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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예언자적 상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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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태화 (안양대 교수 기독교문화학)

문학이나 문화에서 이미지는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때 이미지는 너무 중요해서 관찰된 대상의 의미를 바꾸어놓기도 한다. 예를 들면 물이 졸졸 흐른다고 하는 것과 물이 콸콸 흐른다고 하는 것은 분명히 다르다. 여기서 지적하려는 것은 시냇물과 폭포수가 어떻게 다르게 표현되느냐 하는 점이 아니다. 보다 흥미로운 점은 관찰자의 내적 상태가 어떻게 상상력으로 변용되는가 하는 문제다.

그런 의미에서 강물이 애틋이 흘러간다고 말하는 것과 강물이 도도히 흘러간다고 표현하는 것은 관찰자의 내면을 그대로 반영해주고 있다. 그렇다면 강은 우리 기억에서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우리에게 있어서 강은 많다. 한국 문화 속에 등장하는 강은 대략 이렇다. 압록강은 흐른다(이미륵),두만강 푸른 물에 노젓는 뱃사공(대중가요),소양강 처녀(대중가요),삼천 궁녀와 자살하였다는 의자왕의 백마강,지리적으로 중요한 기능을 하지만 특별한 이미지로 형상화되지 못한 낙동강,섬진강. 이런 강들은 대체 ‘저문 강에 삽을 씻고’(정희성)에서처럼 어둡고 아련하다. 한국을 대표하는 한강은 그동안 얼마나 많은 사회인사들이 자살로 생을 마감하여 그 이미지를 훼손하였는지 모른다. 강을 이미적으로 구원한 경우는 신경림의 남한강,신동엽의 금강에 와서일 것이다. 이들에게서 강은 힘차고 역사적이다. 이미지는 그래서 거듭 강조해야 하는 요소다.

성경은 강의 이미지를 거듭 부상시킨다. 대표적인 예가 “오직 공법을 물 같이,정의를 하수 같이 흘릴찌로다”(암 5:24)와 성전에서 흘러나오는 생명의 물,강물(겔47:1∼12)이다. 예언자들의 이미지는 하나님의 섭리와 연결된다. 인간의 감정에 휩싸인 강의 이미지와는 사뭇 다르다. 우리에게 하나님의 섭리 아래 현실을 극복하고 미래를 전개해 의지,그 분의 뜻을 반영하는 상상력,즉 예언자적 상상력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제헌절이 엊그제 지났다. 법은 한 나라의 정체성을 총체적으로 대변한다. 우리나라를 어머니의 젖줄처럼 흘러가는 강을 바라본다. 그 때마다 공법과 정의가 강물과 같이 흘러 넘치는 역사성을 회복코자 하는 마음 간절하다. 우리 모두 이런 장중하고도 도도한 강물의 예언자적 상상력에 깊이 빠져들진저. 그리하여 아름다운 공동체를 만들어갈진저.

-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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