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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가장 아름다운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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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아름다운 꿈

가장 아름다운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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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치고는 아주 중대한 실수였다.
실수(失手)라고 하는 것이, 손을 잘못 놀린 그릇된 행실을 뜻한다고 볼 때 어쩌면 내가 저지른 이 실수는 자칫 고의로 비쳐지지 않았을까 싶어 자못 두려운 마음마저 없지 않았다. 벌써 십 수년이 넘은 오래 전의 일이긴 하지만 그 때 일을 생각하면 쥐구멍이 바늘구멍이라 해도 나는 부리나케 숨어 버릴 것만 같다. 도대체 무슨 큰 실수를 하였기에 이리도 호들갑을 떠는가 혹자는 말할지도 모르겠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라도 주워담는 심정으로, 다시는 그런 실수를 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하는 뜻으로 나는 이 부끄러운 이야기를 꺼내지 않을 수 없다.

부활 주일이었다.
우리 교회는 그리 크지도 않고 작지도 않은 규모지만 무엇보다 교회의 자랑은 수준급의 찬양대 실력이었다. 그 찬양대에 어엿한 베이스 파트 대원으로 내가 끼여 있었으니 나는 가히 자부심을 가질 만도 했다. 그러나 내 음악 실력은 형편없었다. 솔직히 어떤 때는 악보도 제대로 읽지 못하고 헤매기 일수였지만 옆자리에 앉은 청년대원의 듬직한 베이스 음(音)에 내 목소리도 모나지 않게 덩달아 실을 수 있었다는 것이 그런 대로 나는 찬양대원의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다.

설령 실력이 좀 모자란다 치기로서니 정성을 다해 부르는 찬양을 얼마나 아름다운가, 온 교인들이 우러러(?) 볼 정도로 하얀 예복을 입고 찬양대석에 앉아 있기만 해도 마음은 달뜨기 마련이다. 이처럼 주님을 찬양하는 행위 자체가 귀하고 복된 일이고 보면, 나는 진작부터 찬양대원의 꿈을 꿔왔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내심 욕심만 앞서있지 도무지 내 음악성은 열등감에 사로잡혀 있었다. 사실 나는 성장기에 전혀 음악적인 배경이 없었던 탓도 있었지만 타고난 재능 또한 거의 없었다고 변명 아닌 변명을 해야겠다.

그럼에도 이번 부활주일에 연주할 칸타타에는 나름대로 열의를 갖게 되었는데 지휘자의 배려로 내게 곡중 대사를 낭독하는 나레이터 역할까지 주어졌던 것이다. 예수님께서 십자가상에서 말씀하시는 칠언(七言)을 주제로 한 그 칸타타를 연습하며 대사를 반복할수록 나도 모르게 예수님의 애타는 그 육성을 어눌한 자신의 목소리로 먼저 가슴에 담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긴장한 나머지 막상 실전무대에선 예수님이 운명하시기 직전 마지막으로 하신 그 말씀을 나는 그만 빠뜨리고 말았으니... 침묵 속에 애잔하게 흐르는 피아노 간주를 따라가다가 정작 대사가 들어갈 그 순간을 놓쳐 버렸던 것, 지휘자가 몹시 당황하던 얼굴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그 대사는 `다 이루었다'(요19:30)는 말씀이었다.
예수님은 이 말씀을 남기시고 십자가상에서 운명하셨다. 그리고 부활하셨다. 하나님의 아들로 이 땅에 오셔서 그 큰 구원의 역사를 완성하신 예수님을 생각하다가 그 날 밤 나는 차마 고개를 못 들고 말았다. `죄송합니다. 주님,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제가 저질렀습니다...' 그 때였다. `괜찮다. 괜찮아! 그 일로 너무 기죽지 말아라. 그러나 너는 꼭 이루어야 할 꿈이 있다. 그 꿈이 무엇인지 너는 생각해 보았느냐?' 그리고는 잠잠히 떠오르는 주님의 십자가 속에 이토록 아름다운 꿈을 내게 심어 주었던 것이다.

주님은 내게 아주 특별한 직분을 주셨다. 예수님이 형장(刑場)의 십자가상에서 운명하시는 것을 목격하고 `이는 진실로 하나님의 아들이었도다'라고 고백한 백부장은 오늘날로 말하면 교도관(역할)이었다. 그가 예수님을 하나님의 아들로 증거한 것처럼, 나에게도 매일 선대하는 저들 수용자들에게, 예수님을 하나님의 아들이라고 증거하지 않으면 아니 되는 필연적인 꿈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 예수님은 결코 의인을 부르러 온 것이 아니라 죄인을 부르러 오셨고 그렇게 죄인을 위하여 몸 다 찢기우시고 죽기까지 사랑하셨다. 그 사랑! 천분지, 만분지 일이라도 꿈꾸며 살아가야지 싶다.

`너희가 너희를 사랑하는 자를 사랑하면 무슨 상이 있으리요 세리도 이 같지 아니하느냐...마 5:46'

해 마다 부활주일은 그래서 교도관인 내게 더욱 의미롭다.


* 다음 사이트로 오시면 다른 컬럼도 보실 수 있습니다.
   여러분을 독자(독자가입)로 초대합니다.
   http://column.daum.net/daman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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