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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오벨리스크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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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종구<월간목회 발행인> [email protected]

로마 성 베드로 광장에는 높이 40m의 거대한 오벨리스크가 세워져 있다. 이 오벨리스크는 본래 이집트의 태양신앙의 상징물인데 신전이나 무덤 앞에 세우는 기념비로 그 유래는 이집트 신화에 나오는 이시스의 남편 오시리스의 남성 상징에서 나왔다고 한다. 이 비석에는 태양신에 바치는 찬가와 당시 파라오를 칭송하는 내용이 이집트의 상형문자로 새겨졌다.

이 비석은 로마 칼리굴라 황제가 이집트에서 가져와 바티칸 언덕의 원형경기장에 세웠던 것을 1586년 식스투스 5세가 지금의 위치인 성 베드로 성당 앞마당으로 옮겼다. 이때 바티칸 교황청에서 이 이집트 우상물 꼭대기에 십자가를 안치하고 교황이 기념미사를 거행했다.

이 비석은 네로 황제 때 원형경기장에서 기독교인들이 맹수들에 찢겨 죽어가는 것을 내려다봤을 것이다. 그때 이교의 상징물인 이 비석은 미소를 지었을까,아니면 눈물을 흘렸을까? 오벨리스크의 수난은 이것만이 아니다. 아프리카 지역에 있던 것들은 16세기 중엽부터 유럽의 정복자들에게 대부분 약탈됐다. 그래서 현재 미국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에 산재해 있다. 그중에서 가장 많이 약탈해간 나라는 이탈리아로 20개나 된다.

서구열강은 왜 이 비석에 집착했는가? 그것은 식민지 쟁탈에서 성공했다는 자국의 지배력을 과시하기 위한 동기에서였다. 그리고 태양신의 상징물인 만큼 승리의 영광을 나타내려는 의도도 담겨 있었을 것이다. 서구선교 역사에 3G시대가 있었다. 정복자의 영광(Glory),식민지에서 수탈한 황금(Gold),그리고 하나님(God)을 한 그릇에 담고자 했다.

오늘날 사람들은 성 베드로 광장의 이 비석 아래에서 자유와 평화를 이야기한다. 정의와 인권을 부르짖는다. 용서와 화해,그리고 사랑하라고 한다. 이같은 인간들의 모습을 보며 오벨리스크는 무슨 생각을 할까? 거대 군중속의 절대고독에 전율을 느낄까? 아니면 무거운 밤,이집트의 밤기운을 그리워할까?

최근 약탈 문화재 반환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에티오피아는 이탈리아에 오랫동안 약탈 문화재 반환을 요구해왔다. 마침내 콜로세움 맞은편 유엔식량농업기구 건물 앞에 있는 오벨리스크를 반환 받기로 합의하고 그 절차에 착수했다. 잘못된 과거청산은 빠를수록 좋다. 장밋빛 미래는 과거를 청산하는 데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기억한다. 부귀와 영화,권력이 절정에 이르렀을 때 솔로몬 왕은 우상문화를 허용한다. 이방 여인들을 왕비로 맞이하고 이방 우상의 산당을 예루살렘 앞산에 세운다. 그의 몰락은 거기에서 비롯된 것이다.

하나님께로 엄청난 복을 받은 야곱은 세겜성에서 큰 시련을 당한다. 이에 가솔들에게 이방 신상을 버리라고 명한다. 우상들을 모두 땅에 묻고 벧엘로 올라가서 단을 쌓고 돌기둥을 세우고 하나님께 경배했다.

오늘 우리 마음속에 오벨리스크는 없는가? 끝없이 높아지려는 욕망,약자를 굴복시키려는 정복욕은 없는가? 입으로는 사랑과 섬김을 외치면서 안으로는 스스로 독선 첨탑만을 무성하게 세워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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