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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증 창조는 주님의 몫… 나는 재현할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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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크리스천인가] 조각가 정관모

한국전쟁이 한창인 1952년, 중3 때 공주감리교회란 곳에 처음 가 보았다. 큰누님의 인도였다. 그후로도 교회는 계속 다녔지만 성경공부는 별로 안했다. 하나님이란 존재에 대한 확신을 갖지 못했다. 그런 생활이 고등학교와 대학, 졸업 후까지 이어졌다.

당시 미술계의 등용문이었던 국전 공모전에서 20대 나이에 추천 작가가 됐다. 대학에도 출강하는 등 나름대로 주목받는 작가가 됐다. 푸른 꿈을 안고 1967년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펜실베이니아 아카데미와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에서 수학한 뒤 전업 작가로 활동을 시작했다. 외형적으로는 필라델피아에서 꽤 괜찮은 모양새의 인정받는 조각가가 돼 가고 있었다.

그러나 세계적인 작가들이 모두 모이는 미국 미술계는 내게 망망 대해처럼 느껴졌다. 정신적인 시련과 고통의 세월이 이어졌고 사는 의미까지 잃어가고 있었다. 예술의 성패는 독창성으로 판가름나는데 나는 서구의 미술 훈련을 여과없이 받아들이기에 급급했다. 내 작품 안에는 나만의 조형 철학이 없었다.

무개성적, 무창의적이었다. 서구 현대미술의 끝자락에, 그것도 겨우 습작과정을 마치고 난 것 같은 내 모습에 크게 실망했고, 당황스러웠다. 좌절은 거듭됐다.

흔히 예술가는 재능을 타고 나야 하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재능과 노력만으로 뛰어넘을 수 없는 한계가 있음을 깨달았다. 그것을 넘기 위해 체내의 진을 마지막 한 방울까지도 짜내어 태워야 한다. 나는 내 능력으로는 도저히 풀 수 없는 한계에 도달했음을 깨닫고 굵은 눈물방울을 떨구었다. 그제야 나는 하나님 앞에 엎드렸다. "하나님, 교만한 저를 용서해 주세요."

회개 기도를 드렸다. 그리고 필라델피아 한인교회 오기항 목사님께 찾아가 세례를 받았다. 나는 비로소 변화된 신앙인으로서 예술에 새로운 눈을 뜨기 시작했다. 하나님이 지으신 세상 만물의 자연미를 관찰하게 됐다. 지난날 순수 조형을 통한 인공미에 집착해 왔었던 것과 비교해 엄청난 변화였다.

그리고 진정한 의미의 창조는 하나님만의 몫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하나님의 창조 원리와 질서를 찾아내 재현하는 것뿐이라고 생각했다. 창작이라고 생각한 것이 단지 발견의 수준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그리고 한국적 현대 조각에서의 조각 모색이라는 구체적인 연구 주제까지 세우게 됐다.

참으로 신통한 일이었다. 하나님이 깨달음의 지혜를 주신 것이다. "고난 당한 것이 내게 유익이라. 이로 인해 주의 율례를 배우게 되었나이다"(시편 119:91)라는 말씀은 내 미국 생활에 딱 맞는 성경 구절이었다.

나는 재도전을 위해 크랜브룩 아카데미 석사 과정에 등록해 공부를 마쳤다. 때마침 성신여대 이숙종 이사장님이 부르셔서 귀국을 결심했다. 모든 생활의 변화가 기도 응답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1973년 귀국하자마자 아내와 의논해 집에서 가장 가까운 교회를 다니기로 했다. 주일 아침, 아파트 비탈길을 내려오는데 바로 앞에 영암교회가 있었다. 담임 목사님(임옥)을 뵙자마자 그분의 영성이 신묘하게 내게 전해졌다. 대단하신 분인 걸 단박에 느낄 수 있었다. 임 목사님은 은퇴하셨고 이제 후임 서정호 목사님께서 내 신앙생활을 계속 돌봐주시고 계시다.

2002년에는 한국기독교미술인협회에서 주는 대한민국 기독교미술상을 수상했다. 나는 상을 받으며 '이 상의 의미가 무엇일까' 골몰했다. 그리고 기독교 현대미술관 건립에 착수했다. 그리하여 2006년 C아트뮤지엄이 개관됐다. 크리스천 관람객들이 소장 작품들을 감상하면서 자신의 신앙을 점검하며 하나님 앞으로 좀 더 다가서는 모습을 볼 때마다 기쁨을 느낀다.

젊은시절 들었던 '청년 작가'라는 호칭이 아직도 귀에 생생한데 미술계는 나를 '원로 작가'로 구분하고 있다. 살아갈 여생이 그만큼 짧다는 이야기도 된다. 다른 크리스천들이 음악과 무용과 문학으로 하나님을 찬양하듯, 나는 조형 작품으로 영광을 돌리는 '조형 찬양'으로 하나님께 더욱 가깝게 다가가고 싶다.

"주의 말씀은 내 발에 등이요 내 길에 빛이니이다"(시편 119:105) 참으로 좋은 성경 말씀이다. 오늘의 내 삶이길 바란다. 할렐루야!

-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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