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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방법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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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곤님의 그림

          
방법이 없습니다.

오늘은 가까운 미용실에 가서 머리를 깎았습니다.
그 미용실집사님은 우리교회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는
제법 큰 교회의 집사님이십니다.
어떻게 그 집사님을 알게 되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언제부터인가 제 머리를 깎는 일을 그 집사님께서 맡아 하고 계십니다.
물론, 무료로 봉사해 주시는데, 저 뿐만이 아니라,
여러 개척교회 목사님들의 머리를 맡아 깎아주십니다.
머리를 깎을 때마다 송구스런 마음이 들어 머리가 좀 길어도
미루다, 미루다 더부룩해져서 가면,
“아니! 목사님! 미안해하지 마시고 이렇게 길기 전에 오세요!”하며 반겨 주십니다.
그래도 저는 머리를 깎으려 할 때마다 용기가 나지 않아
바쁜 아내를 억지로 대동하여 같이 갑니다.
그러다보니 그분과 많이 가까워지고 어려운 이야기도 나눌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오늘, 그분은 많은 넋두리를 쏟아 놓으셨습니다.
이래저래 안게 되어진 많은 빚, 남편이 저지러 놓은 보증 빚,
거기에다가 여섯 살 먹은 친정집 조카아이까지 맡아 기르고 있답니다.
한달이면 120여만 원이 이자며 월세 등으로 나가야 하니,
열심히 일을 하고 있지만, 지금 이 상태에서는
아무리 생각해도 끝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하나님 앞에 기도를 하다가도,
원망을 하기도 하고, 투정을 부리기도 한답니다.
정말 열심히 돈을 벌어, 하고 싶은 일도 많고, 돕고 싶은 곳도 많은데,
이렇게 빚과 그 이자를 갚다가, 이제는 지칠 대로 지쳤다는 것입니다.
저는 그분의 말씀을 들으면서 얄팍한 위로의 말조차 할 수 없었습니다.
너무 궁색한 것 같아서 말입니다.
어찌 저의 주위에는 그런 분들이 많이 계신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그 분들을 위해서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는데 말입니다.

우리 주위에 그렇게 어려움을 당한 사람들이 있을 때,
교회는 과연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요?
그분들이 가정경제를 잘 꾸리지 못한 것을 말하기 이전에,
빚보증은 서주지 않는 것이 좋다고 말하기 이전에,
이미 그런 일을 당한 성도들에 대해 교회는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요?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지만, 교회는 그분들에게 아무 일도 할 수 없습니다.
오늘날 일반적인 한국교회의 구조 하에서는
그런 분들을 위해 거의 도움을 줄 수 없게 되어 있습니다.
작은 교회는 물론이고, 대형교회라고 할지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무런 방법이 없습니다.
성도 가운데 파산하여 거지가 되거나 죽기까지 한다고 하여도,
일이 터진 이후에야 그분들을 위해
얼마 정도의 위로금이나 구제금을 던져줄 수는 있어도,
그 이전에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줄 수 없는 구조가 되어 있습니다.

우리의 교회 내에도 자본주의적 경제논리가 그대로 적용되고 있지 않습니까?
저는 교회를 개척하면서 그런 생각을 했었습니다.
‘오늘날의 교회들과 똑같은 교회라면 또 하나의 교회를 개척할 필요가 있겠는가?’
그러나 교회를 개척하여 나가면서
우리교회도 여느 교회와 전혀 다를 바 없는 무력한(?)교회임을 깨닫습니다.
방법이 없습니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말입니다.
아무 대책도 없이 그저 같이 아파하는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의 모습입니다.
저의 생각 같으면 이스라엘의 키부츠같은 형태의 공동체를 이루어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같이 더불어 살아갔으면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기독교공동체에 대한 책을 읽어보며, 꿈도 꾸어봅니다마는
저에게 있어 그 일은 아주 요원해 보이는 일입니다.
그리고 자꾸만 그런 꿈과 멀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래도 눈앞에 있는 작은 일 하나, 하나 해 나가는 것이
우리의 일이라 생각하고 하루, 하루를 그렇게 살아갈 뿐입니다.

          
順天바람직한敎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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