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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왕이 쓰는 익선관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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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요한 목사(남서울비전교회 담임)

우리나라 지폐에는 특이하게도 모두 이 씨 성을 가진 사람만 등장합니다. 100원짜리 주화에는 이순신, 1천원권에는 이율곡, 5천원권에는 이퇴계, 1만원권에는 세종대왕의 얼굴이 나옵니다.

그 가운데 세종대왕의 모습을 살펴보면, 왕이 평상시 집무 중에 입는 곤룡포를 입고 머리에는 익선관(翼蟬冠)이라는 모자를 쓰고 있습니다. 익선관의 모양은 꼭대기에 턱이 져 앞턱은 낮고 뒤턱은 높으며 꼭대기 뒤에 두 뿔이 뾰족하게 솟아올라 있는데, 마치 한 쌍의 매미 날개를 머리 위로 단 형태입니다. 그래서 익선관이라는 이름이 붙었는데, 날개 익(翼) 자에 매미 선(蟬)자를 써서 매미 날개 닮은 관이라는 말입니다.

왕이 쓰는 모자를 익선관이라고 부른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옛 사람들은 곤충 가운데 매미를 가장 고고하고 신령한 곤충으로 생각하여 최고의 지덕을 가진 곤충이라고 예찬하였습니다. 진나라의 유명한 시인인 육운이라는 사람은 매미의 다섯가지 덕 <문(文), 청(淸), 염(濂), 검(儉), 신(信)>을 칭송하였습니다. 그러므로 왕은 정사를 보기 위해 모자를 쓸 때 매미의 오덕을 생각하여 마음가짐을 새롭게 해야만 했습니다.

오덕의 교훈을 하나하나 살펴보면, 매미의 입이 마치 선비의 갓끈과 같이 곧게 뻗은 것처럼 왕은 배우고 익혀 선정을 베풀어야 하며, 매미가 이슬이나 나무진을 먹고 사는 것처럼 청결해야 할 것이고, 농부가 가꾼 곡식이나 채소를 해치지 않는 것처럼 청렴해야 하며, 다른 곤충과 달리 집이 없는 것을 본받아 검소해야 하며, 늦가을이 되면 때를 맞추어 죽을 정도로 절도를 지키는 것을 배워 신의가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매미는 지체가 높은 왕에게만 교훈을 주는 것이 아닙니다. 보통 사람들에게도 인생의 좋은 교사가 됩니다. 먼저, 무소유에 대해 가르쳐 줍니다. 달팽이, 우렁이도 집이 있는데 매미만은 집이 없습니다. 집이 필요 없으니 부동산 욕심이 없고, 먹는 것이 별로 없으니 탐욕도 없습니다. 거기다 죽을 때를 미리 알아 첫서리 내리는 밤에 어디론가 사라지니 뒤가 깔끔합니다.

또 매미의 일생은 인내와 시련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교훈해 줍니다. 매미는 땅 속에서 짧으면 7년, 길면 17년간을 죽은 듯 지내다가 껍질을 벗고 나옵니다. 땅속에서 지내는 인내가 없다면 하늘을 볼 수가 없습니다. 거기에는 5차례 허물벗기라는 시련의 과정이 있습니다. 그래야 매미로 탈바꿈하게 됩니다.

그런데 인내와 시련을 통해 하늘을 본 매미에게 아름다운 대자연을 노래하는 기간은 안타깝게도 고작 2~3주밖에는 안됩니다. 어떻게 보면 그러하기에 매미가 우리들에게 주는 교훈이 더욱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매미나 인간이나 땅 위의 영화는 잠시일 뿐입니다. 익선관을 쓰고 온갖 부귀영화를 누렸던 임금들의 수명은 그것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중국 황제들의 평균 수명은 39세였고, 로마제국의 황제들은 37세, 조선시대 임금들은 평균 47세를 살았습니다. 세상의 좋은 것을 다 누리고 모든 권세를 가졌던 임금도 고작 50년을 못살고 세상을 떠날 뿐입니다. 그런 것을 볼 때 인생의 덧없음을 알고 내세를 준비하며 겸손히 살라는 것이 익선관의 진짜 교훈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보이는 것에 욕심내지 않고 깨끗하고 청빈하게 살다가 때가 되면 매미처럼 조용히 떠날 줄 아는 인생이 가장 아름다운 인생입니다.

- 출처 : 크리스천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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