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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벽오동 나무와 아버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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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입니다.
따뜻한 봄이오면, 늘 생각나는 것이 있습니다..
먼먼옛날... 약 35년 쯤 된것 같은데... 원.. 나이들면 기억력이 없어서..
아무튼 지금은 할머니가 되어버린 곱디고운 우리누이 시집간 얘기입니다.

옛날에 우리 아버지(지금은 하늘나라 계시지만) 세상 사실 때에..
목수이셨고 기구한 삶을 사셨는데, 그도 그럴 것이 일제36년 전쟁등
가장 끔찍한 변화가 심했던 역사의 한 가운데를 살다 가셨기 때문입니다.
아버지 연세엔 그 누구도 피할 수 없었던 굴곡의 세월을 아버지도 사신 게지요.

그러다 모든 것이 많이 안정되어갈 즈음에 시골의 한 마을에 터를 잡고,
목수이신 관계로 집도 손수 짓고, 살기 시작하셨는데,
사랑이 많으신 우리 아버지, 열심히 자식농사도 지으셨는데 자그만치 11남매를 생산 하셨습니다.
대단하지요...

우리 아버지 그것만이 아니라 먼 미래를 바라보며 딸을 낳을때마다
마당 한 쪽에 나무를 심으셨던 겁니다.
이름하여 "벽오동나무"
내가 어렸을 때에 시골 우리집 마당에는 여러 나무들이 있었는데,
우람한 "벽오동나무" 다섯 그루도 자라고 있었던 겁니다.

왜 다섯 그루인지 설명할 필요는 없겠지요..
그렇게 행복한 미래를 꿈꾸며 열심히 사시던 아버지에게 그러나...
시련은 멈추지 않아서 전쟁과 기아가 가장 심했던 50년대에 딸 셋을 잃었고.
그래도 다행히 딸들 중 가장 언니였던 지금의 누이에게
아버지의 꿈을 이룰 수가 있었던 겁니다..

이쯤되면 눈치들 채셨겠지요..
그렇습니다.
60년대에 전쟁도 끝나고 재건의 노래가 한창이던 그때 우리누이
분단장 곱게 하고 시집을 갔습니다.
시집가면서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장롱도 가지고 갔습니다..

아버지가 20년넘게 키워온 커다란 벽오동나무 베던 날,
어린 나는 왜 아버지와 큰형님이 커다란 톱을 둘이서 마주잡고
"쓱싹쓱싹" 그 큰 나무를 베고 있는지 몰랐습니다만,
대단한 호기심으로 그 과정들을 지켜 봤던 겁니다.

나무를 베어서 다시 토막토막 잘라서는 아랫집에 있던 소 달구지 빌려
읍내 제재소에 가서는 널판지로 잘라 오셨습니다.
그리고 그때부터 아버지의 작업이 시작 됐는데, 귀에다가 연필 꽂고.
먹줄로 줄을 긋고, 대패로 밀고, 장식달고, 서랍 만들고,
아무튼 세상에서 제일 멋진 장롱을 제작하셨던 겁니다.
순전히 아버지의 창작품인 게지요...

그런데 내가 보기에 그처럼 멋진 장롱은 본적이 없었는데, 누이는 그게 아니었던가 봅니다..
"농방에 가면 튼튼하고 예쁘고 좋은 장롱들 많이 있는데 사주지 않고 창피하게 이래요."
라고 엄청 투덜대던 모습이 지금도 선하군요..
자기 친구들은 "자개장롱"등 좋은 것들 농방에서 사갖고 시집갔다고 하면서..

그때마다, 아버지는 당신의 깊은뜻(벽오동 심은 뜻)을 열심히 설명하셨지만
누이는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제 좀 아시겠지요, 20년 후에 있을 일에 대비했던 아버지가
"그래그래 예쁜딸아! 네 소원대로 내가 장롱 만든 거 안 보내고 사주마."
했겠습니까?

결국 울며 불며 아버지의 작품을 가지고 시집을 갔지요..
시집간 지 10년쯤 있다가 잘 살게 되어 그렇게 싫어하던 장롱 폐기하고
화려한 새 장롱을 안방에 모셔 놓게 됐고, 지금도 누이집에 가면,
"나 멋지지.. 멋지잖아" 하는 듯한 화려한 장롱이 안방 한 켠에 있습니다만,
아무래도 아버지의 장롱보다는 덜 아름다운 것 같더군요..

...
우리아버지 하늘나라 가셨고, 우리누이 환갑지나 할머니 되셨고,
그렇게 세월이 흐른 후.. 우리누이 철 들었더라고요..
...
"아버지가 만들어준 장롱이 그렇게 싫었어요?"
라고 내가 물을 때마다 단호하게
"그래, 그게 뭐야 창피하게..
남들처럼 그냥 평범하게 살지 못하고 아버지는 정말 너무 별나,"
하던 누이가...그러던 누이가...
할머니가 되더니 자기 생각이 짧았다고 눈시울이 붉어지고 후회하더군요...
아버지 돌아가시고 난 후에...

뒤늦게나마 "참 사랑"을 찾게 된 우리누이 너무 예쁘죠! 에그! 환갑인데..라구요...
웬걸요.. 우리누이 정말 고와요.. 베...어느분 많큼...
...
따뜻한 봄날 모두모두 행복하시길 ..... 수원에서 성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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