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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김성수 창작 소설> 새벽의 살인 - 6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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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TV속에 나타난 인물은 명백한 박 기사였다. 모자를 써서 위장을 한 것도 아니었고 출금처리가 되는 동안 거울을 보며 한껏 여유를 부려 보기도 했다.    

" 김진후가 살해되기 12시간 전의 모습이야. "

리모콘으로 비디어 전원을 끄며 반장이 말했다. 먹이를 앞에 둔 호랑이는 역시 매서웠다. 잠복 명령을 내린 뒤 전화만을 기다리며 의자에 앉아 있을 것만 같았던 반장이 이런 조사를 했을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기 때문이다.  

" 돈은 얼마나 뺐던가요? "  

" 돈의 액수는 그리 중요하지가 않아. 중요한 건 사건이 일어나기 4일 전에 박 기사가 김진후와 심하게 싸웠다는 직원들의 증언이야. "

" 싸움이요? 큰 싸움이었나요? "  

" 은행 직원들이 다 기억하는걸 보면 그랬던거 같아. 박 기사가 돈을 빼는데 기계가 말썽을 부려서 욕을 하고 난리를 쳤다더군. 그래서 김진후가 나섰던 모양이야. 왜 은행이 다 그렇잖아. 대부분이 여자 직원 아니면 나이든 사람들뿐이니. 그나마 젊은 김진후가 나선거지. "

" 청원 경찰은 뭐했답니까? "
윤 형사가 물었다.

" 청원 경찰이 기계에 대해서 아나? 은행들이 다 그렇듯이 가스총 지닌 허수아비지. 그래서  김진후와 치고 박고 싸우게 된거야. 그러니 그 싸움에서 누가 유리했겠어? "

" 젊은 김진후였겠지요. "
이제 반장은 박 기사를 범인으로 지목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직 넘어야할 산은 높다. 사건은 연쇄 살인이고 설령 박 기사가 김진후를 죽였다고 하면 박정필과 최씨는 왜 죽였단 말인가. 그리고 최씨를 죽이고 스스로 신고를 했다는 건 쉽게 납득할 수 없는 일이 아니었다.  

" 물증만 잡으면 돼. 물증 잡아서 얼른 사건 종결 하자구. 박 기사를 범인으로 몰아.  "

" 하지만 아직 범인이라고 확신하기에는 이르지 않나 싶은데요. "

" 글쎄 시키는 데로 해. 내가 지금까지 뛰어서 그나마 이만큼 진전 된거 아냐? "  
이건 명령이 아니라 재촉이면서 부정이다. 만약 박 기사가 범인이 아니면 누명이라도 씌우겠다는 것인가. 한편으로는 더 이상 서장과의 대면을 피하고 싶어하는 반장의 뒷모습이기도 하다. 난 때론 저런 반장의 모습이 싫다. 내 안에 함께 공존하는 악마와 천사가 반장의 속에도 존재하는 듯 보인다. 하지만 반장과 난 다르다. 악마와 싸워 이기고자 하는 나와는 다르게 그는 자주 타협하려 한다.  

" 커피나 한 잔 하지. "

반장 앞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이것 밖에 없었다. 커피를 마실 때만큼은 날 건들지 않으니까. 윤 형사와 함께 자리를 떴다.

" 새벽에 여자가 들고 있었던게 뭡니까? "
김이 모락모락 나는 종이컵을 받아들며 윤 형사가 물었다.

" 내 말 잘 들어. 세 번째 사건이 일어났던 S여객 주차장 근처에 응급실이 있는 큰 병원들 찾아가서 사건 당일 날 진료 기록부 조사해와. "

" 다른 용의자가 있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그러다 화산 폭발하면 어쩌시려구요? 반장님은 지금 박 기사라고 확신하는데. "

" 어차피 확률은 반반이야. 조사한 진료 기록부 복사해서 박 기사 집 앞으로 와. 내가 잠복하고 있을테니. 조작된 알리바이가 있는거 같아. 영 물맛이 좋지 않아. "
커피를 목으로 넘기며 윤 형사는 나의 눈치를 살폈다.

" 그럼, 김 형사님만 믿고 다녀오겠습니다. "
윤 형사는 종이컵을 쓰레기통에 던지고는 경찰서 밖을 향해 걸어갔다. 난 반장과 마주치고 싶지 않아 곧바로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가 차에 올라탔다.



  난 1시간이 지나도록 혼자서 첫 번째 사건이 일어난 곳 주위를 중심으로 탐문 조사를 벌였다. 조사를 마치고 박 기사 집 앞에 다시 잠복한지 10분이 채 안되어 윤 형사가 도착했다.

" 박 기사에 대해서 뭐 좀 발견 하셨습니까? 이거나 하나 드세요 "
조수석에 날쌔게 올라타며 윤 형사는 캔사이다 하나와 진료기록부 사본들을 내밀었다. 급하게 진료 기록들을 뒤졌다.

" 응급실이 있는 병원은 Y병원 한 군데 뿐이었습니다.  "
사건이 일어났던 시간대의 진료 기록을 관찰한 순간 또 한번 내 머리 위를 내리친 전격은 강한 전류를 발가락까지 흘려 보냈다.    

" 조작된 알리바이가 확실해. 이건 누명을 씌우려는 음모야. "

" 음모라니요? "                    

" 역시 놈은 우리를 계속 지켜보고 있었어. "
윤 형사의 바지 주머니 속에서 전화벨이 울렸다.

" 누구야? "
묻기는 했지만 이미 난 전화한 사람이 누구인지 알고 있었다.

" 반장님인데요? "
발신자 번호를 확인한 윤 형사가 전화를 받으려 했다.  

" 받지마. "

" 예? 핸드폰으로 전화를 하고 계십니다. 긴급 상황이에요. "

" 글쎄 받지마. 당장 밧데리 빼. "  
난 차에 시동을 걸었다. 도로로 진입해 횡단보도 앞 정지신호를 무시한 채 힘
껏 달렸다. 곧바로 내 핸드폰이 울렸다.

" 반장일거야. 밧데리 빼. "
윤 형사가 핸즈프리에 끼워져 있던 핸드폰의 밧데리를 뺐다. 충동적인 나의 행동에 그런대로 잘 따라주고 있었다.

" 세 번째 사건 때 쇠파이프에서 채취했던 혈액이 무슨 형이었지? "

" 오형이었습니다. "

" 반장이 전화를 한 건 박 기사 집을 수색하라는 지시를 내리려고 한 것 일거야. 범인은 박 기사가 아냐. 곧 그것이 증명되겠지. "
난 K 사거리에서 직진한 후 S여객 주차장으로 향했다. 범인은 오형이고 박 기사를 아는 자였다. 분명히 누명을 씌우려는 음모가 있다. 연쇄적으로 일어난 사건들은 치밀하게 계획된 시나리오 일 것이다.
윤 형사가 박 기사의 혈액형을 알아오는 동안 난 사건 현장을 다시 한번 살폈다. 최씨가 쓰러져 있던 모습을 다시 기억해 내며 범인의 도주 방향을 추리해 보았다.

" 김 형사님. "
윤 형사가 고개를 가로 저었다.

" 박 기사는 역시 오형이 아닙니다. 신상 기록부에 AB형이라고 적혀 있더군요. "
난 담배를 입에 물고 불을 붙였다. 피어오르는 연기. 이내 사라졌지만 이제는 그 연기를 잡을 수 있을 것 같았다.

" 결판 지을 때가 왔어. 일단 서로 가자구. 자네가 운전해. "
누명과 동전은 서로 닮은 점이 하나 있다. 앞면과 뒷면이 확실히 구분된다는 것. 조수석에 앉아 난 동전의 앞면과 뒷면을 이리저리 돌려보았다. 누명. 인간의 양면성이 만들어낸 졸작. 앞면을 보면서 뒷면을 보는 방법은 없을까.  
            




최종회 예고 )

김 형사는 누구를 범인으로 지목하는 것일까. 사건은 곧 해결되는데....



"새벽의 살인"이 이제 최종회로 마감할때가 왔습니다.
그동안 소설을 끊임없이 읽어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여러분들을 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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