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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친구....(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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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선의 주바라기 홈피에서 펀글입니다...

          




첫번째 사진은 사고나던 해, 창옥이가 제 생일 축하해주던 날이었구요,
두번째 사진은... 달라진 모습 이지만.. 같은 마음의.. 아니 오히려 더 깊어진 마음의 사진입니다.

어려울때 더 빛나는 친구...
진짜 친구가 무엇인지 알려준 고마운 친구입니다.


덧붙이는 글은 .. 오늘 그 친구가 쓴 글입니다.

  




칭구...최선...


내 칭구는 나에게 어떤 존재인가...

내 칭구가 사고를 당하던 그 날에 저는 이런 기분이 들었더랬습니다.
'아 내 칭구 진짜 보고싶다.' 갑작스럽게 누군가가 막 보고싶은 거 있죠 왜..
그리곤 전화가 너무너무 하고 싶었더랬습니다.
그 즈음 저는 언어연수를 가 있었습니다. 독일의 작은 마을 학원을 다녔는데, 학원에서 공중전화가 꽤나 멀었더랬죠.
쉬는 시간마다 전화하러 가는 절 보고 다른 애들이 물었습니다.
'집에 무슨 일 있니?'
'아니, 그냥 칭구가 보고싶어서...' 하곤 멋적게 웃었더랬습니다.
어쨌거나 집전화, 핸드폰... 다 안 받는 걸 봐서 어디 휴가라도 떠난 줄 알았습니다.

가 있는 동안, 저는 마치 연예인처럼 이주일에 적어도 두 통씩의 편지를 꼬박꼬박 받았더랬습니다.
미처 끝까지 보고 오지 못한 드라마의 엔딩이며 내 칭구가 계단에서 얼마나 '바보스럽게' 굴러떨어졌는지 등의 시시콜콜한 얘기가, 타지에서 외로움이라도 탈까봐 열씸히 칭구가 그 예쁜 글씨체로 적어준 편지들을 말이죠.
그런데 며칠이나 기다리던 편지가 오질 않아 반 아이들과 ' 아.. 연예인의 인기란 역시 한순간에 사그라드는거야..'하며 웃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러다 며칠 후 집에 전화했더니 이모가 받으십니다.
'어... 칭구니? 아직 소식 못들었구나. 외국에 있다고.. 지선이 차사고 당해서 병원에 있다. 차가 폭발했어...' 그러곤 하염없이 우십니다.
수술실에 있다고 하셨던가...
저는 그냥 팔이나 다리가 부러졌거나... 뭐.. 교통사고에서 "흔히" 일어나는 그런 사고가 난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가슴은 왜 이리 뛰는지요.
오까한테 전화했습니다.
'어... 그래 잘 있니? 어... 중환자실에 있는데, 우선은 걱정 너무 하지 말고 기도해줘. 그리고 전화 못받으니까 한국에 오면 연락해라.'
뭘까..뭘까...
막막한 답답함에, 떨리는 불안함에 방으로 들어가 이불로 입을 틀어막고 울었습니다. 내 칭구가...

한국엔 밤에 도착했습니다.
칭구가 있던 중환자실은 부모님까지도 면회 시간이 제한된 곳이었기 때문에 저는 하루 밤을 어떻게 보냈는지 모르고 아침 일찍 병원부터 갔습니다.
그리고 차례를 기다려 간 곳에 제 칭구가 누워있었습니다.
사실 들어가기 전에 오까가 잠깐 주의를 줬지요. '울지 마...'

사실 저 약간 이상한 구석이 있습니다.
코메디 영화만 봐도, 만화책 보다가도 눈물 질질 흘리는데, 이상하게도 눈물이 안 나는 상황이 생긴단 말입니다.
바로 이 순간이 그랬습니다.
마음은 찢어지는데, 입에선 큰 말소리와 웃음이 멈추지 않았습니다.

중환자실에 들어가면서 질렀던 '우와! 이지선!' 소리에 움찔한 간호사'님'이 살짝 눈 흘기시던 게 생생합니다.
내 칭구는 '이런 모습이어서 미안..' 이었던가... 암턴 이상한 소리를 했습니다. 전 그래도 제 칭구 모습이 남아있어서 (붕대 끝으로 보인 코가 진짜! 예뻤습니다.) 기쁜 마음에 마구마구 수다를 떨었더랬죠.

그 후로 전 칭구가 옆에서 얼마나 많은 시간을 함께 해 주었나 나와 얼마나 많은 것을 나누었나를 슬슬 깨닳기 시작합니다.
마음이 맞는 칭구를 가질 수 있다는 거.. 그거 쉬운 일이 아니자나요..

그래서 저는 최선을 다했습니다.
중환자실에서 칭구가 나왔을 때, 여러분이 칭구가 외부의 일을 알면 더 나가고 싶지 않을까 했지만, 저는 최선을 다해 바깥 일을 알리고 분위기를 전달 하고 함께 즐기려 했고...
칭구가 붕대를 몇개월 만에 처음 푼 날 야윈 얼굴을 안타까와하기 보다는 얼굴이 얼마나 '날렵해' 보이는 지 기뻐했습니다.
몇개월 만에 머리를 감고 자를 때도 그 모습에 곁에서 개운해 했고,
처음으로 혼자 걸어 화장실에 간 날, 전화를 건 날, 짧아진 손가락으로 단추를 채웠던 날, 물리치료실에서 퍼즐 같은 것을 맞추고 머리 좋다고 헤헤거리던 날...드라마에 나왔던 우리 나름의 동경이었던 버섯 굴죽을 찾아 사간 날... 모두모두 함께 즐겼습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까지도 나름의 최선을 다합니다.

하지만 그 최선 속에는 제가 모르는 내 칭구의 눈물이 있고 고통이 있고, 또 제 칭구가 모르는 제 눈물이 있고 미안함이 녹아있습니다.

살아있다는 것은, 살 수 있다는 것은, 함께 할 수 있다는 그것만으로도 축복입니다. 특별하고 지켜야 하는 것이지요.

내 칭구는.. 나에게 이런 존재입니다.
누구든, 어떤 말로든 빼앗아 갈 수 없는 존재입니다.
저는 다시 최선을 다하려 자신을 추스립니다.

내 칭구는 저에게 최선이라는 단어를 가르쳐 준 존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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