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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어등골 이야기 7 - 감나무에서 떨어진 목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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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믿음 좋기로 소문난 여인을 아내로 둔 남자가 있었습니다.

  평소 주위 사람들로부터 '법 없이도 살 수 있는 좋은 사람'으로 불리는 그였지만, 교회에 함께 나가자는 아내의 말에는 늘 시큰둥할 뿐이었습니다. 그러나 교회의 일에는 매우 호의적이었습니다.

  젊었을 때부터 일로 단련된 그는 먹고 살 걱정을 할 필요가 없는 지금도 집에서 조금 떨어진 산밭을 찾는 일을 큰 즐거움과 보람으로 여겼습니다.

  그 날도 점심을 먹은 그는 예전에 그와 그 형제들, 그리고 그 자녀들의 뒷바라지가 되어준 왕대밭과 감나무밭을 지나 끝물이 한창인 콩밭에 와 있었습니다.
  가을 햇살에 바싹 마른 콩깍지를 살포시 잡은 손에 짐짓 힘을 줄 때마다 콩알이 자꾸자꾸 흩어져 버렸지만, 그의 마음은 어느 때보다도 흥겨웠습니다.

  호젓한 가을 오후의 정취에 젖어들 무렵, 아내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여보…어딨어요?…여보."

  "으응…나 여깄소, 여깄다고."

  "목사님이 당신 쪼까 만날라고 여꺼정 오셨는디 얼른 내려 오쑈…."

  그는 아들뻘되는 젊은 목사를 반갑게 맞았습니다.

  "목사님…안녕하신게라우. 어쩐 일로 여꺼정 다 오셨당가요?"

  "어르신. 오랜만에 뵙습니다…지난 번 교회 일할 때 여러모로 도와주셨는데 인사도 제대로 못 드리고 해서…."

  "아 그 일이야 당연히 헐 일이었지라우. 저 사람이 교회 일이라고 허믄 죽고 못 산디…."
  "아무튼 감사합니다 ……그리고 오늘 제가 여기까지 온 것은…."

  "목사님, 또 예수 야그 헐라고 그러지라우. 나도 다 안당께라우. 예수님이 내 죄 땜시 십자가에 죽었다는 것 아닌게라우?"

  "그래요…많은 사람들이 예수님을 미워하고 싫어해서 죽였지만 하나님께서는 십자가에 달려 죽으신 예수님을 다시 살리셨지요. 그처럼 하나님께서는 이 시간도 어르신을 진정으로 구원해 주시길 원하시고 또 사랑하십니다. 그래서 저를 이 곳까지 보내셨지요."

  "아따 목사님, 다 안당게요. 나는 저 사람맹키 교회는 안 나가지만 나가는 것이나 진배 없당께라우. 때가 되믄 이 담에 꼭 나갈텡께…목사님, 오늘은 이왕 여기까지 오셨응께 감이나 좀 따가시믄 쓰겄소."

  목사님은 아쉬운 마음을 애써 감추며 성경책에 끼워놓은 전도지를 한 장 빼내어 그에게 건네주었습니다. 그는 한 번 힐끗 보더니 바지주머니에 쑤셔넣었습니다.
  그리고나서 그와 그의 아내는 콩을 따고, 목사님은 감을 땄습니다.

  얼마쯤 시간이 지났을까, 그는 갑자기 주위가 조용해짐을 깨닫고 감나무밭을 바라보았습니다.
  조금 전만 해도 나무 위에 올라가 있던 목사님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 때 키 큰 감나무 아래 넘어져 있는 목사님이 보였습니다. 이미 목사님의 머리는 피로 뒤범벅이 되어 있었습니다.

  '우리 목사님 죽으믄 안된디…' 하면서 울먹이는 아내를 달래며 그는 119로 신고했습니다. 119구급대의 도움을 받아 병원으로 가는 중에도 목사님은 의식이 없었습니다.

  병원 응급실에 도착해서 의사와 간호사들이 응급처치를 하는 동안 그는 복도에 앉아 있었습니다. 그런데 문득 목사님이 건네준 전도지가 생각났습니다.
 
 전도지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습니다.

  '당신의 죄값도 이미 예수님의 피로서 지불되었습니다. 이 사실을 마음으로 믿고 받아 들이면 당신도 구원 받을 수 있습니다'

  조금만 더 늦었어도 큰 일 날 뻔 했다는 담당의사의 말에 안도의 숨을 몰아 쉬던 그는  의식을 회복한 목사님에게 말했습니다.

  "목사님, 참말로 다행이구만이라우……나…오늘 목사님땜시 십년감수해부렀소…근디 아까부터 참 요상헌 것이…감나무서 떨어져가꼬 피범벅이 되븐 목사님이…맨나…나를 위해 십자가에서 죽었다는 그 예수님맹키로 생각이 된단 말이어라우……목사님, 나도 인자 교회 나가야 쓸랑갑소."

  그는 목사님의 손을 가볍게 잡았습니다.

  목사님의 기도가 10여년만에 비로소 결실을 맺는 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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