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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어등골 이야기 21 - "헌금, 누가 가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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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부턴가 젊은 사람들은 도심으로 빠져나가고, 그것도 여의치 않은 젊은 사람 몇만이 노인들과 이웃해 살아가는 어등골에서 산 지 어느덧 3년이 다 되어 갑니다.

   3년…, 열 명도 채 안되는 아이들과 뻣뻣한(?) 남자 집사님 두 분이 선생님으로 더불어 섬겨온 유년주일학교…. 그런데 올 들어 중학교에 진학하는 아이도 있고 또 다른 곳으로 이사 가는 아이도 생겨서, 부득불…그러나 '예배는 부모와 자녀가 함께 드리는 것이 좋다'고 하는 평소의 생각대로 나는 어린이예배와 장년예배를 통합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엄마 아빠와 함께 예배를 드리는 것 외에 어린이들이 겪는 외적인 변화 중 하나는 주일헌금 봉투를 사용하는 것이었습니다. 새해 첫 주일예배가 시작되기 전, 아이들은 자신의 이름이 적힌 헌금봉투를 받아들고 다들 좋아했습니다.

   지난 주일 오후예배를 마친 뒤, 나는 헌금봉투를 미리 챙겨두기 위해 봉투꽂이에서 우리 가족의 헌금봉투를 꺼내다가 제일 앞에 있던 희상이의 것을 보고는 깜짝 놀랐습니다. 1100원, 1100원, 1100원, 3710원…. 1100원은 엄마 아빠가 챙겨준 1000원에 용돈 100원을 보탠 것입니다. 그런데 3710원이라니….

   언젠가 엄마 아빠의 헌금 봉투를 본 희상이가 "왜 아빠가 우리 집에서 헌금을 제일 많이 해요?"하고 나에게 물은 적이 있습니다. 그 때 나는 희상이에게 '가난한 과부의 두 렙돈'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과부가 생활비 전부를 바친 것은 여러 부자들처럼 자신의 부(富)를 자랑하고자 함이 아니라, 그저 자신을 하나님께 전적으로 드리는 행위이며, 또한 예수님의 관심은 '얼마'에 있지 않고 '어떤 마음으로 하느냐'에 있음을 애써 설명해 주었었습니다.

   '3710원이라….' 희상이에게는 거액(巨額)입니다. 아니, 우리 교회 성도님들의 주일헌금 랭킹으로 따진다해도 족히 열 손가락 안에 드는 거액입니다. 집으로 돌아온 나는 문득 지난 토요일 희상이가 저금통을 열어 달라고 했던 일을 생각해 내고는 희상이의 저금통을 확인해 보았습니다. 저금통은 텅 비어 있었습니다.

   사실 희상이의 3710원은 그동안 집에 찾아온 손님들이 지폐라도 쥐어주고 가면 가정경제를 살리는데 보태는 댓가(?)로 100원 또는 200원씩 받아 모은 것이었습니다. 그야말로 희상이에게는 과자의 유혹과 장난감의 유혹 등 수많은 유혹을 이겨낸 삶의 결정체였던 것입니다. 그런데 그것을 고스란히 다 헌금한 것입니다.

   나는 거실에서 놀고 있는 희상이에게 다가가 물었습니다.

   "희상이, 오늘 헌금 얼마했어?"
  
   "저금통에 있던 것…다 했는데요!"

   "왜?"
  
   "…아빠가 우리 집에서 헌금 제일 많이 하니까 나도 많이 하고 싶었어요…근데 아빠, 헌금은 누가 가져가요?"

   "음…우리 교회 헌금을 관리하는 공 집사님이 가져가서 그것으로 목사님 생활비도 드리고…교회 전기요금이나 전화요금도 내고…어려운 이웃도 도와 주고 그러지…."

   내 말을 들은 희상이의 얼굴엔 이내 아쉬운 표정이 짙게 드리워졌습니다.

   "나는…예수님이 밤에 내려와서 가져가는지 알았는데……이럴 줄 알았으면 조금만 할건데…."

   어느새 희상이의 손에는 빈 저금통이 들려 있었습니다. 나는 빈 저금통을 만지작거리는 희상이에게 말했습니다.

   "희상아, 헌금은 하나님께 드리는 거야…그래서 하나님이 그것을 받으실 때 의미가 있는 것이고…또 교회에 보탬이 되는 거야…헌금을 무조건 많이 한다고 해서 교회에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란다…더구나 가난한 사람에게 적선하는 것처럼 맘 내키는대로 하는 것도 옳지 않아……희상아, 전에 아빠가 말한 '과부의 두 렙돈' 생각 나? 안나?…"

   "…나요…"

   "그 과부가 헌금한 돈은 요즘 가치로 따지면 아주 적은 돈이야…어쩌면 몇 백원에 불과할지도 몰라…그게 다였는데 그걸 다 헌금한 거야…그 돈이 없으면 굶어야 하는데…근데 예수님은 이 가난한 과부를 미련하다고 꾸중하시지 않고 칭찬해 주셨단다…왜냐면…예수님은 이 과부가 낸 헌금을 보신 것이 아니라 주님만 의지해서 하나님께 모든 것을 돌려드리는 그 마음을 보셨기 때문이란다…그렇다고 해서 아무렇게나 단돈 백원이라도 내 정성으로 드리면 하나님이 받아 주실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안되겠지……중요한 것은 하나님께 진정으로 감사하는 마음으로 하는 거란다. 찬송도 기도도 헌금도……아무튼 두 렙돈을 바친 과부를 칭찬하신 예수님 보시기에 우리 희상이도 아름답게 보였으면 좋겠구나…."

   나는 아직 정해진 용돈이 없는 희상이에게 돈을 왜 벌며, 어떻게 써야 하는지에 대해 잠시 설명해 주고 난 뒤, 100원짜리 동전 몇 개를 건네주었습니다. 희상이는 동전을 곧장 저금통에 넣고는 흔들어보이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근데…아빠, 내가 낸 헌금…집사님이 가져 갔어요?…하나님이 가져 갔어요?"

   '으……'

   아직 당당 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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