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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초보 전도사의 심방일지 - 미에로 화이바 3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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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재숙 전도사(초원교회)

아무도 모른다. 내가 이렇게 울보인지....... 남편은 나를 한마디로 ‘우아한’ 여자라고 했다. 그 말엔 웬만해선 얼굴을 찡그리거나 울지 않는다는 뜻이 숨어 있다.
어제 심방 중 차00 권사님 집에 심방 갔을 때, 다 헤어진 꽃방석을 내 놓고, 부득부득 깔고 앉으라고 하셨던 일이 오늘 기도하다 문득 떠올랐는데, 이 대목에서 눈물샘이 터진 것이다. 그것이 너무 애틋해서 일까? 왜 이리 눈물이 쏟아질까? 팔순 권사님이 목회자라고 우리를 상석(?) 꽃방석에 앉히고 싶어 하는 그 겸손한 섬김이 너무 고맙고 감사하고, 나대신 그 자리에 예수님이 앉으실 자리라 생각되어 감개무량해서 일까?

차 00 권사님, 86세
이 목사님은 여러 차례지만 나는 3차례쯤의 심방 길이었다. 번번이 혼자 집을 보다가 우리를 맞곤 하셨다. 관악구 신림동 00동네 골목시장께로 이사 가신 후 우리교회가 너무 멀고, 기력도 안 되고, 데려다 줄 식구도 없어서 못 오시므로 대신 교역자들이 한 달에 두세 번씩 들러 예배를 드리는 분이다.

큰 돋보기안경으로 얼굴을 반은 가리고 치아는 반은 빠져 합죽한 인상이신데 늘 따스하게 손 잡아끌어 당신 방으로 데려 가신다. 그 방엔 검은 색으로 변한 거울이 반 쯤 떨어져 나간 채 옷장에 붙어 있고, 바닥엔 먹다 남긴 곳감 접시로 일렬횡대 개미가 줄을 있던지, 덮어 놓은 종이쪽지 가장자리로 파리가 왱왱거리던지, 대충 그런 풍경이 있다.
차 권사님에겐 건축일하다 IMF 때 접고 이것저것 손 대 보시다가 역시 잘 안되시는 60대 후반의 무력한 아들 내외가 있고, 그 분들을 봉양하는 30-40대 손자 부부가 있다. 갓난 아기를 60대 할머니가 업고 있는 걸 보니, 4대 가족이 살고 있는 셈이다. 손자 한 사람이 4대를 책임지려니 오죽할까?

지난 번 심방 갔을 때 권사님은 당신이 헌금을 못해서 너무 미안해 하셨다. 그러실 필요 없노라고, “우리가 헌금 바라서 왔겠습니까?, 예수님 사랑으로 예배드리러 왔지요.” 아무리 말해도 헌금하실 수 없는 당신의 사정을 너무 마음아파 하셨다. 그러더니 요전 주에 목사님 편에 심방 감사헌금을 하셨단다. 소원을 이루신 것이다. ( 과부의 두 렙돈 헌금을 받으신 하나님! 기쁘시죠? )

어제는 비가 주룩주룩 왔고 비어는 날의 교통지옥을 참고 교회서 그 곳까지 한 시간 반 걸려 도착해보니, 60된 며느님이 손자를 돌보고 계셨다. 차 권사님은 손에 숟가락을 들고 나오셨다가 식사도 잊은 채 예배 보시잖다. 후덥지근한 날씨에도 꽃무늬 방석에 앉아서 간절한 기도와 예배드림이 꿀 같이 달았다. 방을 나오니 며느님은 아기를 업은 채 수박을 썰어 내왔고, 어느 틈에 아들 집사님은 빗속에 나가 미에로 화이바 3병을 사들고 오셨다. 사람은 다섯인데 세병이라! 그것도 냉장고에서 꺼낸 게 아니고 이 빗속에 나가서 사 오신 것이다. 아드님 집사님이 우리를 잘 쳐다보지도 못한 채 계면쩍어 하며 병마개를 따줄 때, 차 권사님은 흡족하게 웃으셨다. 당신 방에서 살짝 살짝 예배드리고 조용히 가야 했던 교역자들을 아들 내외가 음료수까지 준비해서 마루에서(공개적인 곳) 대접해 주다니.......
여기서 오는 행복감이 그 눈빛에 어리었다. 얼굴 주름살 이랑마다 자글자글한 기쁨이 배어 나왔다. 오! 주님, 이 가정에 팔순 어머니의 신앙이 자녀손 대대로 천대까지 이어지게 하소서.......

효도란 무엇일까? 큰돈이 없어도 부모님 마음을 헤아려 드리는 것, 시원케 해드리는 것!
하나님 경외란 무얼까? 대단한 신앙 아니어도 하나님은 살아계셔서 오늘도 우리 안에 하나님 나라를 만들어 가심을 믿고, 겸손히 우러르는 것!

목양이란 뭘까? 한 마리일망정 잃은 양을 찾아 나서고, 그들의 처지와 형편을 헤아리는 것, 양들의 상처와 고통을 쓰다듬으며 예수님께로 치료능력의 근원자 되시는 그 분께로 인도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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