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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봄나물 냉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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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나물 냉이국

이번 겨울에는 유난히도 추웠지만 어김없이 봄은 돌아오고 있었다.
추위에 온 잎을 움츠리며 얼어서 죽을 것 같았던 텃밭의 마늘잎도 이제는 살 맛이 나는지 하루가 다르게 푸른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겨울을 나는 곡식인 밀과 보리가 있다면 반찬이 되는 마늘과 파 종류도 또 한 겨울을 난다.
주식(主食)인 쌀과 김치를 수확할 때 이들은 심겨지고 벼를 심을 때 이들은 거둬들이기에  서로 부족함을 채워주며 우리의 먹거리의 균형과 조화를 이루어 준다.

가을에 마늘을 심고 두껍게 짚을 깔아주었다.
수없이 돋아나는 잡초를 막기 위해서는 햇빛을 가려주면 풀이 자라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늘은 짚더미를 뚫고서 햇볕을 받으며 자라다 날씨가 추워지면 그대로 멈춘다.
아무리 매서운 추위가 와도 그저 견디며 새봄을 기다리다 기온이 올라가면 움츠렸던 잎들이 기지개를 펴듯 사방으로 팔을 내민다.
더불어 끈질긴 생명력을 자랑하는 잡초도 짚 사이로 조그만 틈이 있으면 얼굴을 내밀며 마늘과 똑같이 하루가 다르게 그 세력을 뻗친다.

'우수'가 지난 이 때쯤에 마늘밭에 거름을 주고 겨우내 깔았던 짚을 걷어내고 김매는 작업을 하였다. 걷어낸 짚은 가축들이 사는 짚에 깔아주면 거위 기러기 닭들이 알 낳는 보금자리로 삼고, 김을 매고 모은 풀은 그들의 먹이로 주면 좋아하며 달려든다.
그들도 푸른 식물을 그리워했을 것이다.
이 김을 메는 작업을 할 때는 아내가 맡아서 수고 해 준다.
속담에 '도랑 치고 게 잡는다'는 말처럼  잡초 속에 섞여있는 냉이를 따로 모아서 저녁 식탁에는 냉이 국이 올라왔다. 구수한 된장에 풋내 나는 냉이 국의 깊고도 은은한 맛에 밥 한 그릇을 훌쩍 비웠다.

이제는 냉이도 재배를 하여 시장에서나 구할 수 있는 시대지만 이처럼 자연산(?) 냉이를 맛 볼 수 있다는 것이 자연의 선물이라 생각한다.
우리 집 텃밭 둑 하나를 넘으면 이 동네 주민도 해마다 마늘을 심고 거두고 있다.
그 집의 밭은 언제 봐도 풀 한 포기 하나 없는 깨끗한 마늘이 자라고 있지만 왠지 생기가 없어 보인다. 그 추운 겨울에도 포근한 짚이 덮어있지 않고 맨 땅에서 추위를 견디는 마늘들이 불쌍해 보였다. 제초제를 사용하므로 풀이 나지 않으니 자연 짚이 필요 없는 것이다.
가끔씩 화학비료를 뿌려주는 것으로 쉽고 편하게 농사를 짖지만 수확량은 우리보다 못하다.

좀 더 편리하고 쉽고 깨끗하게 일 하고자 하는 모든 인간의 방법으로 인해 너무도 많은 것들을 잃어버리고 산다. 쉽게 그리고 편리만을 추구하며 자연의 순리까지도 저버리면 결과적으로 더 많은 고통과 일거리가 생긴다는 것을 우리는 모든 인간 삶에서 경험하고 있다.
마늘밭을 메면서 잡초를 뽑으며 같이 살아온 냉이도 얻고 주인의 손길을 받은 마늘도 더 잘 자란다.  모든 동. 식물은 종족보존 본능이 있기에 적당한 자극이 오히려 더 강하게 자라며 열매를 많이 맺게 해준다.

모든 새싹이 솟아나는 봄이 오고 있다.
교회 정원에도 어떤 손님이 오신지 두고 봐야 한다.
몇 해전에 조금 색다른 식물을 발견했다.
만져보니 잎이 금새 오그라진다. 말로만 들었고 책에서만 봤던 '미모사'라는 야생화 였다.
그 해에는 아이들을 비롯하여 오는 손님들마다 구경거리이고 신기한 그 현상에 탄성이 그치지 않았다. 그 다음해에 여러 곳에다 씨를 뿌렸지만 지금은 찾아 볼 수가 없었다.
깔끔한 성격인 아내가 풀이 나자마자 잡초와 더불어 몽땅 메는 바람에 이제 막 싹을 난 가냘 푼 꽃까지도 희생하게 된 것이다.
좀 더 자라도록 놔두었다가 잡초와 화목(花木)을 분별하고 풀을 뽑아도 되건만, 어느새 호미가 갈퀴질을 한 것이다.
아내가 정원에 풀을 메려하면 나는 이리 저리 다니며 주위를 주며 이상한 간섭을 하게 된다. 만약에 다른 분이 도와준다며 풀을 메면 그 때는 더 비상이 걸린다.

지금의 정원의 대 부분의 나무들이 자연적으로 자라난 나무들로 심겨져 있다.
새들에 의해서 또는 바람에 날려 어느 곳에 씨가 심겨진 것인지 아직 알 수 없지만 기대하며 새봄의 새로운 얼굴들을 기다려 본다.

궁산교회 활뫼지기 박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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