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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병아리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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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2월...

아이들의 정시원서를 쓰느라... 추운 겨울도 잊고 바삐 보내었던 달이었다. 아이들의 마음이 어떨까... 12년의 기나긴 학교생활을 소위 좋은 대학에 입학함으로 잘 마무리하고 싶고, 부모님의 큰 기대에 부응도 하고 싶고, 간혹 들리는 취업대란의 소식을 마음에 떠올리며... 정말 불안한 시간들을 보내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 아이들의 마음을 생각하며... 유독 학비감면이 많은 우리반 아이들의 어려운 상황을 생각하며... 서서히 원서를 쓸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런 12월의 어느날... 나는 점심식사를 하러 교직원 식당으로 내려가고 있었다. 선생님들과 팔짱을 끼고, 하하호호하며~ 걸어가고 있었는데, 우연히, 아주 우연히... 내 뒤에 내려오는 선생님들의 수근거리는 소리를 듣게 되었다. 언뜻 내 이름이 들리는 것 같아서였다. 그 소리는 다음과 같은 것이었다.

<요즘 우리학교 고3아이들이 원서를 쓰는데, 자기반 담임을 믿을 수 없어서, 다른 선생님한테 상담하러 다닌데... 저 앞에 가는 김현주선생은 자기반 아이들이 그렇게 한다는 걸 전혀 모르고, 저렇게 웃으면서 다니네~ 킥킥킥~>

뒤에서 말하고 있는 선생님들이 눈치를 못채게, 살짜기 뒤를 보았다. 연세가 지긋하신 분들이었다. 고3담임을 몇번씩 하신 선생님들이었다... 그분들에게 속상한 마음이 들기도 하였지만, 그분들뿐만 아니라,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자신들의 예전 시절을 기억치 못하고, 또한 상대방의 입장보다는 우선 자신들의 관심사를 우선시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기억하며... 이해하기로 했다.

하지만, 한쪽으로는 우리반 아이들 생각이 간절해졌다. 우리반 아이들이 불안해하는구나... 아이들이 불안해해... 담임경력 20년이상, 고3 담임경력 5년이상되는 연세가 지긋하신 다른반 선생님들 틈에서, 20대의 새파란 처녀담임선생님... 게다가, 자기들과 똑같이 다른반 선생님들로부터 배운 졸업생 선생님(나는 이 학교의 졸업생이기도 하다. 그리고, 옆반 선생님들중에는, 나의 고등학교 시절 담임선생님도 계셨다)... 자기들과 똑같이 크라잉넛과 브라운아이즈를 좋아하며, 생깐다~(무시한다~라는 말의 아이들 속어)라는 말을 쓰는 신세대 선생님... 아이들에게는 그런 내가 고3담임으로서, 한없이 어려보이며~ 미숙한 선생님으로 보이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섭섭한 마음보다 이해되는 마음이 앞서며... 불안한 아이들의 마음을 이대로 두면, 원서쓰는데에 나쁜 영향을 줄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님... 어찌 할까요... 하나님께 지혜를 구하기 시작했다.

너희 중에 누구든지 지혜가 부족하거든 모든 사람에게 후히 주시고 꾸짖지 아니하시는 하나님께 구하라 그리하면 주시리라(약1:5)

헤세드~ 신실하신 하나님~ 께서는 그런 나에게 응답해주셨다. 그날밤~ 큐티를 하고 있는 중에, 고린도전서 9장의 말씀을 통해서, 확실한 깨달음을 주셨다.

내가 자유자가 아니냐 사도가 아니냐 예수 우리 주를 보지 못하였는냐 주 안에서 행한 나의 일이 너희가 아니냐 다른 사람들에게는 내가 사도가 아닐지라도 너희에게는 사도니 나의 사도됨을 주안에서 인친 것이 너희라(고전9:1,2)

이 말씀중에서 <사도>라는 말이, 나에게는 <담임선생님>으로 보였다^^ ㅋㅋㅋ^^ 특별히 2절 말씀이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내가 <담임선생님>이 아닐지라도 너희에게는 <담임선생님>이니 나의 <담임선생님>됨을 주안에서 인친 것이 너희라~ 아멘~

그렇다~ 아무리 내가 미숙하고 어린 선생님이라고 할지라도, 나는 <하나님이 세운> 3학년10반의 담임선생님인 것이다~ 우리 3학년10반을 가장 잘 보살펴주고, 진학지도를 가장 잘 할 수 있다고 <하나님께서 인치시고 보내어주신> 담임선생님인 것이다~  감사합니다~ 하나님~

그날밤... 나는 귀한 말씀을 허락해주신 하나님께 감사를 드리며... 3가지를 굳게 약속드렸다.
★ 하나님, 이번에 아이들과 원서상담을 하면서, 아이들 한명한명 하나님께 예배를 드리는 마음으로 상담하겠습니다. 제가 하나님께 하듯이, 온맘과 온뜻을 다해~ 원서를 쓰겠습니다~
★ 하나님, 3학년10반의 아이들, 한명한명 하나님께서 저에게 부탁하시고, 맡겨주신 하나님의 귀한 자녀들이라는 사실을 항상 잊지 않고, 명심하겠습니다. 제가 주님의 청지기임을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 하나님, 그 결과는 하나님께 맡기고, 계속적으로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서 기도하겠습니다.

그 다음날... 조례시간... 우리반 아이들에게 똑바로, 앉으라고 말했다. 아이들은 내가 평소 <똑바로>라는 말을 쓰지 않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내가 그 말을 쓰는 순간~ 무언가 우리 담임선생님이 진지한~ 말씀을 하시려나 보다... 하고, 똑바로 앉아서, 나에게 집중하기 시작했다.

얘들아... 선생님은... 너희들중에 몇몇이 담임선생님인 내가 아닌, 다른 선생님들에게 찾아가서 원서상담을 하고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단다. (이말을 듣는 순간, 몇몇의 아이들이 얼굴이 빨개지며 고개를 숙이기 시작했다.) 얘들아... 난 너희들이 불안하고 답답해서, 그렇다는 것을 알고 있단다. 그리고, 너희들이 담임선생님인 내가 다른 선생님들과 비교해볼 때, 너무 젊고, 경험이 없어 보여서, 나를 믿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단다. 만약, 이런 상황속에서 담임선생님인 나와 상담을 하고 원서를 쓴다면 너희들은 얼마나 불안하겠니... 우리가 지난 1년간 정말 이 시간을 위해서 열심히 공부해왔는데... 이렇게 흔들리면 그 시간들이 얼마나 억울하니...(아이들의 얼굴을 보니~ 다들 진지한 표정이었다.) 그래서, 나는 오늘, 너희들이 잊고 있는 사실 한가지를 상기시켜주기 위해서, 이렇게 어려운 이야기를 시작하기로 했단다~ 선생님이 몇가지만 너희들에게 물어볼게~

하나님이 너희들에게 세워주신 고3 담임선생님이 누구지? (김현주선생님요~)
그럼, 왜 하나님께서 김현주선생님을 너희들의 담임선생님으로 세워주셨을까? (우리에게 가장 적합한 선생님이시기 때문이예요~ 우리에게 딱 맞는 선생님이시기 때문이예요~ - 참고로, 대부분이 비기독교신자인 아이들이 이렇게 말했다는 사실이 정말 놀라웠다^^)
그럼, 누가 너희들의 원서를 가장 잘 쓸 수 있을까? (김현주선생님요~)
그럼, 이제 너희들은 선생님을 믿니? (네~~~~~~~)
얘들아 명심하렴~ 하나님께서는 너희 한명한명을 사랑하시고, 너희들에게 정말 멋진 계획들을 가지고 계시다는 사실을 말이야~ 알겠지? (네~~~~~~~)

아이들의 표정을 보니, 싱글벙글하며~ 방글방글 웃고 있다~ 너무 예쁘다. 그럼~ 하나님의 귀한 딸들인데~ 어딘들 안 이쁠려구^^

수시모집에 합격한 1번 선곤이를 빼고, 2번 승미부터, 33번 민지까지... 사흘에 걸쳐서 모든 아이들과 원서상담을 끝냈다. 주님께 드렸던 3가지의 약속을 계속 기억하며~ 아이들이 편안하게 상담할 수 있도록~ 조용한 장소를 찾아서, 상담을 무사히 잘 끝냈다. 33번 민지의 마지막 원서상담을 끝내고, 하나님께 감사기도를 드릴 때~ 하나님께서는 이루말할수 없는 기쁨을 내게 주셨다~ 헤세드~ 하나님~

그렇게 상담을 끝내고, 지친 몸을 이끌고, 교무실에 돌아오니, 한 아주머니께서 날 보고 웃으시며, 인사를 꾸벅 하신다. 알고보니, 우리반 아이의 어머니셨다. 대학교수이며, 학과장이기도 하셔서 매우 바쁘실텐데 왜 오셨는지 참 궁금했다. 게다가 그 아이는 성적도 좋아서, 자기가 원하는 대학교에 지원을 하였고, 상담까지 다 마친 상황이라서, 굳이 오실 필요가 없으셨는데 말이다. 어안이 벙벙한 내 얼굴을 보시며~ 어머니께서는 소녀같이 해맑게 웃으시고는,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선생님께서 너무 수고하시는 것 같아서, 약밥을 좀 만들어오셨다고(한약재의 색깔별로, 무척 많이 만들어오셨다. 식품영양학과 교수님이 친히 만드신 온갖 한약재의 약밥을 내가 먹어보다니~ 쩝~), 그리고, 목마르실까봐 식혜를 만들어오셨다고, 마지막으로~ 정말 날 놀라게 한 것은, 많은 아이들과 상담하느라고, 입술이 트셨을 것 같아서, 입술연고를 사오신 것이다. 나를 비롯한 주위의 모든 선생님들이 이 학부형의 정성과 따뜻한 마음을 보고... 입을 다물 수 없었다... 그 어머님은 병아리 선생님을 위로하기 위해서 하나님께서 보내어주신 천사였다~ 어머님이 돌아가시고 난 후, 그분이 친히 싸가지고 오신 도시락통을 깨끗이 씻고, 그 속에, 카드한장을 넣어 내 마음을 실어보냈다~

어머님~ 감사합니다~ 지치고 힘든 교직생활이지만, 어머님같은 분들이 계셔서... 얼마나 힘이 되는지 모릅니다. 제가 고3담임으로서 어리고 미숙하지만, 이런 저를 믿어주시고, 귀한 자녀를 맡겨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병아리 선생님을 끝까지 믿어주고 신뢰해주었던 3학년10반 아이들과...
병아리 선생님을 믿고 귀한 자녀를 맡겨주신 아이들의 부모님들과...
헤세드... 하나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 저희반아이들의 진학을 위해서 기도부탁드립니다~ 샬로미~

<EMBED src=http://kjhn.hihome.com/music/wish.asf width=0 height=0 loop="11" volume="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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