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 잊혀지지 않는 사람 / 사 49:14-17

제목 : 잊혀지지 않는 사람
본문 : 사49:14-17

『우리들은 모두 / 무엇이 되고 싶다 /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가 되고 싶다』 우리가 쉬 기억하는 시인 김춘수의 <꽃>이라는 시의 마지막 부분입니다. 시인이 말하는 "서로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라는 시구(詩句)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도전이 되는 부분입니다.
『현대인의 고독』이라는 책을 쓴 현대심리학자 <칼 로저스>는 고독의 원인을 자기 자신으로부터 소외된 상태라고 말했습니다. 즉 자기를 상실했기 때문이라는 것이죠. 현대인들은 현란한 문명 속에서 나 자신을 도둑 맞은 지 이미 오래입니다. 돈에 진실을 값싸게 팔아 넘기며 쾌락에 내 고귀한 인격까지 팔아 버렸습니다. 그래서 자신을 송두리째 상실해 버린 텅텅 빈 로보트가 된지 오래입니다. 그래서 인간은 고독하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고독의 또 한 가지의 원인으로는 자신을 내어 줄 만한 대상을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믿을 사람이 없습니다. 그래서 고독합니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보려면 내 생명을 몽땅 주고도 아깝지 않은 어떤 대상을 찾을 때만이 가능합니다. 그때만이 참으로 고독하지 않을 수 있고, 그때만이 날마다 삶의 의욕을 가지고 활활 타오를 수 있는데 나를 송두리째 바칠 만한 대상이 없습니다. 이러므로 인간은 고독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자신으로부터 소외된다는 것은 결국 자기를 미워한다는 것이고, 타인에게 자신을 내어놓지 못하는 것은 불신과 불안 때문입니다. 이것들 때문에 인간은 고독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 세상에서 가장 참기 어려운 괴로움은 아마도 고독일 것입니다.
철학자 <하이덱거>는 말하기를 인간은 본래적으로 고독 속에 던져진 생을 산다고 했습니다. 이것은 어쩔 수 없는 실존이기에 이 고독의 실존에서 벗어나려고 반항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그대로 주어진 고독 속에 순응하며 사는 것이 그 고독을 해결하는 길이라고 역설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말 그럴까요? 인간은 결코 고독 할 수 없는 존재이며 고독해서는 안 되는 존재입니다.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관계성 속에 사는 존재입니다. 부모와 자식간의 관계, 가정의 관계, 이웃과의 관계가 그것들입니다. 이 말은 곧, 절대로 고독 할 수 없는 존재라는 말이 아니겠습니까? 사람은 많은데도 불구하고 더욱 더 고독한 것이 오늘날의 형편입니다. 왜 그럴까요?
역사학자 <토인비>는 현대의 문명 속에서 단절 된 세 가지가 있다고 했습니다. 그 첫째가 신뢰감의 단절이요, 둘째는 학문의 단절이며 셋째는 도덕의 단절이라고 했습니다. 이것들이 깨어짐으로 고통이 온 것입니다. 세상에 사랑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사랑을 몰라서 문제입니다. 그런데 사랑을 모르게 된 이유가 있습니다. 사랑을 믿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절망과 낙심, 그 곳에는 언제나 불신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믿지 않았습니다. 다음에는 믿어지지 않았습니다. 그 다음에는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결정적인 시간에 가서는 아무 것도 믿어지지 않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습니다. 누가 나를 위로하는 말도 위로로 들리지 않고 조롱하는 말로 들립니다. 이것이 깊은 고독입니다. 이렇게 되면 그 누구의 사랑도 전혀 받아들일 수 없고 믿을 수 없는 그런 처지에 빠지게 됩니다. 사람들이 모두 나를 버렸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알고 보면 남이 나를 버린 것이 아니라 내가 나를 버린 것인데 그걸 모릅니다. 신뢰의 단절입니다. 그리고 알려고 하는 탐구적 노력이 없다는 것입니다. 남을 이해하려고 하지를 않습니다. 내 입장정리만 분명히 하고 살아가면 그만 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전부라고 생각하는 것보다 더 고차원적인 전혀 다른 세계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려 들지를 않습니다. 주어진 현실이 전부일 뿐입니다. 흔히 "이렇게 살다가 그렇게 가도록 내버려 두라"는 식의 삶입니다. 탐구정신의 결여, 즉 학문의 단절입니다. 그런가 하면 심각한 도덕과 윤리의 단절입니다. 인간은 처음부터 끝까지 고독 할 수 없는 존재여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나이가 들면 외로워진다는 말이 기정사실화 되어버린 세상입니다. 이것이 슬픈 현실입니다.
프랑스의 <발레리>라는 시인이 노인의 고독을 "빗살이 다 빠진 머리 빗"으로 비유했습니다. 늙어가면서 친구, 친지, 일, 돈, 성욕, 지위, 미래, 희망 등등이 낡은 머리 빗의 빗살처럼 하나 씩 하나씩 빠져나가 언젠가는 빗살 없는 빗으로 머리를 빗고 있는 허무한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81 세 된 쌍둥이 할머니가 고독을 참아내는 데 한계를 느꼈다는 유서를 남기고 나란히 자살했습니다. 그냥 주어진 대로 살더라도 팔순노인네가 얼마나 산다고 그 짧은 여생을 끊는다는 것은 빗살 없는 빗으로 빗질하고 있는 허무감을 감당하기가 얼마나 벅차다는 것을 말해 주는 것이 됩니다. 옛 전통 사회에서는 나이가 들어 사회적으로는 소외당하더라도 가족적으로는 수용되어 고독감을 느끼지 않고 아들 손자 손잡고 편안히 눈을 감을 수가 있었지 않습니까? 그렇게 본다면 오늘 날 일어나고 있는 일련의 노인들의 자살은 자살이 아닌 무너진 도덕이 빚어 낸 간접 살인인 것입니다.
모든 것이 깨어지고 무너져 버린 고독이라는 것이 이렇게 무서운 것입니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인 <잃어버린 나>를 찾아야합니다. 나를 잃어버렸기 때문에 이런 고독을 몰고 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것이 깊어져 급기야는 하나님께서 나를 버렸다는 신앙적 단절까지 이르게 됩니다. 무엇이 잘되고 형통 할 때는 곧잘 하나님의 은혜라는 말을 합니다 마는 뭔가 잘못되기 시작하면 하나님이 나를 버렸다고 바로 탄식합니다. 얼마나 잘못된 이해인지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일이 잘 되고, 형통하고, 명예가 있고, 인기가 있고, 평판이 좋을 때에는 자기도 모르게 자기 진실을 잃어버립니다. 자기 도취에 빠져서 자기우상을 섬기게 됩니다. 그러는 동안에는 하나님 앞에 겸손하지도 못하고 진실하지도 못합니다. 그 때 하나님이 어떻게 하셔야합니까? 바로잡아야겠다는 것입니다. 계속해서 말씀하시고 권고하시다가 마지막에 가서는 이제 그가 의지하는 것들을 하나하나 제거 할 수밖에 없습니다. 건강도 빼앗아가고, 물질도 빼앗아가고, 주변에 있는 사람들도, 사랑하는 사람들도 다 빼앗아갑니다. 정말 홀로 남게 하십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자기의 진실을 발견하게 됩니다. 아무것도 없는 것 이것이 자기 진실이거든요. 이 때에 불 신앙의 사람은 말합니다. "하나님께서 나를 버리셨다."그러나 이것이 잘못된 이해입니다. 정말 하나님께서 버리신 것입니까? 오히려 사랑의 역사가 아닙니까? 이걸 알아야하는 것입니다.
오늘 본문 속에서 이스라엘은 70년 바벨론의 포로생활이라는 엄청난 시련을 겪게 됩니다. 포로생활이라고 하면 얼마나 설움이 많은 생활입니까? 나라와 민족을 잃어버렸다는 것이거든요. 우리나라가 일본에게 나라를 빼앗기고 말과 글도 빼앗겼을 때 자기의 성씨까지도 다 잃었지 않습니까? 그 때 어떤 사람이 자기의 성을 개 구(拘)자에 아들 자(子)를 써서"구자(拘子)"로 바꾸었다고 합니다. 주변사람들이 왜 하필이면 성을 개 구자에 아들 자자냐고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조상 대대로 내려 온 성 하나 제대로 지키지 못하니 "개자식"이 아니고 무엇이냐고 했답니다. 나라 잃은 슬픔이 가히 짐작이 가는 부분입니다. 그런데 이스라엘은 우리 두 배나 되는 70년 간이나 포로로 있었으니 오죽했겠습니까? 그들은 그 긴 세월을 견디기가 너무 힘들었습니다. 그리고는 마침내 그들의 입에서 절망의 말을 쏟아 놓습니다. 14절입니다. "여호와께서 나를 버리시며 주께서 나를 잊으셨다"하나님께서 우리를 버리셨기 때문에 이런 고통이 왔다는 것입니다. 이제 회복이란 있을 수 없다는 절망감에서 부르짖는 그들의 한탄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이러한 애통함을 들으시고 하나님께서는 그들에게 당신의 변함 없는 사랑을 확신시켜 주시고자 말씀하십니다. 15절-16절에 보면 하나님의 사랑이 얼마나 놀라운지를 보여줍니다.
우리가 세상에서 가장 큰사랑을 찾으라면 부모님의 사랑을 말할 수 있습니다. 남자 분들에게는 섭섭한 말이 될지 모르지만 그 중에서도 어머니의 사랑은 정말 대단합니다. 미국에서 있었던 실화입니다. 세 살배기 아이가 어느 날 놀다가 다리가 트럭 바퀴에 깔린 것을 보고 이 아이의 엄마가 순간적으로 뛰어가 트럭을 번쩍 들어 아이를 구한 것입니다. 그리고 아이를 끌어내고 손을 놓는 순간 쓰러졌는데 이 엄마의 척추가 부러져 있더라는 것입니다. 동물 세계에도 그런 게 있답니다. 철판 위에 새끼 원숭이와 어미 원숭이를 앉혀 놓고 가열하니까 뜨거워하는 새끼를 어미가 품에 안고 뛰더랍니다. 그런데 다음에 아비하고 새끼를 놓고 가열하니까 뜨거움을 피하려고 아비가 새끼 원숭이를 밑에다 깔고 앉더랍니다. 물론 전부가 모성애뿐이겠습니까? 모성애보다 강한 부성애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인간의 사랑은 가장 위대한 부모의 사랑이라도 불완전하다는 사실입니다. 이기적인 성품 때문에 부모라도 자식을 잊을 때가 있습니다. 자기가 살겠다고 자식을 포기하는 경우가 생긴다는 것입니다. 이스라엘 역사 가운데도 그런 무서운 일이 있었습니다. 왕하6:28-29에 보면 사마리아가 아람군대에 포위되어 모두 굶어죽게 되자 "오늘은 네 아들을 내일은 내 아들"하며 자식을 잡아먹는 일이 있었습니다. 오늘 하나님의 말씀이 인간들은 혹시라도 이럴 수 있으나 "나는 너를 잊지 아니 할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나는 너를 기억하고 있다." 즉 생각하신다는 말씀입니다. 사랑이란 생각하는 것입니다. 계속적으로 생각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사랑입니다. "내가 너의 형편을 다 알고, 그 비참한 처지를 다 알고, 내가 너희를 생각하고 있다"는 말씀입니다. 모성애보다 더 큰사랑으로 너를 사랑하고 있다는 위로의 말씀입니다. 그리고 16절 보면 또 하나의 사랑의 증거가 나옵니다. 이스라엘 백성의 이름을 하나님의 손바닥에 새겼다고 말씀합니다. 당시 고대인들은 소유나 기념을 표시하기 위해 몸에 문신을 하는 풍습을 갖고 있었습니다. 바늘이나 침으로 살갗을 찔러 글씨를 새기고 잉크나 향료로 물을 들입니다. 그러면 절대 변색되거나 지워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처럼 하나님이 눈에 가장 잘 보이는 손바닥에 자기 백성의 이름을 새겨 놓았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절대 잊을 수가 없는 것이요, 변할 수가 없는 겁니다. 잊는다면 우리가 잊는 것입니다. 포기한다면 우리가 포기하는 것입니다. 잊는다면 세상 사람이나 잊는 것입니다. 포기한다면 세상 사람이나 포기하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절대로 잊지 않고 포기하지도 않으십니다. 아버지를 배반하고 떠난 방탕한 아들을 향한 아버지의 마음을 기억하십니까? 가족들은 물론이거니와 주위 모든 사람들은 다 포기했지만 아버지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매일 동구 밖에 나가 기다립니다. 마침내 상거지 꼴로 돌아오지만 그래도 반기고 기뻐하십니다. 옷을 입히고, 가락지를 끼우고, 잔치를 하는 아버지입니다. 이게 하나님의 사랑인 것입니다. 여러분, 하나님께서 이처럼 우리를 한시도 잊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별다른 이유가 없습니다. 다만 한 가지! 자식이기 때문입니다. 잘났든 못났든, 지금 내 모습이 어떠하든 상관이 없습니다. 그것이 끊으려 해야 끊을 수 없는 하나님의사랑 인걸 어떻게 합니까?
사실 이스라엘의 고백이 맞는 것입니다. 버림받아 마땅한 자신들의 처지임을 알고 고백하는 것입니다. 여호와께 버림받고 주께 잊혀진바 될 만한 자신들의 이유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어쩌면 그래서 그들의 포기가 빨랐는지 모릅니다. 실제로 저들은 죄악 중에 있었습니다. 도덕적으로 죄를 지었고, 종교적으로 말 할 수 없이 타락했고 그래서 이 재난은 받아 마땅하다는 생각이 옳은 것인지 모릅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사랑의 법칙은 이것이 아니었습니다. "우리 의가 없어서, 우리가 허물이 많아서, 우리가 죄를 많이 지어서 하나님께서 우리를 버리셨다"는 고백은 어찌 생각하면 가장 신앙적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회개가 아닙니다. 진정한 회개란 무엇입니까? 죄를 짓고 실수하고, 실패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망하며, 포기하고 돌아서 버리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은총을 끝까지 구하며 나아오는 것, 이것이 회개의 바른 자세입니다. 그리고 그때에 우리에게 주어지는 것이 바로 은혜입니다. 이 은혜를 기억하고 인정하며 하나님 앞을 떠나지 않고 서 있는 그 사람이 하나님께 잊혀지지 않을 사람입니다. 하나님의 그 긍휼을 갈망하는 사람이 어미가 자식을 사랑하는 것보다 더 사랑 받으며, 그 이름을 손바닥에 새겨 기억 될 만한 사람입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우리는 또 얼마나 하나님 앞에 부끄러운 삶을 삽니까? 우리의 행실로 보자면 하나님께 버린 바 되어야 마땅하고 주께 잊혀진 바 되어도 할 말이 없는 사람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를 여전히 사랑하시고, 이전 보다 더욱 더 진하게 당신의 손바닥에 우리의 이름을 새기시며 부르시는 하나님의 음성을 들으시기 바랍니다.
"내가 너를 잊지 아니할 것이라"
하나님께 영원히<잊혀지지 아니하는 사람>이 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