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화 회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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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빈이가 아장아장 걸어다니던 때 였어요.
어느 날 쇼파위에 간신히 기어올라가기는 했는데
그만 내려올 수가 없는거예요.
앙앙 울면서 쇼파아래를 내려다 보고
또 앙앙 울다가 내려다 보고......
젊은 엄마 같았으면
어떻게든 스스로 내려올 때까지 지켜보았겠지만
이 못난이 엄마는 도저히 참고 견딜 수가 없어
우르르 달려가서 보덤어 안아 내려주고 말았지요.
그 때 그 모습이 생각날 때마다
내 기억의 갈피에서인지 아니면
하도 여러번 들은 엄마의 이야기가 머릿속에 박힌 것인지
제 어릴 적 한 슬픈 장면이 함께 떠오르곤 합니다.
다섯 살 때쯤이었어요.
그 때 엄마는 병이 깊어 몇년동안 자리에 누워만 계셨어요.
문 밖 출입은 전혀 못하시고......
그러던 어느 날
동네아이들을 따라서 우리 집 앞 산에 올라갔어요
올라가서 한참을 놀다가 어둑해지자
아이들은 집으로 모두 다 돌아가고
그만 어쩌다 저만 혼자 산 위에 남게 되었어요.
산길이라는 것이 기어 올라가는 건 그런대로 쉽지만
내려오는 건 무섭고 힘들잖아요.
산 위에서 떠나가라고 엄마.....엄마.......하고 우니
엄마가 방 문을 열어놓고
문만 열면 바로 보이는 그 산엘 못 오시는 우리 엄마가
"숙아......숙아............우지말아.
숙아...... 울지말아......."
그 소리가 우는 저에게 들리기나 했겠습까마는
지금도 제 귓가에 환청처럼
그 날 엄마가 우는 나를 부르는 애절한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아요.
산 꼭데기 집에 운신을 못하고 앓아 누우신 엄마와
그 방에서 훤히 내다뵈는 동산 소나무 아래서 울고 있는 딸
힘없는 손을 내저어며 우지마라 달레며 함께 울었을 우리 엄마......
그렇게 한참을 울고 있는데 아버지가 오신 거예요.
풀을 잔뜩 베어 짊어지신 지게를 그대로 지고
한달음에 산으로 뛰어 올라오신 아버지가
날 보듬어 안고........
지금도 환영처럼 그 풀 냄새가 나는 것만 같아요.
사람이 살아가는 삶의 여정이라는 것이 꼭 그런것 같습니다.
지나고 보면 참으로 간단하고 우스운 것이
당한 그 순간에는 얼마나 절박하고 애가 타는지
조금만 시선을 돌리면
조금만 생각을 깊이 하면
조금만 세월이 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닌 것을
당한 그 순간에는 애간장이 타서 목울음을 울고.......
참 부질없는 근심으로 밤을 지세우는 것이
인생살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이제사 듭니다.
그리고......
내가 목젖이 아프도록 울음을 참다가
때로는 견딜 수 없어 목을 놓고 소리내어 울 때
날 같은 죄인 긍휼히 여기시는 우리 아버지 찾아와 주시잖아요.
내 마음 속에 오시어
눈물 씻어주시고
앞서 걸으시며, 뒤에서 도우시며
옆에서 손 잡아 함께 걸어주시잖아요.
여호와 하나님 우리 아버지
형용할 수 없는 그 사랑에 또 한 번 목이 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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