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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뻔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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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장애우사역을 하는 목사입니다.
경남밀알단장이라고 남들이 부릅니다. 장애우들과 가까이 지내고 그냥 친구처럼 살고있는 수준이 제가 하는 장애우사역의 전부라고 할수있을 것입니다. 우리밀알에서 "집사님"하면 누구나 그분의 얼굴을 떠올리는 여집사님 한 분이 있습니다. 지체장애 1급으로 어릴때 소아마비로 인해 장애인이 되신 분이 계신데 그분의 나이 45세가 되어 드디어 독립을 선언하고 혼자 집을 얻에 부모님의 슬하를 벗어나 독립하셨습니다.

장애우들에게 있어서 혼자 살아보는 것은 어쩌면 꿈이기도 하고 또한 대단한 용기가 필요한 것입니다. 또 얼마간의 경제적인 뒷받침도 있어야 가능한 일이기도 합니다. 올해 나이 드디어 쉰에 들어서고 점점 몸을 약해지고 스스로의 힘으로는 몸을 일으키지도 못하고 겨우 밥숫가락이 입까지 갈 수 있는 수준의 중증입니다. 어쩌다 한번 넘어지면 누군가가 일어날 때까지 그대로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얼마 전에는 정말로 큰일을 치를 뻔한 적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의 집과 집사님의 집이 새로 분양하는 임대아파트로 이사를 하였습니다. 저의 집은 403호 집사님은 404호 서로 마주보는 집을 얻어 동거아닌 동거가 시작이 되었습니다.
집사님은 밥의 힘으로 사는것이 아니라 약의 힘으로 사시는 분입니다. 약을 한번 사면 20L짜리 봉투에 한봉지 가득히 사는 때도 있고 소화제를 사도 박스째로 사야됩니다. 너무 자주 체하고 감기끼가 쪼끔이라도 있으면 미리미리 약을 먹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영락없이 며칠을 입원하고 한바탕 난리를 치기 때문입니다. 제가 가끔씩 집사님의 의료보험증을 들고 병원에가서 대신 처방전을 받고 약을 사오기도 하고 아내는 일주일에 한번씩 목욕도 시켜드리고 청소도 빨래도... 그렇게 그렇게 한식구처럼 살아갑니다. 워낙 집사님의 몸이 약하고 자주 아프기때문에 저와 집사람의 관심은 온통 집사님의 건강 집사님이 잘 드시는 것 혹시라도 흘러가는 말로 무엇인가 먹고 싶다 하시면 잘 기억해두었다고 꼭 구해드리곤합니다.

얼마전 진해 군항제에 구경을 하시면서 뻔데기, 뻔데기 노래를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작년군항제 때 드셨던 그 뻔데기의 맛이 아직 입가를 떠나지 않고 다시금 침을 삼키게 하였던 모양입니다. 해군 통제사령부와 해군 사관학교 안민고개까지 관광을 다 마치고 드디어 마지막 코스인 장복산에 이르렀을 때에 뻔데기 장사를 만났습니다. 그 혼잡한 교통의 틈새를 비집고 정차를 한 후 뻔데기를 종이컵 한컵에 자그마치 2000원이나 하는 것을 사먹었습니다.(오해를 없애기 위해, 그 뻔데기값은 집사님이 냈음) 집사님이 어릴때 아버님이 뻔데기를 좋아하셔서 장날 시장에 가서 한 되씩 두 되씩 사놓고 볶아도 먹고 심할 때는 밥 반찬으로 하기도 했다고 하시면서 뻔데기가 건강에 좋다는 말씀을 흘리셨습니다.


지난 화요일(4월 8일) 고향에 갔습니다. 마침 고향에 3,8장이 서는 날이었습니다. 저기 앞에 뻔데기가 보였습니다. 집사님이 생각이 나서 한 되는 안 될 것 같고 반 되는 넘을 것 같고...  3000원을 주고 사서 얼마나 기분이 좋았는지 모릅니다. 아!  집사님이 이것을 드시면 그 특유의 입담으로 기가 막힌 뻔데기의 맛을 입담으로 요리를 할 것이고 ...너무너무 행복했습니다. 그 날 저녁 집에 도착하자마자 뻔데기를 삶아드렸습니다.

근데 아뿔싸 집사람이 선수를 쳐 버렸네요.
집사님의 냉장고엔 이미 뻔데기가 한 되나 들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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