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 그러나 주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면 / 눅 5:1~11

 
제목 : 그러나 주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면 
본문 : 누가복음 5:1~11 

베드로가 갈릴리 호수에서 하루 종일 고기를 잡고 있었다. 하루 이틀 잡으러 나온 것도 아닌데 그 날 따라서 한 마리도 잡지 못하고 그물을 정리해서 집으로 돌아가려고 하였다. 그 때에 예수님이 베드로에게 가까이 오시더니 “깊은 데로 가서 그물을 내려 고기를 잡으라”고 말씀하신다. 이 말을 들은 베드로는 한편으로 짜증스럽게 느꼈을지도 모른다. 하루 종일 여기 저기에 그물을 내려 보았는데 다시 깊은 데로 가서 그물을 내리라니. 어떻게 보면 예수님의 말씀이 베드로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말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베드로는 “그러나, 주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면 내가 그물을 내리리이다.” 그 결과 그물일 찢어질 정도로 고기를 많이 잡았다는 이야기가 오늘 본문의 말씀이다. 분명한 것은 본문의 이 말씀은 단지 베드로에게만 나타난 옛날 이야기가 아니다. 얼마든지 우리의 삶의 현장에서도 베드로의 체험을 할 수 있다. 우리에게도 이러한 자세가 필요하다. “그러나, 주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면 내가 듣겠나이다.”
베드로는 나름 데로 고기를 잡는 전문가이다. 그러나 예수님은 목수 출신이다. 목수 출신의 예수님이 베드로에게 깊은 데로 가서 그물을 내리라고 말씀하셨을 때에 얼마든지 나름 데로 할 말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베드로는 “그러나, 주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면 내가 듣겠나이다”라는 마음을 갖고 있었다.

우리가 사는 이 시대는 전문가 시대이다. 이제는 어설프게 이것 저것 다 잘하는 시대는 지난 것 같다. 식당도 몇 가지 메뉴를 전문으로 하는 식당이 잘 된다. 의사 선생님도 점점 전문화되어서 치료하는 과가 점점 세분화 된다고 한다. 베드로는 분명히 자신의 많은 경험을 통해서 고기잡는 전문가가 되었다. 예수님께서 베드로에게 깊은 데로 가서 그물을 던지라는 그 말씀을 들었다. 베드로는 분명히 고기잡는 전문가이었지만 주님이 그렇게 말씀하시기에 그대로 순종하였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아무리 전문가라고 할지라도 모든 것을 다 아는 것이 아니다. 이름 난 의사로 자처하는 두 의사가 어느 학술회의에서 만나 점심시간에 공원의 벤치에서 함께 쉬고 있었다. 저쪽에서 어떤 남자가 안짱다리에 두 팔을 비틀고 고개를 기묘하게 꼬면서 걸어오는 데 푸르뎅뎅한 얼굴에는 진땀이 비 오듯 했다. 그것을 본 한 의사가 말했다. "안됐어. 뇌성마비군." 그러자 다른 의사가 대꾸했다. "천만에, 관절염이구만." 그런데 잠시 후 두 사람 앞에 멈춘 그 남자가 물었다. "화장실이 어디 있습니까?"

전문가의 시대라고 말은 하지만 전문가가 모든 것을 완벽하게 알 수는 없다는 것이다. 나름데로 베드로는 고기를 잡는 전문가이었지만 “그러나 주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면” 내가 듣겠다는 확실한 믿음이 있었다.
그리고 베드로가 예수님의 말씀을 들을 때에는 몹시도 피곤에 지쳤던 시간이다. 하루 종일 고기를 잡다가 잡지 못하고 이제는 그물을 정리해서 집으로 돌아가려는 시간이었다. 하루 종일 피곤에 지친 시간이었다. 내가 지금 피곤에 지쳐 있지만 그러나 주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면 내가 듣겠나이다.

지치다라는 표현은 설사해서 모든 것을 쏟아 놓다라는 의미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내가 지쳤다는 표현은 설사해서 모든 것을 쏟아 놓아 나에게는 이제 아무런 힘이 없다는 표현이다. 오늘날 현대인들이 얼마나 지쳐있는가? 자기가 갖고 있는 지식을 모두 쏟아 놓고, 자신이 갖고 있는 열정을 쏟아 놓고, 자신의 에너지를 모두 쏟아 놓아서 사람들이 지쳐 있다. 베드로를 생각해 보라. 그날 고기를 잡기 위해서 자기가 갖고 있던 노하우, 기술 이 모든 것을 총동원해서 그물을 이곳 저곳에 던졌을 것이다. 그래서 분명히 지쳐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베드로는 내가 지금 지쳐 있어도 주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면 내가 듣겠나이다. 이러한 믿음이 우리에게도 있어야 한다.

이제 베드로가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 다시 그물을 내리려고 하는데 “깊은 데로 가서” 그물을 내리라고 말씀하신다. 가까운 낮은 곳에서 그물을 내리면 좀더 편리할 텐데 왜 굳이 깊은 데로 가서 그물을 내리라고 하시는가? 우리는 편리한 것을 좋아한다. 베드로도 분명히 좀더 쉽고 편리한 것을 원했을 것이다. 가까운 곳에, 쉽게 그물을 내릴 수 있는 곳에 그물을 내리는 것이 좋지만 주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면 내가 듣겠나이다.
우리가 사는 이 시대는 편리함을 좋아한다. 그래서 편의점도 많이 생긴다. 대형마트가 잘 되는 이유가 있다. 한 군데 가면 모든 것이 편리하게 해결된다. 물건도 사고, 배우기도 하고, 옷도 고치고, 음식도 먹고, 한 번에 모든 것이 해결된다. 번거러울 것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은 편리한 것을 좋아한다.

우리가 주차할 때에도 참으로 이상하다. 몇 발자욱만 걸으면 주차할 공간이 얼마든지 있는데 그것을 걷기 싫어서 될 수 있는 데로 가까운 곳에 주차하려고 한다. 그리고 운동한답시고 돈을 내고서 운동을 하는 것을 보면 우리의 모습이 참으로 이상하다. 그 만큼 우리는 편리함에 익숙해져 있다. 이렇게 가깝고 편리한 것을 좋아하는 우리를 향하여 주님께서 말씀하신다. 내가 편리한 것을 좋아하고 쉬운 것을 좋아하지만 주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면 내가 듣겠나이다. 이러한 믿음의 고백이 우리에게 있어야 한다.

이같이 베드로는 자신의 경험이 있지만 주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면 들었고, 하루가 너무 피곤하고 힘들어 지쳐있었지만 주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면 들었고, 편리하고 쉬운 것을 좋아하지만 주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니 깊은 데로 가서 그물을 던졌다.

그 결과가 어떻게 나타났는가? 그물이 찢어질 정도로 풍성한 수확을 거두웠다. 우리의 삶에서 어떻게 하나님의 기적을 체험할 수 있는가? 이것도 역시 그럼에도 불구하고 Yes이다. 나의 경험과 나의 지식과 나의 전문적인 것에 맞지 않을지라도 나는 하나님의 말씀에 Yes로 순종할 때에 기적이 일어난다. 내가 지금 지쳐서 도저히 그 말씀데로 그물을 던질 수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의 말씀에 Yes로 순종할 때에 기적이 일어난다. 내가 지금 편리하게 살고 쉽게 살고 싶지만 주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Yes로 순종할 때에 기적이 일어난다.
예수님께서 가나의 혼인 잔치에 참여하셨다. 한참 잔치가 무르익어가고 있는데 포도주가 다 떨어져서 주인이 곤란한 지경에 이르렀다. 당장가서 포도주를 사가지고 올 수도 없는 형편이었다. 예수님의 어머니가 하인들을 불러 모아 놓고서 “너희에게 예수님이 무슨 말씀을 하시든지 그대로 하라.” 예수님께서 여섯 개의 돌 항아리에 물을 가득 채우라. 그대로 채웠다. 그리고 이제는 떠서 연회장에게 갖다 주라고 말씀하셨다. 포도주가 필요한데 항아리에 물을 채우는 일이 상식적으로는 맞지 않다. 그렇지만 하인들은 “그러나, 주님이 그렇게 말씀하시기에” 물을 항아리에 가득 부었다. 결국에는 풍성한 포도주가 생겼다. 더 맛있는 포도주로 인하여 더 큰 기쁨이 있었다.

엘리야 시대에 심한 가뭄이 들어서 먹을 것이 없었다. 하나님께서 엘리야를 사르밧으로 보내셨다. 그곳에서 네가 먹을 것을 얻으리라고 말씀하신다. 엘리야가 사르밧에 이르렀을 때에 나뭇가지를 줍고 있는 한 과부를 만난다. 엘리야는 물을 달라고 요청한다. 그리고나서 나에게 먹을 떡을 구워달라고 요청한다. 이 여인이 대답하기를 “나는 떡이 없고 다만 통에 가루 한 움큼과 병에 기름 조금 밖에 없습니다. 나뭇가지를 주어다가 나와 아들을 위하여 음식을 만들어 먹고서 이제 죽으려고 합니다”라고 대답한다. 그러자 엘리야는 “두려워하지 말고 가서 나에게 떡을 구워서 가져오라.” 이 말을 들은 사르밧 과부는 얼마나 고민을 했겠는가? 떡을 구워서 엘리야에게 가져다 주면 우리가 먹을 것이 없어 죽게될 것인데. 내가 얼마나 큰 고통을 당해야 하는데. 그렇지만 사르밧 과부의 마음에는 “그러나, 주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면” 내가 듣겠나이다. 이러한 믿음이 있었다. 그 결과 가뭄이 끝나는 날까지 통에 가루가 떨어지지 않고, 병에 기름이 마르지 아니하였다.
이같이 “그러나, 주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면” 내가 듣겠나이다. 이러한 믿음을 갖고 있는 자들에게 하나님은 풍성케 하시는 기적의 역사를 일으키신다.

우리나라 초대교회시절에는 목회자와 성경이 무척 귀했다. 그나마 선교사의 발길이 닿는 곳에는 교회가 세워졌고 한 교회만 돌볼 수 없는 선교사는 여러 교회를 순회하면서 주일 예배를 인도하였다. 그 외의 집회 때는 그 교회의 교인중 그래도 글자를 알아 성경을 읽을 정도의 교인을 뽑아 <조사>로 임명하여 그에게 성경을 한권 맡기고 예배를 인도하게 하였다. 경상북도 어느 산골의 예배당에 교인들이 모여오고 그 교회의 조사님이 예배인도를 시작하였다. 성경을 봉독할 순서가 되어 조사님은 <시편23편>을 봉독했다. 그러나 그 옛날 산골의 예배당에 전기불이 있을리 없었다. 어두침침한 등잔불 아래에서 두터운 돋보기를 끼고 겨우겨우 읽어 내려갔다. 그나마 당시의 한글성경에는 띄어쓰기가 전혀 되어있지 않았고 조사님의 한글실력이 모자라는지라 제대로 읽어 내리기가 여간 어렵지 않았다. "여…호와는나...의... 목자이시니...내가부...족...함이 없으리로...다..."겨우겨우 성경봉독을 마친 조사님과 교인들은 그만, 이 본문을 이렇게 이해하고 말았다. '여호와는 나의 <목 자르시니>, 내가 부족함이 없으리로다!' 조사님은 성경을 내려놓고는 참으로 비장한 얼굴이되어 설교를 시작했다. "여호와가 내 목 짜르셔도 내가 부족함이 없씀네다!" 조사님이 큰 소리로 외치자 온 교우들이 두 손들 들고 함께 외쳤다. "내두!... 내두!..."

오늘날 한국교회가 이렇게 부흥하고 우리 나라가 이렇게 하나님의 축복을 받을 수 있게된 뿌리는 우리 믿음의 선조들 때문이다. “여호와가 내 목을 자르셔도 내가 부족함이 없씀네다!” “그러나, 주님이 그렇게 말쓰하시면” 나는 그래도 나는 좋습니다. 이러한 믿음의 뿌리 위에 하나님께서 풍성한 은혜로 채워 주신다.

사랑하는 성도여! 우리에게도 이러한 믿음이 있기를 바란다. 이 시대를 사는 현대인들은 참으로 똑똑하다. 나름 데로 전문가 의식을 갖고서 산다. 나의 판단에 맞으면 아멘이라고 대답하고 그렇지 않으면 거부한다. 많은 사람들이 피곤에 지쳐있는데 나와서 말씀을 들으라고 하면 내가 지금 얼마나 피곤한데 무슨 말씀을 듣는가? 내가 지금 아무리 피곤에 지쳐있다고 할지라도, 내가 지금 탈진한 상태가 되어 있다고 할지라도 그러나 주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면 듣겠나이다. 우리에게는 이러한 믿음이 필요하다.

이러한 믿음을 지니고 있었던 베드로는 결국 예수님의 제자로 부르심을 받았다. 예수님은 베드로를 교회의 기초로 세우셨다. 하나님은 어떤 사람들을 통해서 일하시는가? “그러나, 주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면” 내가 듣겠나이다. 이러한 믿음을 지닌 자들을 통하여 일하신다. 나의 경험과 지식에 다를지라도, 내가 지금 피곤에 지쳐 말씀을 들을 형편이 아닐지라도, 그러나 주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면 내가 듣겠나이다. 이러한 믿음의 사람이 되어서 주님께 쓰임받는 축복의 삶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