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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소나무가 사는 법 (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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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이 이 세상을 만들 때 이야기입니다.
하나님은 땅을 만드신 다음에 땅한테 말씀하셨어요.

"땅아, 너는 풀과 나무들을 내 놓아라."

그러자 땅에서 초록색 풀과 나무들이 쏘옥쏙 돋아나기 시작했지요.
하나님은 싱싱하게 자라나는 식물들을 보시고 고개를 끄덕이며 좋아하셨답니다.
연한 풀로 뒤덮인 산자락

          
하나님이 하신 일 중에 두 가지를
나는 아주 싫어했지.
따먹으면 안 되는 과일나무를 에덴 동산에 두신 것과
인간에게 자유의지를 주신 것.  

그건 이렇구 이래서 이렇게 하신 겁니다.
목사님의 설교를 들을 땐
으응, 그래서 그런 거였구나 하다가도
내 마음은 고무줄 잡아당겼다 놓은 것처럼 늘 제자리였어.

에구, 하나님!
그러게 왜 그 나무는 에덴 동산에 두셨냐고요오?
그 나무, 꼭 거기에 심어야 하셨다면
사람한테 자유의지를 주시지나 말든지요오.
하나님 땜에 오늘날 제가 이 고통을 당하고 있지 않습니까요오?

그 땐 내가 무슨 짓을 하는지도 모르고
하나님께 핑계 대는 아담처럼
하나님을 막 원망했지.
못된 짓 할 때마다,
못된 생각 품고 괴로울 때마다,
환난의 골짜기에서 힘들 때마다,
그리고 세계의 모든 부조리한 일들과 죄악들을 볼 때마다,
모든 게 순전히 하나님 탓이라고......

하나님은 그런 나를 진짜 오래 참아주셨어.
교회 다닌 지 십 삼 년쯤까지 그랬으니까.

그러던 어느 날 창세기를 읽다가 고개를 갸우뚱했어.
하나님이 아담에게 아내를 주시기로 하셨는데
들짐승들과 새들을 데려와서는
아담더러 이름을 지어주라고 하신 다음에
그 일을 다 마치자 깊이 잠들게 하시고  
아담의 갈비뼈로 하와를 만드셨다는 거야.
이상하지 않니?
아내 주시는 거랑
짐승들 이름 지어주는 게
도대체 무슨 상관이 있는 거냐구.

하도 이상해서 여쭈었지.
"하나님, 그거 왜 그러셨는데요?"
즉시 내 마음에 그림이 떠올랐어.
코끼리 두 마리, 원숭이 두 마리, 사슴 두 마리......
앵무새 두 마리, 까치 두 마리, 종달새 두 마리......
이름을 지어주려고 찬찬히 살펴보는 아담.
사랑에 겨운 수많은 한 쌍들을 보며
아담은 생각했을 거야.
아, 나만 혼자구나. 나도 짝이 있었으면 좋겠다아아아!!!

하나님은 그림만 보여주시고 침묵하셨어.
나는 생각하고 생각하다 결국 깨닫고 말았지.
하나님은 아담이 소원을 가질 수 있게 하신 다음에
원하던 것을 받는 기쁨을 누리게 하신 거야.
사람들을 강제로 밀어붙이지 아니하신 걸 보면
하나님은 사람을 정말로 존중하신 게 분명해.
자유의지를 주신 건 존중, 바로 그것 때문이었어.
그리고 그 나무는 사람이 하나님의 말씀을 들을 건지 말 건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두신 거였어.
애고애고!
첫 번째 조상님, 이런 하나님을 어찌 배반하였소?

나는 그제야 겨우 하나님의 마음이 헤아려졌어.
사람에게 주신 인격을 함부로 침범하지 않으시려
위험한 줄 다 아시면서도
조마조마 마음 졸이며 지켜보셨을 하나님......
결국 스스로 죄의 길로 간 사람을 구하시려고
사랑하는 외아들을 제물로 삼으셨지.
그뿐인가.
성령님도 보내시어 우리를 인도하게 하시잖아.

그러고 보니 하나님 가족이 총출동하셨네.
속만 썩이는 사람이 대체 하나님께 무엇이길래.
......
오! 하나님, 제가 잘 모르고 원망하였습니다.
저를 용서하소서. 용서하소서.
나는 엎드려 눈물로 빌고 말았단다.

에 소나무 한 그루도 싹을 틔웠어요.
풀들은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 키가 금세 커졌어요.
조금씩 더디 자라는 소나무는 곧 풀들 속에 파묻히고 말았지요.

"아이, 좀 비켜봐. 햇볕이 가려지잖아."
소나무는 짜증을 냈어요.
"흥! 누가 너보고 땅꼬마 하래?"
풀들은 코방귀를 뀌더니 자기들끼리 떠들어댔어요.
소나무는 화가 났어요. 그래서 하늘을 향해 소리질렀어요.

"하나님, 너무 불공평해요.
풀들은 쑥쑥 자라게 하시면서 왜 저는 조금씩 자라게 하세요?"
하나님이 대답하셨어요.
"풀은 빨리 자라야 한다. 그것이 너에게는 좋은 일이야."
"풀 때문에 햇볕도 못 쬐는데 그게 무슨 좋은 일이예요?"
"......"
"말도 안 돼요."
"......"
"저도 풀들처럼 빨리 자라게 해 주시든지 아니면 저 풀들 좀 없애 주시라고요."

소나무는 소리소리 질렀어요.
하지만 하나님은 더 이상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셨지요.
"흥! 풀들만 사랑하시는 거죠? 좋아요. 내 힘으로 꼭 저 풀들을 이기고 말 테니까요."
그 날부터 소나무는 뿌리를 더욱 깊게 뻗으려고 애쓰고,
풀잎 사이로 간신히 비쳐드는 햇살 한 조각도 놓치지 않으려고 있는 힘껏 가지를 내밀었어요.
"아유, 힘들어. 풀들은 맘놓고 사는데 난 이게 뭐람?"
소나무는 지쳐서 그만 두고 싶을 때도 많았어요.
그때마다 '흥! 하나님이 그럴 수 있어? 난 그런 하나님 필요 없어.'
하며 더욱 억척스레 일을 하였어요.

어느 날 거센 폭풍우가 불어오는 밤이었어요.
번쩍이는 번개 칼은 캄캄한 밤하늘을 쫙쫙 찢고,
하늘이 무너지는 듯 엄청난 천둥소리가 들려왔어요.
그리고 거센 바람은 사정없이 풀과 나무들을 흔들어댔어요.
소나무는 뿌리로 땅을 꽉 움켜잡고 있었어요.
하지만 오래 견디지 못할 것 같았어요.
소나무는 벌벌 떨면서 저도 모르게 외쳤어요.
"하나님! 살려주세요! 하나님! 하나님!"
그리곤 정신을 잃었답니다.
      
눈을 떴을 때는 아침이었어요.
소나무는 눈이 부셨어요.
금빛 아침 햇살이 소나무 위에 함박 쏟아지고 있었거든요.
"와아! 멋지다."
움츠렸던 가지를 쭈욱 펴니까 키가 한 뼘은 자라는 것 같았어요.
소나무는 다 쓰러져 누운 풀들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어제 밤에 무서웠던 기억이 되살아났지요.
"비바람이 쓰러뜨렸구나. 아유, 나도 큰일 날 뻔했어."
소나무는 저절로 몸이 부르르 떨렸어요.
그렇지만 온 몸으로 쏟아지는 햇살을 받으니까 기분이 좋아졌어요.
"흥! 나를 못살게 굴더니 벌받은 거야."
쓰러져 누운 풀들을 보며 소나무의 마음은 의기양양했답니다.

그런데 풀들은 죽은 게 아니었어요.
이듬해 봄이 되자 그 자리에 새싹들이 돋아났어요.
풀들은 또 쑥쑥 키가 자라 햇볕을 가리는 거예요.
"아유, 속상해! 왜 풀들만 예뻐하는 거예요? 좋다구요!"
소나무는 늘 투덜투덜 그렇게 살았어요.
계절이 오고 가는 대로 풀들은 쑥쑥 자라고 죽고, 자라고 죽고......
그러는 사이 소나무도 조금씩 키가 자랐어요.

그러다가 어느 해부터인가는 풀이 아무리 빨리 자라도
더 이상 햇볕을 가리지 못하게 되었어요.
드디어 소나무 키가 풀보다 더 커버린 거죠.
"좋아. 이제부터는 너희들이 그늘에 있을 차례다."
소나무는 할 수 있는 한 가지를 넓게 펼쳤어요.
풀 위에 그늘을 만드느라 제 몸이 비틀어지는 것도 몰랐답니다.
소나무에게 햇볕을 빼앗겨버린 풀들은 잘 자랄 수가 없었어요.
소나무 아래에는 점점 맨땅이 벌겋게 드러나게 되었어요.
나중에는 풀 씨가 날아와 앉아도,
"여기는 내 땅이야. 아무도 못 들어와."  
하고 심술을 부렸어요.

크게 자란 소나무는 솔방울을 맺었어요. 엄마나무가 된 거예요.
소나무는 솔방울을 정성스레 키웠어요.
""귀여운 아기들아. 엄마가 풀 때문에 얼마나 고생했는지 아니?
너희들한테는 그런 고생을 시키지 않을 거야.
멀리 가지말고 엄마한테 바짝 붙어 있으렴. 엄마가 키워줄게.
엄마 봐라. 얼마나 멋지니? 너희들도 엄마처럼 멋진 소나무가 될 거야."
소나무는 날마다 솔방울에게 속삭였어요.

드디어 다 여문 솔 씨가 땅으로 떨어졌어요.
소나무는 아기 소나무들이 싹이 틀 때를 기다렸어요.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소용이 없었어요. 그 다음 해에도 마찬가지였지요.
그 다음 해에도, 그 다음 해에도......
 "웬 일일까? 뭐가 잘못된 거지?"
소나무는 그 까닭을 알 수 없었어요. 그래서 슬프고 외로웠지요.
이제까지 애쓰며 살아온 세월이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여겨졌어요.
살고 싶은 마음도 없어졌어요. 재미있는 일이 하나도 없었으니까요.

소나무가 시름에 잠겨 있을 때 하나님이 나타나셨어요.
"소나무야, 왜 그리 기운이 없느냐?"
소나무는 놀랐어요. 하나님을 너무 오랫동안 잊고 살았으니까요.
소나무는 아직 어린 나무였을 때 자신을 도와주지 않는다고 마구 불평하던 기억이 떠올랐어요.
하지만 지금은 투덜거릴 기운도 없었어요.
"왜 그리 기운이 빠졌느냐?"
하나님이 또 물으셨어요.
"슬퍼서 그래요."
"무엇이 너를 슬프게 하느냐?"
"제 씨앗들이 죽었습니다."
"그렇지 않다."
"그러면 왜 싹이 트지 않나요?"
"너 자신의 독 때문이란다."
"독이라뇨? 무슨 독이요?"
소나무는 깜짝 놀라서 말했어요.
"네가 풀들을 미워하는 동안 너의 몸 속에 독이 생겼어.
너한테서 독이 뿜어져 나오니까 네 근처에는 아무도 살 수 없게 된 거야."
"저의 씨앗들도 그래서 죽었나요?"
"그렇지. 사실 풀들은 너를 도와주었단다."
"언제요? 내 햇볕만 빼앗았는데요."
"어린 너를 쓰러지지 않게 했고, 죽어서는 너의 거름이 되었지."
소나무는 그제야 하나님이 왜 풀들을 없애지 않았는지 알았어요.
"죄송해요, 하나님. 제가 잘못했어요. 용서해주세요."
"그래, 너를 용서하마. 네 씨는 죽지 않았단다.
바람이 불거든 되도록 멀리 날아가게 하여라.
그러나 너에게 생긴 독은 네 자손에게 유전되리라."

소나무는 울었어요.
자기 때문에 자손들이 대대로 독을 품고 살게 되었으니까요.
"그래도 씨가 죽지 않았다니 얼마나 다행이야?"
소나무는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솔방울 키우기에 정성을 들였어요.
"얘들아, 바람이 불면 뛰어내려서 엄마한테서 멀리 떠나가라. 그래야 살 수 있단다.
그리고 풀이 햇볕을 가려도 불평하지 말고 잘 견뎌야 한다.
하나님이 너희를 길러 주실 거야. 알았지?"
소나무는 엄마 곁을 떠나는 솔씨들에게 꼭꼭 그렇게 타일러 보냈어요.
이 세상에 맨 처음 살았던 소나무부터 지금까지, 소나무들은 그렇게 살고 있어요.
그걸 어떻게 아느냐고요?
깊은 산에 가거든 한 번 자세히 살펴보세요.
큰 소나무 밑에는 풀은 없고 솔잎 낙엽만 수북한 걸 볼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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