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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11월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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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15일이라는 날은...제게는 참 기다려지면서도, 너무나 괴로운 날이었습니다.

어린 시절, 친구들의 생일잔치에 초대되어서, 친구들의 집에 놀러가곤 했었습니다. 친구들의 집에는, 그 당시 너무나 귀했던 케이크도 있었고, 맛난 음식들과 과자들이, 한 상 가득 차려져 있었고, 그 옆에는, 깨끗하고 예쁜 앞치마를 두른 친구의 어여쁜 어머니가, 저와 친구들을 따뜻하게 맞아주셨습니다. 집에서는 거의 구경조차 할 수 없었던 맛난 음식들을 정신없이 먹고 있는 저에게 친구들은 다음과 같은 너무나 난처한 질문을 합니다....

<현주야, 네 생일은 언제야?>
<너도 생일잔치 할거지?>
<너도 우리 초대할거지?>

어린 현주는... 아무런 대답없이... 고개만 끄덕입니다. 그러면, 친구들은, <야~ 이제 현주 생일을 기다리자, 현주집에는 한번도 놀러가본 적이 없는데, 굉장히 부자일거야~ 야~ 기대된다~>라며... 자기네들끼리...굉장히 행복해합니다. 서서히, 어린 현주의 마음속에는... 걱정이 되기 시작합니다...

어...쩌...지...

저는 이제껏, 태어난 이후로, 한번도 제 생일날, 축하한다...라는 말을 부모님으로부터, 가족들로부터...들어본 적이 없었습니다. 아니, 미역국조차도, 제 생일날에... 한번 먹어본 적이 없었습니다. 생일...11월15일은 저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는 날이었습니다. 도리어 괴로운 날이었습니다. 어린아이로서는 감당하기에 너무나 힘든 날이었습니다. 그날은...항상 친구들로부터, 온갖 욕과 왕따를 당하는 날의 시작이 되었습니다.

저희 어머니는 제가 아주 어릴적부터, 여호와 증인이라는 종교를 아주 열심히 믿으셨습니다. 그곳에서는 예수님의 성만찬만 기념해야한다며,  절대로, 사람들에 대해서는 어떠한 일이든, 어떠한 형태로든 기념하거나 축하해서는 안된다는 규율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우리집에서는 저뿐만 아니라, 오빠, 언니...까지도, 서로의 생일이 언제인지 잘 몰랐고, 단 한번도, <생일>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초등학교를 다니면서, 친구들의 생일잔치에 초대되면서, 저도 너무나 생일잔치를 하고 싶었습니다. 게다가, 저를 자기 생일에 초대했던 친구들은, 저마다 다, 저도 자기네들처럼 <당연히> 생일잔치를 할 것이라고 생각했고, 저의 생일을 기다렸습니다. 저는 제 생일과 제 생일잔치가 언제 열릴 것인지 묻는 친구들에게 아무 생각없이, 될대로 되라는 식으로, <11월15일날>이라고 말해주곤 했었습니다. 그리고...11월15일이 다가오면 다가올수록... 초조해지고 불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전 매일밤 기도했습니다...하나님... 저도 생일잔치하게 해주세요~ 친구들로부터, 왕따당하지 않게 해주세요~ 저도 생일 주인공이 되게 해주세요~ 라며...<아름다운 기적>을 기도했습니다...

11월15일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어린 현주가, 그 전날밤, 하나님께 울면서 간절히 기도했던대로... <아름다운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현주의 생일잔치를 잔뜩 기대하고 있던 친구들에게...현주는 거짓말을 합니다. <엄마가 갑자기 아프셔서, 생일잔치를 못하게 되었어...>

매년...이러한 거짓말들이 11월15일날 되풀이 되었습니다. 엄마가 아프시다...집에 손님이 오신다...언니가 병원에 입원을 했다... 이런 거짓말이 두서너번 해마다 되풀이되자... 어린 현주에겐 다음과 같은 별명이 지어졌고, 그 이후로... 현주는... 초등학교를 졸업할때까지... 친구들로부터, 왕따를 당했습니다. 그 별명은... 현주가 중학생이 되어서까지도... 그녀를 따라다녔습니다. 거짓말쟁이... 허풍쟁이... 저에겐... 가장 기억하기 싫은 단어들입니다. 지금도... 이 단어들속에서, 쓴맛이 우러나오는 것 같습니다...

11월15일... 어느 해에는, 놀이터 그네에 앉아서 혼자서 눈물 흘리며 물끄러미 별을 바라보기도 했었고, 어느 해에는, 짐을 싸서, 가출을 결심하기도 했었습니다. 그리고, 어느 해에는, 엄마에게 두들겨 맞다가, <생일날까지도 나를 때리냐>며 대어들다가, 엄마손에 닥치는 대로 맞은 적도 있었습니다...

11월15일...저에겐 참 이상한 날이었습니다...

스물아홉해... 11월15일... 오늘 아침... 눈을 떴습니다. 아이들 수시원서쓸 생각으로 가득찬 머리를 무겁게 들며... 옷을 챙겨입고... 집을 나섭니다. 생일축하한다는 말한마디도... 미역국도... 따뜻한 밥한그릇도... 없이, 사람의 온기도 없는, 냉랭한 집을 걸어 나옵니다. 몇 년전 여호와 증인을 떠나신 어머니는, 오빠가 결혼한 이후로, 가족들의 생일을 조금씩 신경쓰기 시작하셨습니다. 저의 생일은 이제껏 한번도 신경써주시지 않으셨지만, 이번에는 혹시나 하고 기대를 해보았습니다. 하지만, 어머니는 나에게... 이번 생일날... 여느 생일날과 마찬가지로...눈물과, 슬픔만을 잔뜩 선사해주셨습니다.

나이가 예순이 가까우셔도... 여전히, 철부지 어린아이의 모습을 버리지 못하시는 엄마... 자식들에게 눈물의 의미와 눈물의 양이 얼마나 되는지... 자식 평생 톡톡히 가르쳐주시는 엄마... 당신으로 인해, 자식들이 얼마나 큰 고통을 감수해야 했는지 전혀 알지도 못하시고, 알고자 하시지도 않으시는 엄마...

하나님!  왜 하필... 제 생일 전날이예요... 언제까지, 엄마의 이런 모습을 받아주어야 하나요??? 언제까지인가요??? 언제까지, 이렇게 가슴을 부여잡고 기가 막히는 일로 울어야하나요??? 언제까지 제 생일날 이렇게 울어야하나요???

... ... ...

오늘 아침 갈말에 들어와 보았습니다. 근희를 비롯한 많은 갈말가족분들께서, 저에게 <따뜻함이 모락모락 묻어나는> 생일축하의 메시지를 보내어주고 계셨습니다. 참 행복했습니다. 한편으로는 엄마로 인해... 너무 슬펐지만... 그 순간만큼은 행복했습니다. 생일축하 게시물들을 하나씩 열어보다가... 근희가 올려준, <어찌하여야~>라는 찬양곡을 듣게 되었습니다. 평소 잘 알고, 자주 들었던 찬양이었는데... 오늘... 그 찬양은... 하나님께서 제게 주시는 <특별한 생일선물>이었습니다.

이 찬양을 들으며... 계속 눈물이 났습니다. 아이들이 원서를 들고, 이리저리 분주히 오가는 중에서도... 흘러나오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습니다. <하나님>께서.... <나>를 얼마나 사랑하시는지... 당신께서는 찬양을 통해서... 고백하고 계셨으며... 저도 어느 순간엔가... 이 찬양을 통해... 그분께... <사랑합니다>라며... 찐한 고백을 하고 있었습니다...

아버지...용서할께요... 이제 눈물닦고 용서할께요... 계속해서 엄마를 용서할께요... 엄마는 아버지께서 나에게 보내어준 가시임을 알아요. 당신께서 나와 함께 하시며, 나의 삶을 인도하시기에... 제가 두려워할 것이 무엇이 있을까요?
아빠... 오늘 당신께서는 저에게 큰 생일선물을 해주셨어요. 아침에... 너무나 화가나고, 억울해서, 제가 울었잖아요. 그런데, 그런 저의 슬픔과, 억울함의 눈물이... 지금... 기쁨과 환희와 감사함의 눈물로 변해있어요~ 너무 신기해요~
아빠... 고마워요~ 엄마를 용서하고... 그 다음은... 당신께 맡길께요... 이 귀한 믿음을 주신 당신께 오로지 영광밖에는 돌릴것이 없어요...  

사랑해요~  여러분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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