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창의 부음 때문은 아니겠지. 시도 때도 없이 목말라 눈 속을 혜매는 중 설산 어느 고비에서 눈 기동이 하얀 손으로 잔을 꺼내 킥테일 만들어준다. 맑은 드라이 마티니 속에서 대꼬챙이로 몸을 피어싱하고 한 모금 마시기 직전 꿈 덜컥 깨어 다 잠든 부엌에 나가 꿈에 본 그대로 한 잔 만들어봐도 올리브가 꿈속에서처럼 편안히 앉지 않는다. 요샌 생시가 모두 이 모양, 밖에서는 그래도 눈송이 몇 날리기 시작하는지 안팎이 스산하다. 한 모금 마시려다 식탁에 그냥 놓고 방으로 돌아온다. 한번 들어가면 마음의 눈이 멀어야 나온다는 슬픔도 소리 없이 언다는 설산에 자취 안 남긴다면 그 또한 인간의 예가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