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 목록
  • 아래로
  • 위로
  • 쓰기
  • 검색

예화 다시보는-얼룩덜룩 둔덕 바위 이야기

첨부 1


          
영희의 짧은 동화 3

얼룩덜룩 둔덕 바위 이야기

"푸하하하하, 이 산에서 제일 쓸모 없는 건 바로 널꺼야.
이 바보같이 덩치만 큰 돌띵이야. 푸하하!!"

오늘도 내 옆에 서 있는 감람나무의 흔들리는 웃음으로 아침이 시작됐답니다.
후..그럴만도 하지요..
저는 제 모습을 잘 알아요.
울퉁불퉁 튀어나온 옆구리엔 조그마한 개미들이 지나다니고요, 사이사이 끼어있는 이끼들은 제 몸을 얼룩덜룩하게 보이게 해요.
넓직한 사각형 얼굴은 지나가던 참새들의 화장실이 되곤 하고요..

저는 제가 어떻게 이 산 둔덕에 있게 됬는지도 잘 모르겠어요. 무서운 천둥소리와 흔들리는 땅의 몸부림에 튕겨나온 것까진 기억이 나는데..어휴. 정신을 차려보니 이곳에 있는거에요.
글쎄...

그 땐 지금 보단 날카롭고 매서운 얼굴이었던 거 같아요.
지나가던 바람도 절 보면 무서워서 윙윙 소리를 냈거든요..
그런데..시간이 지나면서..보세요..지금의 제 모습은 우습기 짝이 없는
펑퍼짐한 사각형 얼굴에 울퉁불퉁한 옆구리...얼룩덜룩한 지저분한 돌덩이가 되어버렸어요..

풀잎도, 꽃도, 나무도..이 산에서 그들은 아주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지요. 사람들은 산에 오면 그들을 보며 감탄을 하지만..제 앞에 오면 아무 말도 없이 저를 엉덩이로 뭉게버리기 일수지요.
그래서..전 이 산에서 놀림이 되곤 해요.
특히 제 옆에 있는 감람나무는 저를 몹시도 싫어해요. 저 때문에 뿌리를 다른 곳으로 내려야 했다나요..미안한 생각도 들지만..가끔은 밉기도 해요..

훗.. 오늘도 감람나무는 절 놀리는군요. 하지만, 이젠 괜찮아요.
지금의 저에겐 아주 훌륭한 흔적이 남아있기 때문이지요.

며칠 전 아주 깜깜한 밤이었어요.
전 하늘의 별들을 보며 제발 어서 시간이 지나 제가 모래가 되길 간절히 생각하고 있었는데..
글쎄..어떤 분이 제 얼굴 위에 몸을 기대는 거였어요.
깜짝 놀랐어요. 사람들이 늘 그랬듯이 절 엉덩이로 깔고 앉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분은 제 앞에 겸손히 무릎을 꿇고는 글쎄..손으로 제 얼굴을 어루만져 주셨어요.
얼마나 놀랐던지..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어요..그리곤 그분이 제게 편안히 기댈 수 있도록 가만히 있었지요.

그분은 하나님을 찾으며 기도하셨어요.
무언가 심한 고통이 그분의 마음에 있는 듯이..그분의 목소리는 진실했고 간절했지요.
전 엿듣고 싶지 않았지만..그분이 하는 기도를 들을 수밖에 없었어요..

이해 할 수 없던 그분의 기도를..
'내 아버지여 만일 할 만 하시거든 이 잔을 내게서 지나가게 하옵소서 그러나 나의 원대로 마옵시고 아버지의 원대로 하옵소서.' 라고..

도대체 그분께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기에 이 깜깜한 밤에 이 산에 올라와 하나님의 원대로 되길 바란다고..기도하시는 걸까..
저는 궁금했지만..물어볼 수가 없었어요..
그리곤 느꼈지요.
무언가 뜨거운 것이 제 얼굴 위에 떨어지는 것을요.
처음엔 하늘에서 비가 오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구름하나 없더라구요.
그분을 보니...그분의 눈물이었어요.
그분의 몸을 흠뻑 적신 그분의 땀이었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사라져버리는 맑은 눈물이 아니었어요.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선명하게 검붉어지는 그분의 핏방울이었어요. 핏방울......

전 그분의 그 핏방울을 마음에 새기며 같이 울었답니다.

그 뒤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생각하기도 싫지만..
갑자기 횃불을 든 사람들이 마구 몰려오더니..그분을 잡아갔답니다.
사람들은 여전히 제 얼굴에 엉덩이를 들이밀고는 떠들어대기 시작했어요.
자신이 하나님의 아들이라더니 별볼일 없는 바보라고...
이제 곧 십자가에 매달려 죽게 될 것이 틀림없다고...

그것이 그날의 마지막이었어요..

매일 아침마다 감람나무는 저를 놀리며 깨웠고..전 여전히 방석처럼 앉아있었지만..
그분이 걱정이 되어 제 속상함은 하나도 생각나지 않았어요.

그러던 어느 날.

전 보았답니다. 여전히 인자한 모습과 목소리의 그분을...
십자가 형틀에서 분명히 돌아가셨다고 사람들이 떠들어대고 한 3일이 지난 것 같은데..
어떤 여자가 제 옆을 막 뛰어가며 외쳤거든요.
"예수님이 살아나셨다!!!!!!!"

그리고 저는 그분을 보았답니다.

지금 그분은 하늘로 올라 가셨지만..제겐 선명한 그분의 핏자국이 남아있습니다.
비가 오고 이슬에 씻기어서 제 얼굴에 남아있던 그분의 핏방울은 서서히 사라졌지만..
제 마음에는 여전한 선명함으로 그분의 핏자국이 도장처럼 새겨져 있답니다.

저의 모습을 사랑하시고 다정히 기대셔서 기도하시던..진실한 기도를 하시던..
그리고 부활하신 예수님의 그 핏자국이 제 마음에 있기에
저는 ... 지금... 행복하답니다.

누군가 제게 묻겠지요.
'감람나무와 숲의 친구들이 계속 놀려도 행복하냐?'라구요..
프힛..그럼요.
저는 제 모습 그대로 사랑해요. 제가 있어서 그분이 제게 기대어 기도하셨으니까요.
전 제 안에 있는 예수님의 핏자국으로 인해 오늘도 행복하답니다.


(천사가 여자들에게 일러 가로되 너희는 무서워말라 십자가에 못박히신 예수를 너희가 찾는 줄을 내가 아노라..그가 여기 계시지 않고 그의 말씀하시던 대로 살아나셨느니라 와서 그의 누우셨던 곳을 보라..-마태복음 28장 5-6절말씀)


이런 글도 찾아보세요!

공유

facebooktwitterpinterestbandkakao story
퍼머링크

댓글 0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 하시겠습니까?

삭제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