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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김성수 창작 소설> 새벽의 살인 - 최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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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에 도착했을 때 박 기사가 연행되어 와있었다. 쇼파에는 박 기사 부인이 앉아있었고 모기들이 몰리지 않은 것으로 보아 아직 소식이 밖으로 전해 나가지는 않은 것 같았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와 윤 형사가 들어서자 분출된 용암의 뜨거움이 피부를 덮쳐 오는 듯 했다.

" 핸드폰까지 꺼놓고 정신들 나갔어. "
나지막하면서도 강한 어조로 말했기에 침 파편들이 튀어나왔다.      

" 조사할게 있었습니다. "
화산을 응고시킬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이럴 때는 나도 똑같이 화산이 되는 방법만이
존재한다.    

" 조사는 무슨 조사. 박 기사 집 수색하다가 최씨 살해할 때 사용한 둔기가 발견됐어. 어서 자백 받아. 이제 끝났어. "

" 끝나지 않았습니다. "

" .............. "

화산은 폭발하기 전에 땅속에서 엄청난 온도로 끓기 시작한다. 반장의 표정이 그랬다.

" 범인은 박 기사가 아닙니다. "  

" 뭐... 뭐야? 나와 지금 장난하자는 건가? "
난 쇼파에 말없이 앉아있는 박 기사 부인을 바라봤다. 한동안 눈이 마주쳤다. 그 여자의 눈빛 속에서 동전의 뒷모습을 발견한다. 지금까지의 앞모습과는 다른.

" 범인은 두 명입니다. 그 중에 한 명은 저기 앉아 있구요. 박 기사는 범인이 아닙니다. "

반장이 여자를 쳐다보자 여자는 얼른 고개를 돌렸다. 누명. 인간의 양면성이 만들어낸 졸작. 여자는 그 졸작을 걸작으로 만들고 싶었던 것이었다. 난 반장을 이끌고 잠시 자리를 피했다.

" 저도 처음에는 박 기사를 범인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김진후와 심하게 싸웠었다는 말을 듣고 좀 의심스럽더군요. 싸움에 의한 원한적 살인이었다면 그것은 우발적 범죄에 속합니다. 연쇄 살인으로 몰고 가기에는 근거가 부족하지요. "
반장은 연신 아랫입술을 깨물며 내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 조작된 알리바이가 있는 것 같더군요. 그때 생각난 것이 세 번째 사건이었습니다. 최씨가 쇠파이프를 집어들어 저항했을 정도라면 범인이 크게 다쳤을지도 모른다는 판단이 섰습니다. 그래서 윤 형사를 시켜서 S여객 주차장 근처에 응급실이 있는 병원을 찾아가서 진료기록부를 조사해 오라고 시켰지요. "    

" 진료 기록부? "
반장은 입술을 깨물다 말고 손끝으로 턱을 만지작거렸다.

" 사건 시간은 새벽 4시가 조금 못된 시각이었습니다. 그때 만약 범인이 크게 다쳤다면 응급실이 있는 병원을 찾았겠지요. 그래서 윤 형사에게 진료 기록을 조사
하게 한겁니다. "

" 그럼 자네는 어디 갔었나? "

" 저는 첫 번째 피해자 박정필의 오락실 주위를 다시 탐문 해봤습니다. 옆에 식당주인에게 박 기사에 대해 물어보니 가끔 오락실에 왔었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어느 날 무슨 이유 때문인지 박정필과 크게 말다툼을 벌이고는 부인과 함께 식당에 들어와 소주 한 병을 시키더랍니다. "

" 거기서도 싸웠단 말야? "

" 예, 근데 중요한건 그게 아닙니다. 오늘 새벽에 여자가 어디론가 급히 가는 것을 봤습니다. 손에 무언가를 들고 있었는데 제가 볼 때는 성경책 같았습니다. 여자가 의심스러웠지요. 그 두꺼운 성경책에서 신명기에 나오는 대속 규례에 대한 말을 집어낼 정도라면 보통 지식 가지고는 안됐을 겁니다.  "
반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 그 편지 여자가 보낸 거였군. "

" 분명히 평범한 교회를 다니는 여자는 아닙니다. 아마도 기독교와 비슷한 사이비 종교인 일 것 같아요.      

" 그렇다면 왜 그런 연쇄 살인을 저지른 거지? "

" 남편에게 누명을 씌우려고 했던 거죠. 아까 말씀드렸듯이 범인은 여자 혼자가 아닙니다. 한 명 더 있습니다. 여자의 뱃속에 들어있는 아기의 아빠일 겁니다. "

" 아기의 아빠라니? 그럼 여자가 바람을 폈단 말야?  "

" 박 기사는 무정자증입니다. 인공 수정 아니면 바람을 폈다는 건데 제가 볼 때는 후자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남편에게 누명을 씌우고 여자는 바람 핀 남자와 함께 살려고 했던 것이겠지요. 이건 완벽하게 계획된 범죄입니다. "
어둠의 터널을 지나 빛이 보이고 있었다. 새벽의 모습이 이렇다. 밤을 뒤로하고 아침으로 서서히 걸어가는 어슴프레한 자태. 쇼파에 앉아있는 여자의 모습이 그랬다.



  한참이 지나서야 여자는 입을 열었다. 방해가 될 거 같아 박 기사는 일단 집으로 돌려보낸 뒤였다.

" 제가 남편이 바람 핀다는 것을 안건 제작년 이었어요. 바지를 빨려고 하다가 거기서 동전이 하나가 떨어지길래 주웠는데 진갈색 립스틱이 묻어있는 거에요. 2000년도 동전이었죠.  저는 그 동전을 가지고 다녔어요. 남편은 사업에도 실패하구 애도 없는 것이 서럽고 싫었던 거죠. 그래서 바람을 피우기 시작한 거에요. 남편의 구타가 시작 된 것도 그때부터였죠. 남편은 항상 오락실에 가서 머리 좀 식히고 온다고 하면서 나갔어요. 하루는 제가 일부러 같이 가자고 하면서 따라 나갔더니 짜증이 났던 모양이에요. 오락실 가서 괜히 주인과 크게 말다툼하고는 옆에 식당에 들어가 술을 마시며 속내를 털어놓더라구요. 아무리 술김이라지만 바람 핀다고 당당히 말하는 남편이 너무 원망스러웠어요. 이혼하자고 했더니 집으로 끌고 가서 또 때리기 시작하더군요. 정말 고통스러웠어요.  "

" 그래서 살인을 계획한 겁니까? "

" 처음에는 전혀 그럴 생각 없었어요. 현태씨가 그런 말을 하기 전 까지는요. 나와 살자. 아이를 가질 수 있다. 이 말에 저는 갈등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현실이. 저를 가로 막고있는 그런 현실이 싫었죠. 그러다 제가 덜컥 임신을 해버린 거였어요. 남편은 자신의 무정자증이 회복된 줄 알고 좋아했지요. 현태씨와 저는 한달 동안을 고민했어요. 그러다... "

" 그러다 연쇄 살인을 계획했고 박 기사와 연관이 있는 인물들을 죽이기 시작한 겁니까? 그러면 박 기사가 누명을 쓰게 될 테니까? 오현태라는 남자는 어디서 만났습니까? "

" 왕국 회관에서요. 같은 여호와의 증인이에요. "

여자는 더 이상 말을 이으려 하지 않았다. 오현태를 검거하러 출동했던 윤 형사와 기동팀이 들어오고 있었다. 오현태는 츄리닝 차림으로 수갑이 채워진 채 끌려오다 시피하고 있었다. 반장은 분주하게 움직이며 윤 형사에게 중얼거렸다. 그에 따라 모기들도 정신 없이 날아다녔다.  

" 세 번째 사건에 대해서 묻겠습니다. 그때 사용된 파이프는 누가 집에다 갖다 놓은 겁니까? "
여자는 한숨을 쉬었다. 조금은 괴로운 듯. 하지만 난 여자의 모든 것이 거짓으로만 보였다.  

" 현태씨가 최씨를 죽이려 할때 저는 그곳에 있었어요. 물론 남편 몰래 그리고 현태씨 몰래 갔었던 거죠. 내심 불안했어요. 남편이 다니는 회사라. 남편은 그 날 티켓 다방에서 잠을 자고 출근하는 길이었어요. 근데 남편이 도착할 시간이 다 되가는데 일이 잘 안 풀리는 거에요. 최씨는 강하게 저항했지요. 쇠파이프까지 휘둘러 가면서. 최씨가 피를 흘리며 쓰러졌을 때는 현태씨도 지쳐 있었어요. 현태씨는 당황도 하고 지쳐 있었던 터라 도망가기 바빴죠. 그래서 제가 얼른 죽은 최씨에게 달려가서 최씨 손에 2000년도 동전을 쥐어놨어요. 남편 바지에서 나온 그 동전이요. 그리고는 현태씨가 썼던 둔기를 들고 저도 얼른 집으로 도망 간거지요. 남편은 출근하다가 최씨를 발견하게 된 거구. "

소름이 돋는다. 차분한 듯한 여자의 입에서 나오는 저 갸날픈 잔인함. 시계를 보았다. 새벽 2시 37분. 또 새벽이다. 밤을 뒤로하고 아침으로 향하는 그 이중적인 시간 속에 난 서있다. 책상 위에는 증거 수집용 봉투에 담겨진 동전 3개만이 고스란히 놓여져 있었다. 두 개는 이순신 장군 모습을 하고 있었고, 나머지 하나는 뒤집어 진 채 숫자 100을 보이고 있었다.    


< END>    




그동안 읽어주신 분들께)

좋은 반응을 보여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창작의 고통에 시달리며 애써 써놓은 것들이 찢겨지고
쓰레기통에 힘없이 처박힐때 만큼 힘들때가 없었습니다.

미흡한 소설을 읽어주시며 관심 가져 주시는 분들의 사랑을
이곳에서 마음껏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동안 제가 연재한 "새벽의 살인"은 사실 추리 소설이 아니라
추리기법을 활용한 관념소설이었습니다.

깊이 있게 보신 분들은 추리소설의 기법만으로 쓰지 않았다는 것을
금새 알아볼 수 있으셨을 겁니다.


너무나 감사 드리고 한달 후에 "옆집 여자 훔쳐보기" 라는 소설로
다시 찾아 오겠습니다....

혹시나 제목 보고 오해하시는 분들...^^;; 절대 음란 소설 아닙니다.

그럼 다들 행복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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