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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김성수 창작 소설> 새벽의 살인 - 4회 (드디어 완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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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형사는 하얀 편지지를 내게 내밀었다.  

" 그 피살된 곳에서 제일 가까운 성읍의 모든 장로들은 그 골짜기에서 목을 꺽은 암송아지 위에 손을 씻으며 말하기를 우리의 손이 이 피를 흘리지 아니하였고 우리의 눈이 이것을 보지도 못하였나이다. "

흰 종이에 타자 글씨가 새겨져 있었다. 문체를 봐서 성경에 나오는 말이라는 것을 충분히 눈치챌 수 있었다.

" 영화를 많이 본 놈 같은데... 이거 성경 말씀 아닌가? 반장님한테는 보여 드렸어? "

" 인근 교회 목사에게 가서 물어보겠다고 직접 나가셨습니다. 그리고 이건 제가 요약한 겁니다. "

윤 형사가 내민 종이에는 동전을 자주 만지는 직업들이 써있었다. 택시기사와 조폐공사 직원, 자판기 관리인에서 공중전화 동전 수거인 까지 10가지가 넘는 직업들이 써져 있었다.  

" 이런, 염병할... "

" 아무래도 네 번째 사건을 예측하는 건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
수사는 계속 파행의 길로 뻗어가고 있었다. 윙. 휴대폰이 책상 위에서 떨리기 시작했다. 인근 교회로 나간 반장이었다.

" 네, 김 형사입니다. "

" 윤 형사가 보여준 편지 봤지? 거기 써 있는 건 신명기 21장 6절과 7절에 나오는 말이야. 하나도 틀리지 않고 똑같아. 혹시 모르니까 감식반 불러서 지문 채취해 보고 나한테 연락해. "

" 무엇을 뜻하는 말이랍니까? "

" 범인이 드러나지 않은 살인 사건이 일어났을 때 신에게 행해야 하는 대속 규례에 대한 것이래. 곧 서로 들어갈테니까 전화 끊어. "

범인이 드러나지 않은 살인 사건. 그리고 그 때문에 신에게 행해야 하는 대속 규례. 이런 일이 일어났을 때는 무조건 간단하게 생각하는게 상책이다. 답은 금새 나왔다. 사건은 곧 미궁에 빠질 거라는 것. 우리에게 괜한 고생하지 말고 포기하라는 범인의 충고와도 같았다. 이카로스가 미궁에서 빠져나와 비상구를 발견했을 때 그곳이 벼랑 끝이었던 것처럼 내 예상대로 난 벼랑 끝에 몰려 있고 다시 미궁 속으로 들어가든지 아니면 벼랑 끝으로 떨어지든지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그러나 전혀 대책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 놈은 우리가 누군지를 알아. "
편지를 다시 보고 있던 윤 형사가 나를 쳐다봤다.

" 그렇다면 놈은 우리가 사건 현장에 출동했을 때마다 가까이에 있었겠군요. "    

" 그래, 이번 사건은 세 번째야. 왜 세 번째 사건이 터지고 나서야 편지를 보냈겠어? 놈은 우리의 수사 과정을 어디선가 지켜보고 있는 거라구. 윤 형사도 알 듯이 수사의 가장 큰 단서를 잡을 수 있는 때는 초동 수사잖아. 세 번째 사건까지의 초동 수사과정을 지켜본 다음에 우리가 해결 할 수 없을 거라는 확신이 드니까 편지를 보낸거지. "  
윤 형사는 그럴 듯 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 김 형사님, 근데 박 기사 미행하실 때 뭐 혐의점 안보였습니까? "

" ........!! "

" 왜 그러시죠? "
잠을 잤던 터라 풀려있던 내 눈이 갑자기 커진 모양이었다.

" 당장 박 기사 다시 불러. "
난 급히 수사 보고서 사본을 뒤졌다.

" 예, 부르는건 문제가 없습니다만... 저 그런데.... "

" 내가 잠시 한 눈 팔았었어. "
  두 번째 사건 수사 보고서 사본을 집어 들었을 때 윤 형사가 내게 담배를 내밀었다.

" 우선 한 대 피우시죠. "
진정하라는 충고나 다름없었다. 난 담배를 받아 책상 위에 놓았다.

" W동. 내가 왜 그 생각을 못했지? "

" W동이요? 그곳은 두 번째 피해자 김진후가 살해된 은행이 있는 곳이잖아요. "

" 박 기사가 이 사건 현장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한 티켓 다방에 들어가는 것을 봤어. "

그때 내 머릿속에는 박 기사와 몸 파는 여자가 알몸으로 뒤섞여 있는 장면이 그려졌었고 조금 상상하다가 그만 두었다. 하마터면 그때의 그 짧은 혼란이 중요한 단서를 놓치는 위기를 초래할 뻔했다. 단서에는 두 가지 길이 있다. 잡으면 지름길. 놓치면 미궁이다.

" 이렇게 하자구. 박 기사 다시 불러서 내가 직접 신문 할테니까 윤 형사는 김진후 주변 다시 탐문해봐. 특히 티켓다방에 출입한적 있는지 꼭 알아보구 말야. "
내가 담배를 집어들어 입에 물자 윤 형사가 라이터를 켜 내 앞에 들이대었다.  


  박 기사가 서에 도착했다. 퇴근하고 곧바로 오는 길이어서 그런지 불평 섞인 표정이 얼굴에 그려져 있었다. 부인으로 보이는 여자 한 명이 박 기사와 동행했다. 박 기사와는 나이차가 좀 있는 듯 보였지만 평범한 여자였다.

" 이거 죄송하게 됐습니다. 일단 앉으시죠. 옆에 계신 분은 부인이신가 본데 저쪽에 잠깐 앉아 계시겠습니까? "
여자는 말없이 반장 책상 옆에 놓여진 쇼파를 한번 쳐다보였다.

" 이쪽으로 오시죠. "
반장이 부인을 부르며 의자에서 일어섰다. 난 남자를 자리에 앉히고 노트북을 부팅시켰다.

" 혹시 저를 범인으로 생각하시는 겁니까? "
쎈 놈이었다. 윤 형사가 처음 신문했을 때도 이랬을까. 월척도 월척 나름이다.
낚싯대를 던지자 마자 걸려든 월척은 낚시꾼을 당황하게 만드는 법이다.      

" 티켓 다방에 자주 가시는 것 같던데... "
난 날카롭게 공격하며 쇼파에 앉은 여자를 힐끔 쳐다봤다. 박 기사는 예상치 못
한 나의 공격에 당황하는 기색이었다.

" 그게 이번 사건과 무슨 상관이죠? 그건 제 사생활일 뿐입니다. "
처음에 거칠게 내뱉던 어조가 갑자기 조용해졌다. 쇼파에 앉아있는 부인을 의식했으리라. 형사들에게는 이런 공격력이 늘 갖추어져 있어야 한다. 시합에서도 기선제압이 중요하듯 신문 시작 단계에서 밀려버리면 아무리 그가 범인이라도 오히려 거짓의 시녀가 되는 것이다.  

" 사생활이라면 부인께서도 알고 계시겠군요. "
난 더욱 찔러보기로 했다.

" 그만하죠. 저를 다시 부른 이유나 말씀해 주세요. "
  서서히 순응하는 태도였다. 소금에 절인 배추가 축 쳐지기 시작하듯.

" 박 기사님이 W동 티켓 다방으로 들어가는 것을 목격한 사람이 있습니다. 그곳은 두 번째 사건이 일어난 은행과 가까운 거리에 있지요. "  

" 그래서 저를 다시 부른 겁니까? 저는 용의자가 아니라 목격자라구요. "

"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다시 부른 겁니다. 세 번째 사건의 목격자이고 두 번째 사건 현장과 가까운 업소에 출입하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용의자로 볼 수 있지요. 아, 그렇다고 너무 기분 나빠하지는 마시구요. 물론 아직 증거가 있는 것도 아니고 다만 조사가 필요할 뿐이니까요. "

" 그렇다면 빨리 하고 끝내도록 해요. 마누라가 아이를 가졌어요. 결혼 10년 만에 간신히 임신한 거라 몸조리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오늘 이곳까지 같이 온거구요. 별로 같이 올 곳은 못됩니다만 부인이 집에 혼자 있기 싫다 그래서. "
이 남자의 앞면은 어디이며 뒷면은 어디일까 생각해 본다. 저기 쇼파에 앉아있는 부인의 뱃속에는 귀한 새생명이 들어있다. 그런데 이 남자의 정자는 부인의 속에 뿌려지고 다른 여자의 속에도 뿌려지고 있다. 티켓 다방에는 왜 가는 것일까. 아이를 갖지 못하는 여자를 비관이라도 한 것일까.    
반장은 쇼파에 앉아있는 여자와 커피를 마시며 계속 얘기를 하고 있었다. 차분한 여자였다. 배가 나오지 않은 것으로 보아 임신 3개월을 넘지는 않은 것 같았다. 부인과 뭔가를 계속 속삭이던 반장이 내게로 왔다.

" 잠깐 나 좀 봐. "
과장은 창가로 날 데려갔다.

" 저 놈한테서 냄새가 나. 일단 돌려보내고 애들 붙여. "

" 신문은 이제 막 시작하려는데 냄새라니요? 그리고 벌써 돌려보내요? "

" 김형사 지난번에 지시를 어떻게 내린거야? 또 윤 형사는 도대체 신문을 어떻게 한건지 모르겠군. 내가 그 날 자리 좀 비웠다고 이렇게 뚫려서야 되겠어? 조용히 하고 내가 시키는 데로 해. 올때까지 왔어. "

반장의 눈빛이 심상치 않았다. 먹이를 발견한 호랑이의 눈빛처럼.

" 담배 있으면 한 대 줘. "

성급함을 알리는 신호였다. 속히 시키는대로 하라는 묵언의 외침.
        


5회 예고)

반장은 부인과의 대화에서 무엇을 발견했길래 박 기사를 범인으로 지목하는 것일까. 탐문 나갔던 윤 형사도 돌아오고 박 기사는 더욱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되는데.... 과연 사건은 해결 될 것인가....

  


-- 드디어 "새벽의 살인" 개정판을 완성했습니다. 오래동안 기다리게 해드려 죄송합니다. 흥미진진한 스토리로 보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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