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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맥 할머니 이야기 (3) - 맥 할머니를 어떻게 만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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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맥 할머니를 저보다 먼저 만난 동양인 기독교 상담자가 있었습니다. 그 분은 약 3주간 상담을 했습니다.  매주 1-2회 만나는 동안 그 상담자는 매번 같은 이야기를 들어야 했습니다. 알고 보니 할머니는 어떤 사람에게도 늘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현지인 선교사였던 아버지의 죽음, 생사를 알지 못하는 어머니, 죽음의 문턱에서 목숨을 건진 것,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었던 결혼, 도피하듯 건너온 미국 땅, 그리고 남편의 끊이지 않는 구타.... 여성 봉사센터에 있는 모든 자원 봉사자들은 이미 그 이야기를 외고 있을만큼 자신의 삶이 얼마나 비극적이며 얼마나 고통스러운지를 이야기하고 다녔습니다.  

그 상담자는 지치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뭔가 새로운 이야기를 하든지 아니면 자기 이야기를 들어줘야 할텐데 할머니는 늘 자신의 같은 이야기만을 하기를 원했습니다.  결국 할머니의 결론은 하나님이 왜 자신을 이렇게 고통스럽게 살게 하는지 모르겠다는 것과 남편을 결코 용서할 수 없다는 것, 그리고 자기 주변의 사람들은 사랑도 자비도 없는 사람들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 상담자는 결심했습니다.  이렇게 들어줄 수만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가장 먼저 '고난에 대한 하나님의 뜻'이라는 주제와 '용서'와 '분노'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아마도 하나님의 뜻이 있을 것이다. 따라서 그 뜻을 생각하고 남편에 대한 분노를 버리고 예수님처럼 용서해야 하지 않겠는가?  남편을 미워하고 용서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 회개해야 한다" 라는 요지였습니다.  

할머니의 얼굴이 일그러졌습니다. 조금 전까지 남편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보여주었던 분노의 눈빛이 상담자를 향해서 쏟아졌습니다.  

"남편을 용서하라고?  
예수님이 나를 용서했던 것처럼 내 남편을,
지난 50년간 매일 나를 때리고 학대한 남편을 용서하라고?  
나더러 회개하라고...?  
평생 고통 당해 온 나더러 회개하라고....
이 모든 게 하나님의 뜻이라고?  
내가 고통 당하고 학대 받은 것이 하나님의 뜻이라고?  
만일 당신이 나의 인생을 살았다면
하나님의 뜻을 그렇게 쉽게 받아들이고
당신을 평생 학대한 남편을 그렇게 쉽게 용서할 수 있어?"
  

할머니는 눈물을 흘리며 소리쳤습니다. 

"당신도 똑같애... 다른 사람들과 똑 같애...
왜 다들 나보고만 참으라고 해... 나더러 용서하라고 해...
왜 내가 참고 왜 내가 용서해야 해...
나는 평생을 참아왔어...
아니 힘이 없어서 참을 수 밖에 없었어...
이제 남편 변수발까지 하면서 나보고 감사하면서 하라고....
난 못해... 난 못해... 난 너무 억울해.... 너무 불공평해...."


 할머니는 다시는 그 상담자를 찾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사실 알고 보니 할머니는 많은 사람과 그런 방식으로 관계를 끊었습니다. 할머니는 누군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을 늘 찾아다녔습니다. 여성봉사센터에 나온 것도 그곳에서 다른 사람보다 좀더 친절하고 착한 사람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할머니를 도와주겠다고 만났던 많은 사람들은 할머니에 대해 곧 지쳐갔습니다.  

 과연 할머니를 어떻게 만나야 할까요?  이 할머니에게는 어떤 문제가 있을까요?  그 누가 보아도 참으로 불쌍하고도 눈물나는 삶을 살아온 맥 할머니... 그 고난의 삶에 지치고 지쳐서 자신 조차도 자신의 인간적인 가치에 대한 확신을 가지지 못하는 맥 할머니.... 가슴에 쌓인 그 수많은 사연과 눈물과 한숨과 분노를 작은 동정의 눈빛만 보면 그저 쏟아 놓으려는 맥할머니.... 과연 그녀에게 기독교 상담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여러분이 그 할머니를 만난다면 어떻게 그 할머니를 도울 수 있을까요?

필라에서 가일 아빠

p.s. 죄송함다....
원래 3번째 글에서 마무리를 지으려고 했는데,
이거 내일이 주일이고 오늘 오후에 급한 상담이 있어서 시간을 내지 못했습니다.
잠시 앉아서 글을 쓴다고 써 보았는데, 횡설수설이군요...
맥 할머니를 어떻게 만날 것인가의 문제는 가능하다면 내일 다시 올리겠습니다.
용서해 주시옵소서.
아참, 그리고 맥 할머니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얼마 전 할아버지와 지내시던 집을 팔고
노인 아파트로 들어가신다고 했습니다.
미국에서는 그게 좋을 수 있습니다.

그럼 평안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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