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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생각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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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퍼님의 글을 잘 읽고 있습니다.
균형있고 깊이 있는 글을 올리시는 것 같아서 늘 감사하고 있습니다.
이번 올리신 글 또한 많은 사람들에게 생각을 기회를 주시는 것 같습니다.
함께 생각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쉐퍼님께서 어떤 기본적인 의도를 가지고
우리들 모두에게 '생각'할 것은 권하시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원래 글을 쓰신 분의 생각에는 몇가지 간과할 수 없는 문제가 있습니다.
갈말이라는 곳이 이런 논쟁을 하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생각은 들지만,
생각나는대로 두서 없이 한번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쉐퍼님,
퍼 오신 글에 의하면

1. 한국의 모든 언론 매체는 북한의 공작에 넘어갔군요.
2. 두 소녀의 죽음을 애도하고 미군 철수, 혹은 소파 개정을 외치던 많은 사람도
   결국은 남한에 있는 북한의 간첩들에 놀아나고 있군요.
3. 한국은 전시이고, 전시 중에 일어난 사건들에 대해서는 무죄이군요.
4. 현재 미군이 철수하면 안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경제이군요.
5. 결국 이 모든 판단의 근거는 '공산화'가 되면 안된다는 것이구요.

쉐퍼님.... 기가 막힙니다....

저는 대학 다닐 때 소위 운동권 학생이었습니다.
지금은 가장 보수적인 교단의 목사가 되었고,
미국에 와서도 보수적인 신학교에서 계속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만,
16-7년 전 대학에서는 제가 정말 원해서 운동권 학생이 되었습니다.

보수 신앙을 가진 학생이 어떻게 해서 운동권 학생이 되었냐구요?

저는 86년에 광주를 간 일이 있습니다.
너무 궁금했었습니다.
정말 내가 대학에서 듣고 본 일들이 80년 광주에서 있었는지,
정말 그렇게 수많은 사람이 죽었는지,
정말 80년 광주가 북한의 공작에 의한 '폭동'이었는지,
아니면 미국의 허락 하에 일어난 군부의 정권의 찬탈 과정이었는지를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그것을 확인하지 못한 채 대학생으로 80년대를 보내기에 너무 괴로웠습니다.

그곳에서 일주일을 지내는 동안
저는 부모를 잃은 학생들을 만났고,
아들과 딸을 잃은 어머니를 만났습니다.
6년 전의 생생한 상처를 안고 신음하는 도시 광주를 만났습니다.
그 짧은 기간 동안 제가 최소한 확인한 것은
내가 대학에서 듣고 배웠던 광주에 대한 많은 소문이 사실이었다는 것입니다.

광주에서 돌아온 저는 처음으로 돌을 던졌습니다.
눈물을 흘리면서 돌을 던졌습니다.
저는 그 돌을 전경들을 향해서 던진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젊고 어린 제가 보기에도
한국 교회는 이미 조국의 역사의 주인은 아니었습니다.
총과 칼로 얼룩진 역사의 그림자 속에 숨어 있는 비겁자였습니다.
저는 한국 교회의 몰역사성에 대하여 돌을 던지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대학을 졸업하기까지 한 3년간을 저는 신앙의 열병을 앓았습니다.
제 신앙을 부정하고 싶었습니다.  
최선을 다해 운동권 학생으로서의 삶을 살고 싶었습니다.
경찰에 검거되어 조사를 받을 때
마치 뱀의 눈을 가진 듯한 형사가 묻더군요.

"얌마, 너는 목사 아들이라는 녀석이 왜 공산주의자들과 어울려 다니냐?"

저는 제가 운동권의 삶을 선택하게 된 과정을 이야기했습니다.
그랬더니 그 형사가 그러더군요.

"이 새끼가 간첩들 이야기에 놀아나고 있구만..."


만일 당시 모든 교회가, 아니 모든 목회자가
올바른 역사의식을 가지고 정권 찬탈의 부당성을 꾸짖고
바르고 정의로운 역사를 만들어가자고
먼저 십자가를 졌으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부도덕한 정권의 안녕을 기원하고
공산화가 되지 않기 위해서 어떤 악도 수용하고 축복할 수 있다는 태도보다는
무엇이 옳고 그런지를 판단하고 가르쳤다면 어찌 되었을까요?

당시 제가 잠시 몸담았던 총학생회는 약 30명의 간부 중 반 이상이
중고등학교 때에 신앙 생활을 하던 친구들이었습니다.
가끔씩 m.t.를 가서 가스펠 송을 함께 부르기도 할 정도였습니다.
그 중 총학생장을 했던 친구는 저와 같은 고등학교에서 S.F.C.를 했었습니다.
당시 얼마나 많은 우리 조국의 청년들이
한국 교회의 몰역사성에 낙심하고 실망하면서 교회를 떠났는지 모릅니다.
만일 그 시대,
한국 교회가 바른 역사의식을 가지고 바르게 가르쳤다면
한국 교회는 오늘날 21세기를 이끌어가는 주역이 되었을 것입니다.

쉐퍼님,
저는 대학을 마치고 신학대학원에 진학했고
지금은 목사가 되었습니다.
저의 대학 때의 저의 선택에 대하여 지극이 당당하고 떳떳합니다.
제가 간첩들에 놀아났다고 말씀하신다면 저는 좀 억울합니다.
저 같은 운동권 학생들 때문에 한국 사회가 혼란스러워졌다고 말씀하신다면
좀 더 억울하겠습니다.
저는 지극히 양심적이기를 원했고,
내가 가진 상식으로 운동권 학생이 되었을 뿐이었습니다.

이제 곧 전쟁을 한다고 합니다.
미국의 언론에서조차 지지 받지 못하는 전쟁을 서두르고 있습니다.
한 국가의 이익에 다른 국가의 생명이 위협당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대통령은
우리가 믿는 신의 이름을 빌려서 그 전쟁을 정당화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미국의 어느 장관은 북한의 영변에 대한 폭격을 거론했습니다.
새로 선출된 한국의 대통령은 나름대로 이 위기를 해쳐나가 보겠다고
이라크로 파병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역사는 참으로 시시각각 변하고 있고,
세계 정세는 내일을 예측할 수 없는 혼란에 빠져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 교회의 지도자라는 분들은 여전히 ‘공산화’의 위협에 떨고 있습니다.
공사화가 되면 더 이상 목사가 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승만 시대를 지나왔고,
박정희 시대를 지나왔고, 전두환과 노태우를 지나오면서
지난 50년간 단 한번도 변하지 않았던 바위와도 같은 논리,
철저한 반공사상으로 무장한 한국 교회는
오늘도 여지없이 몰역사의식을 드러내며
오로지 공산화가 되면 안되기 때문에
미군의 범죄행위도, 언론의 보도도, 심지어 한반도의 전쟁까지도
변함없는 완고한 반공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쉐퍼님,
저는 퍼오신 글을 읽으면서
16-7년 전 저를 조사하던 형사의 음성을 들은 것 같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모든 사실들을 북한 간첩의 공작에 놀아난 것으로 주장하면서
나라의 유익과 북한과 대치하는 현실을 생각하면
전두환 정권과 이후 그 정권을 계승할 노태우 정권을 인정해야 한다던
붉게 충혈된 그 형사의 눈동자가 생각이 났습니다.

불행하게도 역사는 말하고 있습니다.
숨겨왔고 감춰왔던 그 모든 것이 역사적 사실이라고 말입니다.

그 사실들을 숨기고 감추는데 힘을 보탰던
그 시대의 한국 교회 지도자들이 누군지 아십니까?
그들은 여전히 한국 교회의 지도자의 자리에 앉아 있습니다.
그리고
두 소녀의 죽음으로 전국민이 촛불시위를 할 때
아이러니컬 하게도 교회 성도들을 동원하여 반북한, 친미 시위를 개최했습니다.
참으로, 참으로…. 기가 막힙니다.
언제까지 한국 교회가 이런 어둠 속에 있어야 합니까?
언제까지 한국 교회가 ‘공산주의 컴플렉스’에서 허우적거려야 합니까?
언제까지 한국 교회가 지극히 정치적이었던 목회자들을 지도자로 인정해야 합니까?

글도 아주 길어지고 목소리도 아주 높아졌군요…
죄송합니다, 쉐퍼님…
퍼오신 글일 뿐인데, 제가 목소리를 높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때쯤 한국 교회가
반전에 대한 의견을 한번쯤 내야 하는 시기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내일 미국이 이라크를 치는 논리는 참으로 허술하기 짝이 없고,
미 국내에서조차도 인정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반전 시위가 정치적이라구요?
교회는 정치에 불간섭한다구요?
친미 시위를 했던 한기총,
왜 반전시위는 못하는 것입니까?
군사 정권을 위해 기도했던 목회자들이
죽음의 공포 속에 떨고 있는 어린 영혼들을 위해 전쟁을 반대하지 못한단 말입니까?

다시 한번 죄송합니다.
생각이 흐르는 대로 쓰다 보니 글이 길어졌습니다.
결국
교회가 한국 사회의 빛과 소금이 되기 위해서는
역사의식이 있어야 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한 사회를 바라보고 그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할 수 있기 위해서는
역사의식이 있어야겠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한국 교회가 21세기에 가져야 할 가장 기본적인 교양이
바로 역사의식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또 다른 좋은 글로 쉐퍼님을 뵙기를 원합니다.

필라델피아에서 가일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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