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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그 때가 차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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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 이 일의 되는 날까지 네가 벙어리가 되어 능히 말을 못하리니 이는 내 말을 네가 믿지 아니함이어니와 때가 이르면 내 말이 이루리라 하더라(눅1:20).

    
과천 서울 대공원 뒤쪽에 국립현대미술관이 있습니다. 입구를 들어서면 수려한 경관과 더불어 야외 전시장이 펼쳐져 있고 실내 전시장 쪽으로 가는 길의 오른 쪽 잔디 밭 한가운데 5미터 정도 높이의 절규하는 듯한 인물조형예술품이 있습니다. 제가 특별히 절규하는 듯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은 이유는 조형물에 음향장치가 되어 있는데 마치 뱃고동 소리같은 중저음으로 붐~ 붐붐~ 붐~붐~붐~붐~~~~~~ 느린 곡조의 음을 반복적으로 울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비라도 오는 날이라면 그 우울함같은 그 애절함같은 절규를 가슴 져미게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지난 근로자의 날(2003.5.1.)  집사람과 예샘이와 현대미술관을 관람하고 이 조형물을 세번째로 만나게 되었는데 애절한 마음 감출 수가 없습니다.

제게는 심장이라도 빼내어 줄 수 있는 여찬이라는 절친한 친구가 있습니다. 윤여찬.......

나보다 한 살이 많지만 대학 동기로서 막역한 친구입니다. 너무나 착하고 악의가 없어서 누구에게라도 친구가 될 수 있는 사람입니다. 너무나 요령이 부득하여 미련하리만치 성실하게 일하는 사람입니다. 지란지교를 꿈꾸며......에 나오는 친구 같은 사람입니다.

제가 예수님을 영접하고서 제일 먼저 그 친구를 전도하여야 겠다라고 마음 먹은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예수님이 나와 함께 계신다는 이 엄청난 기쁨을 그 친구와 한시바삐 공유하기를 바랬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그 친구가 예수님 이름만 들으면 교회 이야기만 들으면 화제를 자꾸 다른 데로 돌렸습니다.

그 친구가 시골에서 정말 사랑을 누리지 못하고 자라났다는 사실은 후에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예수님 믿기 전에는 세상에 나보다 더 불행한 사람이 없다라고 믿고 있었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내게 있는 어려운 일들, 예를 들면 학비를 위하여 아르바이트를 하여야 하는데 나는 집에서 배운 대로 막노동(속칭 노가다)을 하여야 한다든가, 다른 사람과는 조금은 다르게 시작된 어려운 여건의 결혼생활 등-도 내게는 당연한 것이다라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던 사람이었습니다.

그 때문에 그 친구가 신문보급소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날마다 새벽마다 다른 사람의 2배가되는 신문을 돌리는 것을 대학생의 낭만으로만 이해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친구가 자진하여 군대에 갈 때에도 용감한 객기라고 생각하였습니다.

그 친구가 제대를 하고 제가 대학 4학년 때 다시 만날 때 학비 때문에 1년 늦게 복학 하였노라는 말을 들었을 때에도 성년으로서 집의 원조-우리는 이를 향토장학금이라고 불렀지요-를 받지 않으면서 대학생활을 하려는 독립심의 발로(發露) 였다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마음을 이해하여야 한다고 스스로 다짐하였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그의 이러한 사상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그렇더라도 예수님만은 그 친구가 영접하기를 바랬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흘렀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대학원에 진학하여 주경야독을 계속하며 그 친구가 예수님을 영접하기만을 기도하는 시간으로........

여찬이가 영양실조에 의한 간 질환으로 광주 어느 병원에 입원하였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그렇게 튼튼하고 건강해 보이던 여찬이가 간 질환이라니............... 급히 병원을 찾아 문안하니 퉁퉁부은 얼굴에 황달기가 가득한 눈으로 나를 맞았습니다.

고시 공부를 하는데 돈이 없어서 고시원에서 하루 한끼 식사로 공부를 하는데 갑자기 띵하더니 세상이 다 암흑으로 가득 덮혔답니다. 그리고 3일 후 눈을 떴을 때 병원이라는 것을 알았답니다. 절대적인 안정을 취하지 않는 한 완치되지 못한다고 의사가 그랬답니다. 그가 그렇게 바라던 세무사의 꿈도 접어야 할 것이고 하였습니다.
‘친구야 미안하다. 네가 이렇게 되기까지 너를 돌아보지 못했구나. 정말 미안하다.’
미안한 마음 정말 금할 수 없었습니다.

이 때에야 비로소 서로의 어려웠던 성장 배경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더불어 여찬이의 옛날 생활이 정말 어려운 형편에서 어쩔 수 없이 감내하여야 하는 절박한 생활들이었음을 이해하게 되었고 이로써 지금까지의 형식적인 친구관계를 청산하고 진실한 마음으로 여찬이를 바라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저는 친구 손을 붙들고 예수님을 영접할 것을 간곡히 부탁하였습니다.

‘너의 질병과 네게 있는 어려움이 네게 복인줄 알아라. 나도 내게 어려움이 있고서야 예수님을 찾았으니까. 너나 나나 자기 고집만 있는 놈들 아니더냐. 예수님을 알고 보니 이것이 얼마나 큰 교만인지, 얼마나 큰 죄인지 알겠더라. 그 큰 죄를 다 용서해 주신 예수님을 믿으면 우리의 질병과 고난은 문제가 아니다.’

너무 강하게 그가 이 일로 인하여 구원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습니다.
그도 교회에 대하여 긍정적으로 생각하겠노라고 하였습니다.

이 때쯤 처음 현대미술관을 관람할 기회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봄비 내리는 가운데 커피 한 잔을 마시면서 그 조형물을 바라 보았을 때 그것은 이미 조형물이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이었습니다. 애끓는 간절한 심장이 되어 ‘하나님이여! 불쌍한 우리를 용서해 주세요. 저를 구원하여 주심과 같이 여찬이도 구원해 주세요. 저가 하나님을 알므로 제게 주신 기쁨을 여찬이에게도 허락해 주세요!’

그 후 1994년 저는 세무사 시험에 합격을 한 후 그 해 12월 18일 미루어 오던 군에 입대하면서 시골에서 요양 중인 여찬이에게 전화해 꼭 교회에 나가라고 신신당부를 하였는데 알았으니 염려말고 잘 다녀 오라고 하였습니다. 염려 말고 잘 다녀오라고............

지금 생각해 보면 친구의 염려 말라는 소리를 엄청 기쁘게 들었나 봅니다. 정말 군생활 동안 염려하지 않았으니까요. 군 생활은 아내와 딸아이에 대한 걱정으로 여찬이에게는 신경을 쓰지 못했습니다. 다만 기도할 따름이었습니다.

제대 후 현직에 종사하게 될 때쯤 여찬이가 공부를 다시 시작하게 되었음을 알았습니다. 서대문의 한 도서관에서 열심히 공부하였습니다. 건강을 많이 회복하였습니다. 그러나 정작 그 때에도 여찬이는 교회에 나가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건강을 회복할 수 있었는지 물었습니다. 그는 철저한 건강관리와 식생활을 통해서 건강을 회복했다고 했습니다. 왠지 너무 불안했습니다. ‘네 영혼이 어찌하여 불안하여 하는고’ 하는 말씀의 심정이 느껴지는 듯 했습니다.

투병을 예수님의 능력으로 승리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막연한 느낌, 그래서 여찬이가 신앙생활을 멋지게 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빗나갔다는 불안감이었나 봅니다. 스스로의 노력으로 그 어려움을 극복해 냈는데 예수가 무슨 소용이냐? 다 사람 마음 먹기에 달린 것이다라는 뉘앙스를 많이 받았습니다.

정말 불안한 심정으로 기도할 그 때쯤 두 번째로 그 조형물을 보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화창한 날이었는데도 여전히 조형물의 붐~ 붐붐~ 붐~붐~붐~붐~~~~~~ 음향은 가슴을 저미고 ‘예수님! 어찌하여 그렇게 기도 드렸는데 기도를 들어 주시지 않으신지요!’ 울부짖는 마음이 되었습니다.

지레 포기한 것일까?
절대 아닙니다. 마음이 낙망되고 여찬이가 예수님을 영접하지 않는데 대하여 애통한 마음이 지금도 많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기도합니다. 그러나 예전처럼 그렇게 진심으로 간구하지는 못하는 모습임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헤롯왕 때 사가랴와 엘리사벳은 하나님의 모든 계명과 규례대로 흠이 없이 행한 의인이었습니다. 그가 자녀가 없으므로 오랫동안 기도하였던 같습니다.
그러나 나이가 너무 들고 자녀를 위한 기도를 하였을 지언정 마음으로 믿지 못하였던 같습니다. 요한이라는 아들을 주겠다고 가브리엘이 대언하였지만 마음에 ‘나이가 이렇게나 들었는데..........’ 스스로 절망하고 있었습니다.

하나님의 정한 때가 있고 하나님의 정한 뜻이 있는데 사가랴는 믿지 못했습니다.
그 죄로 인하여 사가랴는 벙어리가 되었습니다.

이번에 저는 아내와 예샘이를 데리고 실로 오랜만에 현대미술관을 관람하게 되었습니다.
마음이 조금 설레이는 것은 내심 그 조형물이 잘 있을 거라는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었겠지요.

오랜 풍파 때문인지 몸체는 그대로 이나 귀부분이 갈색으로 녹슬어 있었습니다. 여기 저기를 구경하면서도 내 귀는 무언가를 계속 찾고 있었습니다. 바로 그 조형물이 울려주는 붐~붐~ 소리를...............

근처 서울대공원의 요란한 청룡열차가 지나가는 소리와 아이들의 비명소리와 가끔 멀리 동물원에서 울려오는 어떤 동물의 울음소리도 들리지만 기다리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습니다.

허전한 마음으로 커피를 마시면서 그 조형물을 바라보았습니다. 외침이 없어진 조형물..........

‘네 기도로 한 영혼을 구원할 수 있을 것 같더냐?
모든 것이 때가 있고 정한 것이 있어 그 때가 차면 내가 쓸 것이지만,
네가 지레 포기하고 기도를 멈추었도다’

‘주여! 제가 포기하지 아니하였나이다. 지금도 주께 여찬이의 영혼을 위하여 기도하고 있는 줄 주님이 아시나이다.’

‘아니다. 지금은 너의 기도 소리가 내게 들리지 아니하도다.
진정한 믿음으로 기도하여야 할찌니라.
그 때가 차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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