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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평안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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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에 다니던 시절,
고민도 많고 걱정도 많던 그 시절에
나는 자주 해운대 동백섬을 찾았습니다.  
왜 공부를 해야 하는가?  
장차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가?  
내가 가진 믿음은 과연 진리인가?  
고등학생이면 당연히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고민들을
마치 나만이 하고 있는 듯
심각한 표정으로 바위에 앉아서 먼 바다를 바라보곤 했습니다.  
왠지 마음이 편해지는 느낌,
수평선처럼 마음이 고요해 지는 느낌,
그리고는 내가 좀더 큰 사람이 된 느낌을 가졌었습니다.

그런데 하루는 동백섬을 오르는 길 철망 뒤에
숨은 붉은 들장미 한 송이를 발견했습니다.  
‘야~ 어떻게 이런 곳에 이렇게 예쁜 꽃이 필수가 있지?’  
한참동안 그 꽃을 보다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 내가 다음에 올 때까지 이 꽃이 계속 피어 있어야 해...
아무도 이 꽃을 꺾거나 손댈 수 없어.... 내 꽃이야’

다음 주말이 되어 다시 그 곳을 찾은 나는 크게 낙심하고 말았습니다.  
아마도 누군가가 그 꽃을 꺾어 버린 것 같았습니다.  
분노가 치밀었습니다.  
사람에 대한 배신감이 생겼습니다.  
마치 가슴이 무너지는 것 같았습니다.  
‘누가 내 꽃을 꺾어버렸을까?  왜 꺾었을까?’  
그 꽃이 있던 철망 앞에 한참 서 있었습니다.  

그날 해운대 바다는 내게 더 이상 평안을 주지 못했습니다.  
동백섬은 더 이상 내게 아름다워 보이지 않았습니다.  
파도 소리는 유난히 시끄럽게 들렸고 갈매기도 밉게 보였습니다.  
내가 하고 있던 고민들은 더 깊은 수렁으로 들어가는 것 같았고,
나는 아무런 희망이나 가능성도 없는 것처럼 생각되었습니다.  
바다에서 얻었었다고 생각했던 평화스러운 마음은
장미 한 송이와 함께 날아가 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나는 아직도 그렇습니다.  
이 사람에게서 얻었던 기쁨을 저 사람 때문에 빼앗깁니다.  
이 일로 얻었던 만족을 저 일 때문에 빼앗겨버립니다.  
이것을 가지면 만족할 것 같았는데
저것을 가지지 못하므로 그 만족감마저 상실하게 됩니다.  
내 삶 주변에 존재하는 많은 것들에 가치를 부여하고
그것들을 통해서 때로는 안정감을,
때로는 위기와 불안을 느끼고 살아갑니다.  

나는 여전히 평안하지 않습니다.  

필라에서 가일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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