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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계절 연가 (戀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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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재신 목사 (양정교회)

  어느 덧 10월 중순이 훌쩍 넘었습니다. 벌써 설악산 단풍이 곱게 물들기 시작했다는 뉴스를 보았습니다.
우리나라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사계절이 뚜렷해서 참으로 좋습니다.
  봄은 겨우내 불던 찬바람 물러가고 남녘으로부터 올라오는 훈풍에 꽁꽁 언 대지가 녹고 죽은 것처럼 말랐던 나뭇가지에 물이 오르고 새잎이 돋아나고 꽃이 피어 생명이 약동하는 계절이어서 좋습니다.
  그리고 비록 찌는 더위와 지루한 장마와 태풍 같은 복병이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온갖 산 천 초목이 나래를 한껏 펼치는 여름은 푸름청청 청년의 계절이어서 참 좋습니다.
  매미 소리 멈추고 고추잠자리 쌍쌍히 날개를 펴고 어느 구석 귀퉁이 어둑진 곳 귀뚜라미 구성지게 노래 할 즈음, 아침저녁 바람 서늘하게 느껴지기 시작 할 때, 들판의 오곡백과는 농부들의 간절한 열망을 가슴에 가득 담아 알알이 하늘을 향해 고개를 숙이고, 그 푸르던 산하가 울긋불긋 단풍으로 물들기 시작할 무렵, 흥겨워 부르는 추수의 노래와 함께 가을은 보람의 계절이어서 참 좋습니다.

  삶의 한 주기를 다 마치고 보란듯이 잎사귀 하나 열매하나 모두 다 바쳐 드리고 또 다른 삶을 준비하며 비록 앙상하지만 고품 있게 자리에 우뚝 서 있는 감 나무 가지 사이에 흰 눈 꽃이 매달리는 겨울은 쉼과 준비의 계절이어서 좋습니다.
  또 겨울은 사람들을 긴장하게 하는 계절이어서 좋습니다.
  온 산천이 추위에 웅크리고 있는 듯하지만 또 하나의 도약과 재기를 위해서 북풍한설 찬바람과 싸우는 인내를 배우게 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결국 따듯한 봄날에 오기 때문입니다. 사계절의 변화는 우리 삶에 주어진 참 좋은 축복입니다.
 
  1년 내내 더위만 있는 열대 지방에 사는 사람들은 긴장감을 가질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무더운 기후가 사람들을 체질적으로 게으르게 만들어 버립니다. 겨울준비 할 필요가 없으니 긴장할 필요가 없는 것입니다.
  때로는 추위도 더위도 있고 그러면서도 따듯함과 시원함이 있는 겨울이 있고 여름이 있고 봄이 있고 가을이 있는 것이 우리 민족에게 주신 하나님의 선물인지 모릅니다.

  특히 가을엔 단풍의 계절이어서 아름답습니다.
  사람들은 지는 낙엽을 보며 이별과 고독과 외로움을 생각합니다. 인생무상과 허무를 느끼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 가을에 우리는 은총을 생각합시다. 
  이별이란 또 하나의 만남을 준비하는 것, 인생이 만나서 정들고 시간이 되어 이별하지만 영원한 이별이란 애초에 없습니다. 각자 삶의 애환이 시간에 새겨지고 그것은 영원에서 영원으로 흐르기 때문입니다.
  낙엽은 그 푸르른 날의 추억을 마지막으로 가장 화려하고 멋지게 장식합니다. 비록 순간 땅에 떨어져 뒹굴고 사람들에게 밟히는 운명임을 잘 알찌라도 끝까지 버티다 또 버티다가 간만에 부는 소슬 바람에 놀라 떨어지는 그 상처에 아름다운 추억이 새겨집니다.  이 가을을 주신 주님게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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