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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쑥털털이에 담긴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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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에도 어김 없이 계절이 순환되어 따뜻하고 포근한 봄이 오는 것을 보면서 베란다 너머로 펼쳐져 있는 높은 산을 바라 보고 있노라니 한 가지 추억이 떠 오른다

봄이면 바지런한 여인네들은 산기슭이나 시골길 옆을 끼고 고개를 내민 쑥이랑 냉이랑 달래랑 나물들을 캐느라 따가운 봄볕도 마다 하지 않고 쭈그리고 앉아서열심히 손놀림을 하고 있고 옆에 둔 바구니에는 새파란 쑥이 향기나게 소담한 모습으로 담겨져 있다

나물 캐는 여인들은 언제 봐도 정겹고 아름답다
하지만 그런 낭만적인 모습을 넘어 서서 생존을 위해서 나물을 캐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지금부터 30 여년 이전의 일이었다고 생각 된다

어머니는 젊을 때 과수원등 농사일들을 뼈빠지게 하시고 아버지의 고집으로 도시로 이사와서는 번번히 실패하는 아버지의 사업을 겪으면서 생활 전선으로 나서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셨다.

이런 일 저런 일등 닥치는 대로 일을 하셔서 우리 7남매는 그럭 저럭 학업을 계속할 수가 있었다  아침마다 도시락을 다섯개 싸야 할 적도 있었는데 그 없는 형편에 어떻게 그 많은 밥과 반찬을 만드셨는지 모를 일이다

그러면서도 새벽 기도를 다녀 오시면 항상 찬송을 부르시면서 왔다 갔다 하시며
부지런히 일하시던 어머니의 목소리를 아련하게 귓전에 들으면서 우리 형제들은 잠이 깨곤 했었다

유난히 입이 짧고 까다로와서 그 가난한 가운데서도 항상 막내딸을 위해 반찬 신경까지 써야 했던 어머니의 심정과 걱정은 어떠하셨을까

세월이 흘러 어머니는 노쇠하시고 허약해 지셔서 장사를 그만 두시게 되었다
그리고 겨우 기도 생활과 집안 살림만 하시고 자리에 누워 끙끙 앓을 때가 많으셨다 그만큼 우리 집은 경제적으로 더욱 어렵게 되어 버렸다

그러던 어느날 어머니께서 뒷 산에서 쑥을 조금 뜯어 오셔서 쌀가루를 묻혀 솥에서 쪘는데 경상도에서는 그것을 쑥털털이라고 한다

나는 그 쑥털털이가 내 입에 맞아서 맛있게 먹었다
그 다음날 어머니는 아침 일찍 자루하나를 가지고 쑥이 더 많이 나는 멀리 떨어진 산에까지 가셔서 하루 종일 허리를 펴지도 못하고 쑥을 캐셨다 어스름한 황혼녘이 될 때까지 쉬지 않고 쑥을 캐서 누르고 흔들어 한 자루를 만드시고야 자리를 털고 일어나 어머니는 흐뭇하게 집으로 돌아 오셨다

큰 솥에다 장작불을 때서 쑥 털털이를 만드셨다
굉장히 많은 양의 쑥털털이가 소쿠리마다 담겨졌다
나는 오며 가며 그 쑥털털이를 먹었다
내가 맛있게 먹는 모습이 그리 좋아 보였는지 어머니는 그 해 봄에도 몇차례나
더 쑥을 캐오셨다  아픈 몸을 이끌고......

어머니가 천국에 가신지 10 여년이 흐른 지금 나는 그때 그렇게 맛있게 먹었던 쑥털털이의 의미를 새겨 본다

나는 아직 내 자녀들에게 그런 쑥털털이를 맛보이지 못했다
아이들이 과연 그것을 좋아할런지 아닌지 조차도 모르고 있다

만약 좋아한다고 하더라도 나는 내 자녀를 위하여 아픈 몸을 이끌고 머언 산까지 찾아가서 하루 종일 쑥을 캐어 그 큰 자루를 채울 수 있을까?
솔직히 자신이 없다  잠깐만 쭈그리고 앉아 있어도 허리와 다리가 아파서 한바구니 채워 오기도 힘들게다

그 맛나던 쑥털털이를 그 이후 한번도 먹어본 적이 없다
어느 집에서도 그 때 우리 어머니가 만들어 주시던 그 쑥털털이를 내 놓는 집은 아직 보지 못하였다  쑥떡이 아닌 쑥털털이를.....

올해는 나도 기회를 봐서 쑥을 뜯어서 한번 해 볼 작정이다
과연 그 때 그런 맛이 날런지 알 수 없지만 어머니의 그 막내딸을 먹이려는 집념에서 허리 통증도 다리 통증도 잊어 버리시고 종일을 봄볕에 얼굴을 그을리면서
쑥을 캐던 모습을 아스라이 그리워 하면서  그 진-한 모성애를 흉내라도 내어 봐야 하지 않을까......

어머니의 그 애절한 사랑이 쑥털털이를 통해서도 지금까지 나의 마음 깊은 곳에 흐르고 있음을 느끼면서.......지난날을 회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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