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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건지골 일기 12 - 어떤 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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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5일) 이른아침!
누군가 현관문을 두드렸습니다.
"똑똑똑!"
처음에 대답이 없자 두 세번 재차 두드렸습니다.
"누구시죠?"
아내가 방문을 열고 나가 물었습니다.
"예! 요 앞에 이사온 사람인데요? 교회 좀 보려고 왔습니다."

'7시가 조금 넘은 아침인데 문을 두드리는 걸 보니 에티켓같은 것은 생각하지 않는 사람일 것이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택이 교회인지라 평소에 문을 걸어 두는 저희는 이런 손님이 찾아 오면 긴장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십중팔구 도움을 요청하는 손길이기 때문입니다. 형색이 허름한 삼십대 후반의 이 남자는 슬리퍼를 신고 있었습니다. 편한 복장으로 있던 저는 얼른 옷을 갈아 입고 손님을 맞이했습니다.

"이사온지 두 달 되었습니다. 저는 대소변을 자주 보아야 하는 지병이 있습니다. 요 옆에(교회 뒷편 주택으로)이사왔는데, 주인이 여호와의 증인이고 보증금 얼마에 얼마의 월세를 내야 하는데 몇달치가 밀려 있고... 막일이라도 해야 하는데 몸이 아파서 잘 못한다" 대략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간증을 하였습니다.
"저는 부모가 연로하시고 미혼인데 예전에 기도원(지하)교회(2층)에서 살았습니다. 그런데 목회자가 여자이신데 그 남편에게 폭행을 당한 적이 있습니다. 순복음교회에서 신앙생활을 시작했는데 그곳의 경비원들에게도 많은 모욕을 당했습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는 가운데 아내가 대접한 차를 마시고 벌써 2시간이 훨씬 지났는데도 끝날 기미가 보이질 않습니다. '자신의 문제가 아무리 절박해도 어느 정도껏 해야지 이른 아침에 그것도 이렇게 가정집같은 교회에 와서 오랜 시간동안 가지 않는 걸 보니 참 예의가 없는 사람이구나?'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면서 남자 성도가 몇명이냐? 밖에 누가 내다 논 장농과 책장, 수납장등을 옮겨야 하는데 이따 저녁때 남자 성도들 퇴근하는대로 좀 도와 주었으면 좋겠다고 부탁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참 어려운 부탁을 쉽게도 하는구나!'하고 생각을 했습니다.

참다 못한 아내가 밖에 나가보아야 한다는 핑계를 대고 돌려 보내려 했습니다.
"목사님, 제가 사람에게 받은 상처 때문에 의사 선생님이 당분간 사람을 만나지 말 것을 이야기 하셨고... 그래서 두달동안 혼자 기도생활했습니다. 저는 조용히 말씀을 중심으로 하는 교회를 정하려고 합니다."
저는
"예! 그럼 내일 저희 교회 나오세요. 그리고 남자성도가 있긴 하지만 다들 바빠서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저녁때 우선은 저하고 들수 있는 것 부터 옮기지요"하고 말씀드렸습니다. 보내 드리면서 교회 기념품인 타올 한장을 드렸는데 한장을 더 집으면서 '타올 쓸 일이 많이 있으니까 하나 더 가져갑니다." 하면서 나갔습니다.

그렇게 헤어진 후 저녁때 그 집을 찾아가서 문을 두드렸습니다.
그 분은 여러차례 문을 두드린 후에야 창문으로 얼굴을 비췄습니다.
"일할 수 있는 사람이 저 밖에 없는데 밑에 슈퍼 아저씨에게 도움을 청해서 한번 옮겨 보지요?"
"아! 목사님, 아직 제가 짐을 들여 놓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지 못해 정리하고 있는데 이따 8시쯤 오시지요."
"예? 그때 제가 시간이 날지 모르겠는데..."
"그럼 9시쯤에 연락드릴게요?"
"예 알았습니다."
참 어이가 없었습니다. 토요일이고 밤 9시면 잘 준비를 해야 하는데 시간이 많은 사람을 대하듯이 이야기를 합니다. 그래서 9시에 긴장을 하며 기다리고 있는데 결국 오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주일 오전예배에 15분정도 지난 후에야 약속대로 왔더군요?
저는 내심 감사하기도 하고 어제일이 미안하기도 했습니다.
광고 시간에 그 분을 소개하면서 축복기도도 해 드렸습니다.
예배가 끝난 후 악수를 하면서 제가 말했습니다.
"반갑습니다. 이렇게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식사하고 가세요!"
"예! 그러지요?"

두 그릇의 식사를 마지막까지 남아서 하면서
"목사님, 제가 밥을 정말 맛 있게 먹거든요. 오이 김치가 참 맛 있네요? 오이김치좀 싸 가지고 가야겠다."
냉장고에 붙어 있는 병따개를 보며
"병따개가 엄청 많네요?"
"예, 좀... 하나 가져 가세요."

식사를 끝낸 후 그는 두루마리 화장지 하나를 챙기면서
"제가 화장지가 없는데 이거 가져가겠습니다."
"예! 그러시지요."
"목사님, 오늘은 남자 성도님들이 있으시니 이따 한 시간 후에 짐 좀 부탁드립니다."

"아, 예! 그런데 지금 바로 할 수는 없나요?"
"예! 어제 다 정리하지 못해서 한 시간정도 더 정리해야 하거든요?"
"이 분들은 지금 바로 하지 않으면 곤란할 것 같습니다. 다들 집에 가 보아야 할텐데... 저하고 둘이 해 보고 정 안되겠으면 슈퍼 아저씨에게 부탁해 보지요."

그리고 몇 시간 후에 가보았지만 아무 반응이 없었습니다.
참 알 수 없는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내는 많이 스트레스를 받았던 모양입니다.
"참 뻔뻔한 사람 아니예요?  예의라고는 하나도 없는 사람이예요."
"나중엔 쌀까지 달라고 하고 밥도 달라고 할거예요."
이런 말을 하는 아내에게 저는 수긍을 하면서도
"그래도 예배때 왔잖아요! 나는 그래도 설교에 힘이 나던걸?..."
아내는 저의 그 말에 더 답답한 표정을 합니다.

지금까지의 그의 행동으로 보건대 정상적인 그리스도인은 아닐 것이라는 결론을 내리면서 어떻게 하면 가장 현명한 처신을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기도합니다.

저희 손위 처남이 예전에 교회에서 생활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면서 아내에게 말합니다.
"야, 조심해! 저런 사람 참 골치아파. 저런 사람들은 뻔뻔해! 교회와도 경계의 눈초리를 잊지 마!"

이럴때는 참 난감합니다.
성도는 성도인데 목사나 교회가 무엇인가를 해 주기를 바라기만 하는, 무엇을 얻기만 바라는 그런류의 성도에게 무엇을 어떻게 공급해 주어야 하는지... 그리고 어떤 태도가 잘하는 모습인지 모르겠습니다. 아직 큰 일이 일어난 것도 아닌데 아내는 긴장하고 있고 저 또한 마음이 그리 편치 만은 않습니다. 이런 성도조차도 넉넉히 받아 줄수 있는 모습과 능력이 저에게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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