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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그러다 영혼까지 대리할까 염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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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태화 (안양대 기독교문화학과 교수)

대리점은 편리하다. 얼마나 발이 가뿐해지는가. 주택가 주변에 우유대리점이나 화장품대리점이 있어 시간과 노력을 절약시켜주니 말이다. 또한 얼마나 흥분되는 일인가. 입사한 지 2∼3년 지나 처음으로 대리로 승진하게 했다면 말이다. ‘대리’(代理)는 생활에 익숙한 용어요,정감을 지니고 아직 우리 곁에 남아 있다. 그런데 이 대리가 점점 모양이 변질되어가는 듯싶다. 이른바 대리 만능사회가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예전과 같지 않게 고도로 전문화된 사회가 될수록 우리는 어떤 면에서 무능하게 된다. 전문화를 추구하는 사회가 가지고 있는 역설이 아닐 수 없다. 겉으로 보기에 평이한 일도 전문가의 인증이 없으면 법적 문제로까지 비화될 수 있으니 전문가 대리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그 중에서 가장 안타까운 분야는 교육이다. 현재의 교육은 진정한 의미에서 교육이 아니다. 지금 우리는 교육을 보다 더 인기있는 학교나 학과로 진학하기 위한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 치열한 정보와 학습 현장에서 소외된 부모들은 교육을 대리에게 맡기지 않을 수 없게 된다. TV 인터넷 학원 등이 교육의 대리점으로 등장하게 된 것이다. 여기에서 인격적 감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한술 더 떠서 건강문제,노후문제,인간의 생사화복까지 이제는 홈쇼핑이 만능 처방사인 것처럼 홍보하고 있다. 인간의 내적 문제인 행복까지 ‘상품’으로 포장해서 사고팔려는 이들의 작전은 ‘대리사회’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 대리는 그만큼 우리 사회에 익숙해진 구조,나아가 습관이 되었다. 현대는 대리사회라고 불릴 만큼 주객이 전도되고 있다. 사이버 세계에서 또 다른 자아를 찾기에 열을 올리고 있는 디지털 유목민들은 아이템이니 아바타에서 자신을 대신할 분신 때문에 기뻐하고 슬퍼한다.

문제는 이제 시작이다. 사람들은 기로에 서 있다. 자칫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로부터 소외 당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해 있다. 음식은 대리점에 주문하고,청소는 대행업체가 맡아주고,옷은 코디가 결정해주고,공부는 족집게 강사가 정답을 알려준다. 또 운전은 대리운전이 해주고,결혼은 중매업체에서 책임 지고,인생은 건강·생명·노후보장 같은 보험이 대신해주고…. 그렇다면 영혼은,내 영혼은 누구에게 맡길 것인가. 내 영혼마저 어느 이름 모를 종교대리점에 맡길 것인가? 깊이 성찰해볼 일이다.

-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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