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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열손가락 없어도 산을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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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충영 박사(경북대학교 명예교수, 현 대구도시가스 사장)

지난 91년 김홍빈 씨(41)는 북미의 최고봉인 매킨리(6천194m) 등반에 혼자 나섰습니다. 그는 5700미터의 데날리 패스에서 더 이상 전진하지 못한 채 악천후 싸우며 체력이 크게 떨어졌습니다. 거의 고립상태로 텐트에 누워있던 그는 어느 틈엔가 혼수상태로 빠져들어 구조가 될 때까지 텐트에 누워 있었습니다.

그는 헬기로 앵커리지의 병원으로 후송되어 잠시 정신을 되찾아 의사와 한국인 간호사가 옆에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손의 피부를 벗겨야 한다며 부탁하는 용지에 사인을 하자 그는 따뜻한 물이 담긴 속으로 옮겨졌습니다. 온몸이 동상이 걸렸기 때문입니다. 중환자실에서 열흘이 지나자 어느 정도 의식이 돌아왔지만 얼마 뒤 그의 양손은 영원히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양손의 상태가 심각했지만 어떻게든 살려보려고 엉덩이 살을 옮겨 붙이는 등 무려 7번이나 수술했으나 아무런 소용이 없었습니다.

그는 삶의 의욕을 상실했지만 곧, 97년 유럽 최고봉인 엘브루즈(5천642m) 정상에 오름으로써 그의 제2의 산악 인생이 시작됐습니다. 그는 더 이상 산을 원망하지 않고 오히려 장애를 극복하려고 사랑하는 산을 오르고 있습니다.

김씨는 7대륙 최고봉 완등을 목표로 세우고 97년 아프리카 최고봉인 킬리만자로(5천895m), 98년에 매킨리, 99년에 남미 최고봉 아콩카구아(6천959m) 정상에 발자국을 남겼습니다. 그리고 내년 봄에는 이미 두 차례 실패한 바 있는 에베레스트(8천848m) 정상 도전에 나설 계획입니다.

손가락 하나 없는 조막손이지만 엄지와 검지 사이에 2cm 정도 틈이 있었고 그 곳에 볼펜이나 포크 등을 끼워 그것을 손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 작은 근육을 살리기 위해 미국의 의사들이 1억원이 넘는 비용을 사용하며 7번의 재수술을 하였습니다. 처음엔 이까짓 근육이 무슨 소용이냐고 자포자기 했지만 이제 자신의 손이 된 그 근육은 천만금을 주고도 살 수 없음을 깨달았습니다.

김씨는 스키 등반을 합니다. 도보 등반보다 어려운 스키 등반을 시도하는 이유는 그만큼 스키에 자신이 있기 때문입니다. 김씨는 지난 88년 전국체전 노르딕스키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 정도로 스키에 관한한 일가견이 있습니다. 손가락을 잃은 후에도 2002년에는 미국 솔트이크 시티 장애인 동계올림픽에 스키대표로 참가하는 등 스키와의 인연을 떼지 않았습니다. 스키 스틱을 손에 잡을 수 없는만큼 스키로 산을 오르내릴 때 중심을 잡기가 힘들 뿐만 아니라 다리 힘 소모도 큽니다. 그러나 그는 "살면서 산에 오를 때가 가장 마음이 편했고 삶에도 희망을 심어준다"라며 산에 오르는 소감을 말했습니다.

김홍빈 씨는 어떠한 어려움에도 좌절할 줄 모르는 불굴의 정신을 우리에게 보여 줍니다. 손으로 하는 일이 너무나 많기 때문에 손이 없다는 것은 할 수 일이 없다는 것을 뜻합니다. 그러나 아닙니다. 열 손가락으로도 줄을 타며 오를 수 없는 산을 그는 조막손으로 오르고 또 오르며 쉬지 않는 도전을 계속합니다. 육체의 장애가 아니라 정신적인 장애가 우리를 좌절하게 한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내가 산을 향하여 눈을 들리라 나의 도움이 어디서 올꼬 나의 도움이 천지를 지으신 여호와에게서로다[시 121:1-2]

- 출처 : 크리스천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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