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 목록
  • 아래로
  • 위로
  • 쓰기
  • 검색

예화 머나먼 길(?), 남원에서 순천까지

첨부 1


          
머나먼 길(?), 남원에서 순천까지

어제는 장인어른 추도예배가 있는 날이었습니다.
그래서 점심때에 맞춰서 갔다가 예배를 마치고, 밤에 돌아올 생각으로 남원으로 향하였습니다.
그런데 구례와 남원 사이의 밤재 터널쯤에 이르자 가느다란 눈발이 날리기 시작했습니다.
“뭐, 조금 내리다 말겠지!”
그런데 웬걸!
남원 이백면의 처갓집에 이르자 눈은 앞을 가릴 정도로 펑펑 쏟아져 내렸습니다.
아이들은 어른들의 걱정에도 아랑곳없이 그저 즐거울 뿐이었습니다.
우리 넷째 딸은 이렇게 아름답고 하얀 눈은 아빠가 사주시는 것이 아니라 하늘에서 내린다는 것을 비로소 알게 되었습니다.
결국 이렇게 되어 어제 밤은 몸을 씻지도 못하고 처갓집 식구들과 함께 좁은 방구석에 이리 저리 처박혀 잘 수밖에 없었습니다.

눈은 밤새도록 내려 온 세상이 하얗게 변해 있었습니다.
오늘 아침, 날이 밝았지만 눈은 그치지 않고 계속 내리고 있었습니다.
TV 일기 예보에 보니 눈은 얼마간 더 내린다고 합니다.
“내일은 주일인데·····어떡하나····”
저는 점점 불안해 지기 시작했습니다.
우리 차는 봉고차 후륜구동이라 눈길에서는 맥을 추지 못합니다.
‘아이들을 두고 혼자 열차를 타고 가야 하는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다가 모험을 감행하기로 하였습니다.
잘 걸리지 않는 시동을 겨우, 겨우 걸어 차를 몰고 나갔습니다.
아무래도 구례쪽으로는 밤재를 넘지 못하여 갈 수 없을 것 같아 곡성으로 향하였습니다.
온 길바닥이 다 눈에 덮여 있거나 얼어 있었습니다.
“카센터가 어디 있지? 체인이라도 씌워야 하겠는걸!”
그런데 웬일인지 카센터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눈길에 시속 30km 이상의 속도를 낼 수가 없었습니다.
그 속도로 남원을 지나 곡성을 향하여 갔습니다.
그렇지만 길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차가 조금씩 미끌어질 때는 정말 앗찔했습니다.
그리고 눈발이 세차게 내릴 때는 앞이 잘 보이지 않았습니다.
온 신경으로 곤두세우고 가고 있는데 아이들은 뒤에서 웃고 떠들다, 싸우고 울기까지 하였습니다.
곡성에 접어들자 광주 순천 간 남해 고속도로로 가는 편이 나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곡성에서 남해고속도로 인터체인지로 가려면 또 하나의 고개를 넘어야 합니다.
걱정을 많이 했지만 염화칼슘을 잔뜩 뿌려놓았는지 큰 힘을 들이지 않고 넘어갈 수 있었습니다.
넘어가다 보니 사고 난 차 두 대가 있었습니다.
두 대의 차가 다 사륜구동 지프차인데 반대방향에서 서로 부딪힌 모양입니다.
고속도로 인터체인지에 이르러 시계를 보니 남원에서 곡성까지 한 시간이 넘게 걸렸던 모양입니다.

그래도 고속도로는 한결 나았습니다. 좀 얼어있는 곳도 있고 눈발이 세차게 날릴 때도 있었지만 그래도 큰 어려움 없이 순천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남원에서 순천까지 한 시간이면 족할텐데, 두시간반이나 걸렸습니다.  
그런데 순천에 들어와 보니 이거 완전 거짓말 같습니다.
우리는 정말 생명 내어걸고(?) 그 미끄러운 눈길을 헤치고 왔는데 말입니다.
도로에는 전혀 눈이 쌓여있지 않았습니다.
모든 차량들이 다 깨끗했습니다.
오직 우리 차만 온통 눈을 뒤집어쓰고 바퀴부근에는 얼음까지 크게 붙어 있었습니다.
순천은 정말 겨울에 눈이 쌓여 있는 것을 보기 힘든 곳입니다.
밤사이에 눈이 아무리 많이 내려도 날이 밝으면 다 녹아버리니 말입니다.
오늘은 다른 때보다 훨씬 추운 날씨인데 순천에 이르니 정말 포근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오늘밤은 마치 물샘 열둘과 종려 칠십주가 있는 엘림에 장막을 치는 기분입니다.

          
順天바람직한敎會


이런 글도 찾아보세요!

공유

facebooktwitterpinterestbandkakao story
퍼머링크

댓글 0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 하시겠습니까?

삭제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