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 목록
  • 아래로
  • 위로
  • 쓰기
  • 검색

예화 잃어버린 꿈...

첨부 1



이 글은 제 딸 이슬이가 4학년 때 글짓기 숙제로 쓴 글입니다. 어린 아이가 피아노와 바이올린 그리고 여러 학원에 다니게 되면서 아빠의 시절과는 다른 자기들의 세계가 이상하게 생각되었나 봅니다. 물론 저도 이 글을 읽고 무척 공감하는 바가 컸습니다.

아이들이 아이들 답게 자유로울 수 있는 세계를 소망해 봅니다


          

잃어버린 꿈

                                                경희초등학교 4학년 윤 이슬

우리에겐 가려져 있는 꿈이 있습니다. 자동차 매연과 크고 작은 공장에서 뿜어져 나오는 검은 연기에 시커멓게 그을려 버린 꿈이 있습니다. 아마도 우린 이 꿈을 영원히 잃어버릴지도 모릅니다.

"얘들아! 모여라. 뒷동산에서 야구하자."
"그래. 좋아!"
"저 소나무가 1루, 그리고 저 뒤 중간쯤에 큰돌 하나 갖다 놔. 거기가 2루야. 저 참나무가 3루다."
비료포대를 멋지게 접어서 야구 장갑 삼아 끼고, 소나무를 깎아 햇볕에 잘 말린 멋진 야구 방망이를 휘둘러 대고도 여늬 도시 아이들 보다도 즐거웠습니다.
진 팀의 아이들은 이긴 팀의 아이들을 등에 업고 1루 돌아 2루 돌아 3루 돌아 홈까지 오면서 씩씩댑니다.
"야! 다음엔 축구로 승부하자."
"그래. 재수없이 오늘은 졌으니까 다시 한 번 해보자구!"
"얼마든지! 우리 팀은 축구도 너희 팀 이길거니까."

동네 아이들은 우루루 달려 내려갑니다. 그리고 또다시 꼴망태와 낫 한자루씩 들고 삼삼오오 모여서 파릇파릇 돋아난 새 풀을 뜯으러 논둑으로 밭둑으로 향합니다. 바로 소꼴을 먹이기 위해서지요. 해가 뉘엿뉘엿 저물적이면 져녁 짓는 냄새와 소죽 끓이는 냄새가 어우러져 기분 나쁘지 않는 메케함이 온 동네를 감쌉니다. 그리고 동쪽 하늘에 샛별이 반짝이고 대청마루에 전기불 하나가 불을 밝힐 쯤이면 벌써 사방은 고요함 속에 묻히고 가끔 누구네 개인지 컹컹대는 소리만 정적의 친구가 됩니다.

이렇게 어두운 밤이되면 대충 숙제를 끝낸 아이들이 동네 공터 둔덕 위 풀밭에 누워 하늘에 뿌려진 쏟아질 듯한 쏟아질듯한 별들과 그 별들의 이름과 그 별들의 이야기를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한보따리씩 풀어 놓습니다. 간혹 길다란 꼬리를 남기고 떨어져 가는 별똥별에게 자기의 소망을 실어서 보냈다고 좋아하는 아이도 있습니다. 마지막 한 아이의 이야기가 끝나갈 쯤이면 개구리의 합창도 끝나고 아이들도 제각각 자기 집으로 가고 동네의 한밤은 별들의 잔치가 됩니다.

새벽 이슬에 촉촉히 젖은 새 날은 해님 보다도 먼저 아궁이에 불을 지피는 어머니의 손길에서부터 시작됩니다. 텃밭에 기른 상추가 이슬을 머금어 너무나도 상큼합니다. 밭에 나가 제법 키를 키운 보리싹을 뜯어서 된장국을 끓이고, 벌써 쫑을 피운 마늘 줄기에서 마늘쫑을 뽑아다 다 된 밥위에 얹어 쪄내고 간장에 대충 무쳐도 건강이 살아 숨을 쉽니다.
늦잠꾸러기 아이도 있지만 싱그러운 새벽을 놓치지 않는 아이들이 더 많습니다. 소꼴을 한망태 가득 베어다 쌀겨에 잘 버무려 소밥을 만들어 주고도 노래 한곡조 불러볼 여유가 있습니다.
학교 까지의 먼길도 친구들과 어깨동무하고 재잘거리다보면 금방입니다. 지난 여름 농촌일손돕기로 보리베기를 하고 그 대가로 축구 공 두 개와 배구공 세 개를 받았는데 60명 한 반 아이들이 가지고 놀기에 조금도 부족하지 않습니다.

봄에 자연시간이면 으레 꽃모으기, 봄나물 채집하기를 하는데 이름 모를 꽃들이 온 산천을 뒤덮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제비꽃으로 서로 꽃따기 놀이로 시간을 보내지만 그래도 자연책 갈피에는 분홍 꽃, 노랑 꽃, 파랑 꽃, 보라 꽃들로 촘촘히 박혀있게 마련입니다.
바닷가 침식된 바위에서 단층 관찰을 하고 조개도 줍고 모래 밭에서 씨름 한판도 합니다. 방과 후에는 놀이를 하든가, 대나무 낚시대 하나씩 가지고 낚시를 가든가, 솜뭉치를 잘 돌려 말아 석유에 적신 횃불을 들고 뒷산 중턱에 있는 동굴 탐험을 갑니다.

이것은 지난 번 현장학습 때 아빠랑 엄마랑 시골에 갔을 때 아빠가 제게 들려 준 이야기입니다. 마치 동화 속에 나오는 이야기 같습니다. 흙대신 딱딱한 콘크리트와 아스팔트에 자연 채집 대신에 폐품이용 만들기나 재활용 사례쓰기를 하는 우리와는 너무나도 동떨어져있는 나라의 이야기 같습니다. 한밤에 아무리 눈을 씻고 쳐다봐도 별무리 하나 없는 도시의 하늘엔 꿈이 조금도 없습니다. 뭉게 구름 두둥실 떠 다니는 드높은 푸른 하늘이 주는 기쁜 소망도 도시의 매연은 시커멓게 감춰버렸습니다. 내리는 눈도 아빠네처럼 그릇에 다져넣고 설탕을 뿌려 아이스께끼로 만들어 먹던 그런 눈이 아닙니다. 꼴망태 대신 묵직한 학원 가방이 등에 있고, 낚싯대 대신 바이올린 활이 우리 손에 있습니다.
정말 아빠이야기는 공해로 가려져 버린 이야기였고, 우리에겐 잃어버린 꿈이 되었습니다.
그 꿈을 찾아야 하는데, 이제 그 꿈을 돌려 줄 옹달샘은 없습니다. 어른들이 메워버렸습니다. 그러고도 착하고 슬기롭게 자라라고 오늘도 바이올린 활을 우리 손에 쥐어 줍니다. 우리는 그 옹달샘을 찾아야 되는데..........

이런 글도 찾아보세요!

공유

facebooktwitterpinterestbandkakao story
퍼머링크

댓글 0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 하시겠습니까?

삭제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