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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유산 그 이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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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21일 월요일 밤 저는 정말 원치 않았던 유산을 경험하였습니다. 그 밤에 복통과 함께 비정상적인 하혈이 계속되었을 때 제 마음은 몹시도 불안하였습니다. 유산인 거 같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지만 그래도 한 가닥 희망을 붙잡고 제발 유산이 아니기를 간절히 소원하며 그 밤을 보내었습니다.

그 날 밤 저는 참 이상한 경험을 하였습니다. 제 마음이 그토록 불안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제 영혼에는 마치 테이프가 무한반복 되듯이 김석균님의 <내가 너를 도우리라>가 밤새도록 울려 퍼지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제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이 일어난 일이었습니다. 제 마음의 불안을 떨쳐보려고 그 곡을 생각해내서 의지적으로 부르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고통 중에 잠깐씩 잠이 들었을 때조차도 그 곡은 계속 울려나오고 있었습니다. 저의 영혼의 상태가 찬양곡으로 표현되어 나오는 것은 이전에도 종종 경험하는 일이었지만 그 날 밤의 경험은 너무나 특이하여서 지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 불안한 밤이 지나고 새 날이 밝았을 때 저는 하루 종일 한 끼도 먹을 수가 없었습니다. 이 또한 전혀 의도하지 않았던 일입니다. 그렇게 꼬박 하루를 제 의지와 상관없이 금식하며 하나님의 긍휼을 기다리던 날이 지나고 수요일이 되었을 때에야 비로소 병원을 방문하였고 거기서 아기가 유산되었다는 사실을 통고받았습니다.

그 사실을 확인한 제가 가장 먼저 경험한 것은 <마음의 고통>이었습니다. 감정이 도무지 절제가 되지 않아서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터져 나오는 울음을 막을 길이 없었습니다. 병원에서 집으로 오는 동안에도, 집에 도착한 후에도 흘러내리는 눈물은 도무지 멈추지 않았습니다. 눈물은 그 다음 날에도 계속되었고 그 이후에도 시도 때도 없이 터져 나왔습니다. 이젠 울지 않으리라 다짐했어도 아무 소용이 없었습니다.

두 번째로 경험한 것은 <육신의 고통>이었습니다. 정말 몹시 앓았습니다. 손가락 발가락 뼈마디 마디까지 다 아팠습니다. 첫아이를 낳고 산후조리를 잘 못해서 약해진 부분들은 더 심하게 아팠습니다. 그렇게 아파도 누구 한 사람 저를 도와줄 형편이 되지 않았습니다. 집안일을 평소 때와 다름없이 해 내면서 제가 스스로 자신을 돌보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었습니다.

세 번째로 경험한 것은 <갈릴리 가족들의 사랑>이었습니다. 마치 내 일처럼 여기고 같이 마음 아파하며 기도해 주시는 여러분들 덕분에 저는 위의 두 가지 고통에서 보다 빨리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다른 어떤 이유도 따지지 않고 그저 용납해주시는 여러분들의 사랑이 제겐 얼마나 큰 힘이 되었는지 모릅니다.

네 번째로 경험한 것은 <일부 교회 식구들의 비난>이었습니다. 저는 공식적으로는 임신보다 유산을 먼저 확인하게 되어서, 좋지 않은 소식을 그것도 부교역자의 아내 된 입장에서 교회에 굳이 알릴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침묵하려고 했었습니다. 그러나 금요일 기도회에 참석하지 못했기에 그 이유를 물으시는 담임 목사님 사모님께 남편이 간략하게 자초지종을 설명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경로를 통해서 이 사실은 저희 생각보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저희가 살고 있는 지역은 경상북도입니다. 이 지역은 그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남아선호사상>이 아주 심한 곳입니다. 그래서 태아의 성감별과 낙태수술이 공공연히 행해지는 곳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제가 유산을 경험하던 바로 그 시기에 교회의 성도 한 분이 태아가 이미 5개월이나 되었는데도 인공유산을 시켜버리는 일이 일어났었습니다. 그 일에 대한 파장이 저에게까지 미쳐왔습니다. 어쩌면 자연유산이 아니라 인공유산일지도 모른다는 의혹은 제 마음을 찢어놓았습니다. 저희 부부는 공식적으로 임신사실을 확인도 하기 전에 가족끼리 축하파티부터 열었던 사람들입니다. 또한 <사모가 아프면 좋아하는 사람 아무도 없다>는 말은 저의 상처 입은 마음에 소금을 뿌리는 것과 같았습니다.

이 모든 것을 경험하면서 저희는 참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저희가 가장 먼저 배운 것은 <하나님의 약속에 대한 믿음과 인내>입니다. 하나님은 자기 백성들에게 언제나 언약의 말씀을 먼저 주시고, 후에는 반드시 그 언약하신 말씀대로 이루시는 분이심을 저희는 성경을 통하여 이미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머리>로 알고 있었던 그 지식이 이 일을 통하여 저희의 <가슴>으로 조금 더 내려오게 되었습니다.

제가 유산이 아닐까 무척 불안해하던 그 화요일 아침에 저의 언니는 제게 <네 믿음을 보여라>고 요구했었습니다. 만약 유산이 된다고 하더라도 아들을 주시겠다는 하나님의 약속은 흔들리지 않는, 변함없이 신실한 약속이라는 사실에 대한 저의 믿음의 고백을 요구했었습니다. 언니의 요구는 또한 제가 제 자신에게 요구하는 것이기도 했었습니다. 저의 믿음을 담아 제 언어로 저의 입술로 고백하고 난 후에 제 마음에는 평화가 찾아왔습니다. 그 다음날 병원에서 유산을 확인했을 때 제 마음은 잃어버린 아기로 인하여 슬펐지만 여전히 평화로웠습니다.

두 번째로 배운 것은 저희의 <고통을 체휼하시는 하나님>이 저희의 <아버지>시라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이미 하나뿐인 외아들을 우리를 위하여 십자가에 내어주셨습니다.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을 외면하시는 그 사흘 동안 하나님은 얼마나 마음이 아프셨을까요? 저는 얼굴도 보지 못한 아기를 잃고도 그토록 힘겨워하며 며칠을 울고 다녔는데, 하나님의 마음은 어떠셨을까요?... 이미 하나뿐인 외아들을 먼저 잃어보셨던 하나님으로 인해 저의 마음은 크게 위로를 받았고, 하나님의 사랑에 다시 한 번 감격하게 되었습니다.

세 번째로 배운 것은 <다른 사람의 고통을 체휼하는 것이 우리에게도 필요하다>는 사실입니다. 남편은 일평생을 목회자로 살아가야 할 사람입니다. 그리고 저는 목회자의 아내로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인생에 찾아온 쓰라린 고통을 함께 나누어야 하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하나님은 저희에게 이번 일을 허락하셨다고 믿습니다. 물론 꼭 직접 겪어야만 다른 사람의 마음을 위로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그것이 이번 유산의 이유 전부라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저희는 연약한 사람인고로 직접 겪는 것 이상으로 좋은 공부는 없다는 것을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수 없이 경험하였습니다. 물론 예전에도 유산을 경험한 사람들을 만나면 마음이 아팠었고, 자녀를 잃은 부모를 만나면 눈물이 났었습니다. 그러나 이 일을 겪은 후에 그런 분들을 만났을 때 제가 느끼는 아픔은 예전과는 너무나도 달랐습니다. 형언할 수 없는 아픔이 밀려오면서 그들의 고통이 너무나 절절하게 공감이 되는 것을 경험하였습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배운 것은 <생명의 주인 되시는 하나님>에 대한 신뢰입니다. 주시는 이도 여호와시요, 취하여 가시는 이도 여호와이십니다. 뱃속의 아이를 하나님이 살려주실 수도 있으셨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그 아이를 데려가셨습니다. 저 자신의 생명을 포함하여 모든 이들의 생명은 겉보기에는 자기가 건강관리를 잘 하여 자신의 노력으로 유지되는 것 같이 보여도 사실은 하나님이 이 땅에서의 삶을 허락하셨기에 살아있는 것임을 다시 한 번 배우게 되었습니다.

저도 얼마든지 죽을 수 있었습니다. 이미 어머니 뱃속에서 두 번이나 죽을 뻔 하였었고, 물에 빠져 죽을 뻔 한 적도 있었으며 연탄가스를 마신 적도 있었고, 교통사고를 당한 적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모든 위험한 순간에 하나님은 저를 다시 살리셨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뜻하지 않은 사고로 또 원치 않는 질병으로 혹은 생명의 때가 다하여 죽어가는 사람들이 무수히 많은 중에서 저는 살아있습니다. 이것은 순전히 하나님이 저를 이 땅에 살아있도록 허락해 주셨기 때문입니다. 어떠한 위험이 닥쳐와도 하나님이 저를 붙드시는 그 손길을 놓지 않으시는 한 저는 삽니다...

지금 저희 가족은 유산을 경험하기 전보다 더 평안합니다. 하나님에 대한 감사가 깊어졌고, 가족 간의 사랑이 한층 더 단단해졌으며, 남의 아픔을 공감하는 능력이 한 단계 더 커졌습니다. 그리고 저의 건강은 이제 완전히 회복되었습니다. 주님이 다시 아기를 주시기를 믿음으로 인내하며 기다리는 일만 남아있습니다. 하나님은 항상 선하시고 그 인자하심이 영원하시며 약속에 신실하신 분이시니 때가 되면 약속하신 말씀대로 친히 이루실 것을 믿습니다. 설마 저한테 아브라함처럼 25년을 기다리라고 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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