 듯 소리를 버럭 질렀습니다.
  "새끼 자란 것 중에서 한 마리 가져간다고 했잖아요?……이게 다 우리가 없이 사니까 깔보는 거여요. 없이 사니까…."  

  아내는 소리내어 흐느꼈습니다. 사실 내 것이라고는 땅 한 평도 없지만 아무런 내색 않고 살아온 아내였습니다. 눈물 짓는 아내를 바라보고 있노라니 어느새 가슴 한 켠에 대밭을 비집고 나온 바람소리같은 속울음과 함께 깜순이를 교미 시키면서 새끼 낳으면 한 마리 주겠다고 약속한 아랫마을 김씨 할머니에게는 뭐라고 해야 하나 하는 걱정이 너울너울 차올랐습니다.

  도저히 일할 기분이 아니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온 아내는 목사님께 전화를 걸었습니다. 목사님에게라도 하소연해 보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자초지종을 얘기하는 아내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었습니다.
  "목사님, 너무너무 분합니다. 억울합니다. 이럴 사이가 아닌데…깻단 묶는 것 좀 도와 주지 않았다고…우리 일도 못해서 그런 건데…세상에 이럴 수가 있습니까?"

  아내는 씩씩거리며 목사님의 대답을 기다렸습니다.
  "집사님, 참 그러네요. 저라도 마음이 많이 상했겠습니다. 그런데 전에 깜순이가 몇 마리 낳았지요?"
  "아홉 마리 낳았는데, 세 마리는 새끼 때 죽었어요."
  "그럼 여섯 마리는요?"
  "암놈이 네 마리, 숫놈이 두 마린데, 앞으로 좀 본격적으로 키워볼 생각으로 다 기르고 있어요. 그런데 이런 일이 생겼어요. 조금 있으면 또 새끼를 낳을텐데……애당초 깜순이를 가져온다고 할 때 제가 싫다고 했는데도 떠맡기듯 갖다놓고는 지금 와서 이러네요."
 
 "집사님, 그래도 감사한 생각이 드네요. 어쨌든 집사님은 섬긴 쪽이잖아요. 그동안 그 분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들었는데, 타의에 의한 것이긴 해도 그 분을 섬긴 것이 아닙니까? 특히 그 분은 예수를 안 믿는 사람 아닙니까? 이 일을 통해 집사님 내외를 시험해 보는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러니 이 기회에 예수 믿는 사람이 얼마나 놀라운 사람인지 보여주면 좋겠네요. 그 분에게 먼저 전화라도 해서 미안하다고 해 보세요. 그 분의 마음이 뜨끔하지 않겠습니까? 예수 믿는 사람이라 다르긴 다르구나 생각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그 분이 집사님 가정을 통해서 예수님을 영접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예…."
 
 "집사님, 이 일이 얼핏 보기엔 물질 문제인 것 같지만 하나님과의 관계의 문제인 것 같습니다. 물질, 그 작은 것을 잃음으로 사람을 얻고 하나님의 자녀됨을 나타낼 수만 있다면 정말 큰 것을 얻는 것이 아니겠어요? 그러니 오히려 감사하면 좋겠습니다. 집사님, 지금 하나님께서 집사님 가정에 더 좋은 것으로 채워 주시려고 준비하고 계실 것입니다."
  "예…."

  아내의 목소리는 목사님과 통화를 하는 사이 점점 평정을 되찾았습니다.
  "집사님, 하나님께서 집사님 가정을 사랑하십니다."
  "예. 목사님. 감사합니다."

  수화기를 내려 놓은 아내는 눈물 어린 눈으로 싱긋이 웃으며 말했습니다.
  "여보, 하나님께서 우리 가정을 너무너무 사랑하시나 봐요."
  나는 아내의 손을 살며시 잡았습니다.
  아내의 손이 가볍게 떨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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