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 은혜의 때 (욥 14:1~6)

 

 



 



- 설교 : 박종화 목사

구약의 말씀: 욥기 14:1 ~ 6
  여인에게서 태어난 사람은 그 사는 날이 짧은데다가, 그 생애마저 괴로움으로만 가득 차 있습니다. 피었다가 곧 시드는 꽃과 같이, 그림자 같이, 사라져서 멈추어 서지를 못합니다. 주께서는 이렇게 미미한 것을 눈여겨 살피시겠다는 겁니까? 더욱이 저와 같은 것을 심판대로 데리고 가셔서, 심판하시겠다는 겁니까? 그 누가 불결한 것에서, 정결한 것이 나오게 할 수 있겠습니까? 아무도 그렇게 할 수 없습니다. 인생이 살아갈 날 수는 미리 정해져 있고, 그 달 수도, 주께서는 다 헤아리고 계십니다. 주께서는 사람이 더 이상 넘어갈 수 없는 한계를 정하셨습니다. 그러므로 사람에게서 눈을 돌리셔서 그가 숨을 좀 돌리게 하시고, 자기가 살 남은 시간을 품꾼만큼이라도 한 번 마음껏 살게 해주십시오.

서신서의 말씀: 데살로니가서 5:1 ~ 6
  형제자매 여러분, 그 때와 시기를 두고서는, 여러분에게 더 쓸 필요가 없겠습니다. 주님의 날이 밤에 도둑처럼 온다는 것을, 여러분이 잘 알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평안하다, 안전하다" 하고 말할 그 때에, 아기를 밴 여인에게 해산의 진통이 오는 것과 같이, 갑자기 멸망이 그들에게 닥칠 것이니, 그것을 피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러나 형제자매 여러분, 여러분은 어둠 속에 있지 않으므로, 그 날이 여러분에게 도둑처럼 덮치지는 않을 것입니다. 여러분은 모두 빛의 자녀요, 낮의 자녀입니다. 우리는 밤이나 어둠에 속한 사람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다른 사람들과 같이 잠자지 말고, 깨어 있으면서, 정신을 차립시다.

복음서의 말씀: 누가복음서 17:20~ 24
  바리새파 사람들이 하나님의 나라가 언제 오느냐고 물으니, 예수께서 말씀하셨다. "하나님의 나라는 눈으로 볼 수 있는 모습으로 오지 않는다. 또 '보아라, 여기에 있다' 또는 '저기에 있다' 하고 말할 수도 없다. 보아라, 하나님의 나라는 너희 가운데 있다." 그리고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가 인자의 날들 가운데서 단 하루라도 보고 싶어할 때가 오겠으나, 보지 못할 것이다. 사람들이 너희더러 말하기를 '보아라, 저기에 있다' 또는 '보아라, 여기에 있다' 할 것이다. 그러나 너희는 따라 나서지도 말고, 찾아다니지도 말아라. 마치 번개가 하늘 이 끝에서 번쩍하여 하늘 저 끝까지 비치는 것처럼, 인자도 자기의 날에 그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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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날씨가 추워지고 겨울로 접어듭니다. 이 추위와 함께 은혜의 때도 다가옵니다. 예수께서 탄생하신 성탄절이 가까워오고 곧 대림절이 시작되며, 또 두 주일만 지나면 우리 교회 창립기념일이기도 합니다.

아마 60년대 말쯤의 일인데, 제가 아는 후배 하나가 있었습니다. 이 친구는 당시에 학생이었는데, 일년 내내 두꺼운 오버코트를 걸치고 다녔습니다. 하도 답답해서 한번은 불러다가 왜 이렇게 겨울 코트를 입고 다니느냐고 물었더니, 자기는 인생철학을 연구하는데, 우리 인생은 겨울이기 때문에 오버코트를 입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그 더운 여름에도 겨울 외투를 입고 땀을 뻘뻘 흘리고 다녔습니다. 하긴 곰곰 생각하면 그렇습니다. 아무리 바깥이 더워도 괴로운 나날을 사는 사람이 보기에 인생은 겨울입니다.

오늘 여러분은 성서 봉독 시간에 욥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욥은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신앙심 깊고 착한 사람이었고, 자식 복도 많아서 부러움을 산 사람이었고, 재산도 많은 사람이었습니다. 통상적인 눈으로, 또는 상식으로 보면 최고의 사람이었습니다. 확실하게 성공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사람에게 환란이 닥쳤습니다. 욥은 하나님이 벌을 주셨다고 믿었습니다. 욥에게 당신의 인생이 어떠냐고 물으면, 아마도 욥은 자기의 인생은 겨울이라고 말할 것입니다. 그러면서 봄은 언제 오느냐고 되물을 것입니다.

이 말은 “하나님, 왜 저를 이 지경으로 만드시고 이토록 심하게 다루십니까? 너무하시지 않습니까? 하나님의 뜻은 뭡니까? 왜 나한테 인생의 봄날이 사라졌습니까?” 하는 뜻입니다. 재산도 다 사라졌지요. 자식들도 다 죽었지요. 본인은 불치의 병에 신음하고 있지요. 뭘 더 바라야 합니까?

인생의 이해할 수 없는 좌절과 부조리한 아픔을 보면서 하나님을 묻는 질문이 있습니다. 하나님은 하나님 같지가 않습니다. 하나님, 당신의 진면목은 뭡니까, 하나님, 당신의 정체성은 뭡니까, 이렇게 묻는 질문이 있습니다. 어떻게 정의로운 하나님이 이렇게 부당한 고난을 주시느냐고 묻는 것입니다. 이 질문을 신정론(神正論)이다, 또는 하나님의 정의에 관한 질문이다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우리가 살다가 너무 힘들어지면 먼저, 내가 믿는 하나님, 당신이 누구시기에 왜 나한테 이렇게 하시느냐고 하나님께 묻게 됩니다. 이것이 우리 종교인들의 특징입니다.

아까 한 젊은 청년이 인생은 겨울이라고 했다는 이야기를 해드렸습니다만, 지금 우리는 경제적으로 그렇게 못살던 시절에 사는 것도 아니고, 또 인프라가 열악해서 힘든 시절에 사는 것도 아닌데, 그런대로 배불리 먹고 산다고 하는데, 이 땅에 살아가는 오늘의 사람들은, 지금 우리는 겨울을 사는 사람들 같습니다. 맘이 아픕니다. 괴롭습니다. 불안합니다. 이것이 우리가 함께 느끼는 감정일 겁니다. 우리한테 따뜻한 정치의 봄, 경제의 봄, 사회의 봄, 마음의 봄은 언제 옵니까? 이 봄을 기다리는 마음, 이게 지금 우리의 마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부지불식간에 두 개의 선택 앞에 놓이게 됩니다. 남녀, 물과 불, 선과 악, 흑과 백, 삶과 죽음, 친구 아니면 적, 행복과 불행. 어느 사이에 언제부터인가 두 개 사이에 놓여서 꼼짝도 못하고 지내고 있습니다. 예수님이 왜 오셨습니까? 예수님은 크게 말해서 하늘과 땅, 밤과 낮, 선과 악이라고 하는 이 대립되고 분열된 세계를 하나로 묶어서 새로운 세계를 만들기 위해서 오셨습니다. 이것이 구원의 뜻입니다. 왜 예수께서 성탄에 우리 가운데 인간의 몸을 입고 오셨습니까? 하늘의 이름으로 이 세상을 다 구원해서 하늘과 똑같게, 하늘을 닮아가게 만드시려고 오셨습니다.

저는 우리가 사는 이 시절을 혹시 밤이라 해야 할지 아니면 낮이라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만, 밤낮은 우리한테 항상 있습니다. 그런데 두 개가 만나는 점이 어디입니까? 밤과 낮은 어디서 만나야 합니까? 저는 이렇게 한번 제 생각해 봅니다. 일년에 한번씩 경동교회는 새벽예배를 드립니다. 새벽예배는 부활절 아침에 드리는데, 여명예배로 드립니다. 그렇습니다. 밤과 낮의 합일하는 시점은 새벽이라고 할 수 있지 않습니까?

새벽은 밤 쪽입니까? 낮 쪽입니까? 사람에 따라서 다르게 볼 것입니다. 모든 것이 새로 시작된다고 하는 새벽, 밤이 끝나는 새벽, 낮이 시작되는 새벽! 혹시 오늘 이 나라 역시 새벽의 나라로 바뀌어야 되는 것 아닙니까? 지난날을 다 흡수해서 새롭게 발전시키면서도, 앞의 일을 새롭게 기획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새벽은 밤도 낮도 아닌 별도의 시간이 아니라, 밤과 낮이 함께 새로운 출발을 기약하는 시간입니다. 그 새벽을 우리가 찾습니다. 이 새벽의 주인은 예수 그리스도이시고, 그분이 오늘, 하늘과 땅을 묶고, 과거와 미래를 묶어서 새로운 역사를 출범시키라고, 새로운 삶을 살아가라고 새로운 역사를 꾸며가라고 오늘 우리에게 다가오시는 것 아닙니까?

유대사람들이 와서 물었습니다. 하나님 나라가 언제 옵니까? 새벽의 나라는 언제 이루어집니까? 예수님께서 대답하셨습니다. “그 나라는 도둑처럼 오기 때문에 나도 알 수가 없고, 다만 그 나라의 주인이신 아버지 하나님만 아신다.“ 예수님께서는 그러면서 묻지 않은 대답을 하십니다. 하나님 나라가 언제 임하는가가 아니라, 어디에 임하는지를 말씀하신 것입니다. ”하나님 나라는 여기 있다, 저기 있다 하는 말에 흔들리지 말라. 하나님 나라는 바로 오늘 너희들 가운데, 너희들 속에 있다.“

우리는 하나님 나라를 바라는데, 예수님께서는 분명히 말씀해주셨습니다. “하나님 나라는 당신들 가운데 있다.” 우리가 가끔 책을 뒤에서부터 읽듯이 말을 바꾸면 이렇습니다. “하나님 나라는 당신들 속에 있다. 당신들이 하나님 나라를 담는 그릇이다.” 그러나 그냥 있어도 하나님 나라의 그릇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받아들이지 않고 교만에 빠지면 우리는 하나님 나라를 담는 그릇이 아니라, 사탄의 나라를 담는 그릇이 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하나님 나라가 언제 오느냐고 물을 것이 아니라, 하나님 나라가 어디 계신지를 물어야 합니다. 그런데 그 물음은 바로 나 자신이, 내 가정이, 이 나라가 하나님의 나라를 담을 만한 그릇이냐 하는 질문으로 이어집니다. 하나님 나라를 담지 않으면, 사탄의 나라를 담게 됩니다. 이 둘 사이의 분기점은 예수 그리스도입니다. 그분이 우리 가운데 계시느냐 안 계시느냐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하나님 나라를 이루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성서에는 두 가지 모순된 이야기가 있습니다. 하나는 믿음이 미지근하고 열성 없는 믿음을 꾸짖는 말씀입니다. “차든지 뜨겁든지 해라.” 하나님 나라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거든 차라리 사탄의 나라나 받아들이라는 말입니다. 미지근한 믿음 가지고는 하나님 나라를 담아낼 수 없다는 뜻입니다.

또 다른 것은 하나님 나라를 이루려고 하는 사람은 “좌로도 우로도 치우치지 말라.”는 말씀입니다. 차든지 뜨겁든지 분명하게 선택하라고 할 때는 언제고, 치우치지 말라고 말할 때는 또 언제이냐 하는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좌로도 우로도 치우치지 말라는 할 적에 거기에는 전제가 있습니다. 때의 징조를 살피라는 것입니다. 오늘이 어떤 때입니까? 오늘이 하나님 나라의 입장에서 보면 어떤 때입니까? 그것에 따라서 차든지 뜨겁든지 해야 하기도 하고, 좌나 우로 치우치지 말아야 하기도 합니다.

제가 오버코트 입는 이야기를 했습니다만, 여름이 되면 옷을 가볍게 입는 것이 당연하고, 찬물로 목욕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겨울이 되면 따뜻한 물로 목욕하고 따뜻한 옷을 입는 것이 당연합니다. 그러지 않고 여름이나 겨울이나 구분 없이 아무 때나 겨울 외투를 입는 것은 바보입니다. 괴로워 죽겠다고 슬플 때는 애가를 부르고 기쁠 때는 기쁨의 찬송을 하는 것이 옳습니다. 장례식장에 가서 찬양의 노래를 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결혼식장에 가서 장송곡 부를 수는 없지 않습니까? 때의 징조를 알고 차든지 뜨겁든지 하십시오. 때의 징조를 알고 좌나 우로 치우치지 말고 중심을 잡아 가십시오.

오늘은 무슨 때입니까? 오늘 이때 주신 하나님의 계명은 뭡니까? 때의 징조를 판별할 지혜를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십니다. 성서는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을 때의 징조를 판단하는 저울로 삼으라고 합니다.

제가 오늘 이 말씀을 드리면서 두 사람 이야기를 드리려고 합니다. 몇 년 전에 덴마크에서 열린 한 회의에 참석한 적이 있는데, 회의장소가 덴마크를 구했다고 하는 그룬드비 목사님이 처음 세운 학교였습니다. 그 학교에서 회의를 하면서, 전에도 알고 있기는 했지만, 그룬드비 목사님의 이야기를 다시 듣게 되었습니다.

이분은 신학교를 졸업하고 목회를 했는데, 목회에 실패를 했습니다. 실패한 이유는 당시의 교회 상황이 너무나 세속적이어서, 그룬드비 목사님이 활동한 그룬드비회의 정신혁명운동, 농촌 살리기 운동은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위에부터 아래까지 전부 세속적으로 되어 있는 현실에서 그룬드비회의 목소리는 저항의 목소리로밖에 들리지 않아서 가는 곳마다 목회에 실패했습니다.

그런데 프랑스 혁명 이후에 유럽 곳곳에서 전쟁과 갈등이 이어졌는데, 그 와중에 덴마크가 독일과의 전쟁에서 졌습니다. 이 사람 표현입니다만, 전쟁에 지고 나서 자기가 본 이 사회는 어떤 사회냐 하면, 남자들은 완전히 좌절해서 술주정뱅이로 전락했고 여성들은 빵 한 조각을 얻기 위해서 거리를 배회하는 여인으로 변해버렸습니다. 전쟁 이후의 덴마크의 상황이 어떤지를 단적으로 표현하는 것입니다.

그룬드비 목사님은 어떻게 이들에게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해서 희망을 가지게 할까를 고민했습니다. 그룬드비 목사는, 이 모든 좌절과 아픔 속에는 하나님에 대한 사랑이 빠져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외쳤습니다. 하나님에 대한 사랑으로 한번 다시 돌아가십시다. 이것이 교회의 개혁입니다. 사랑은 하나도 없고 길거리에 나가면 좌절과 전쟁과 아픔밖에 없습니다. 인간의 사랑을 회복합시다. 하나님의 사랑을 향한 정신혁명, 인간의 사랑을 통한 사회혁명, 두 가지를 같이 합시다.

어디서 할 겁니까? 덴마크라고 하는 패전에 짓눌린 땅, 여자들이 거리로 나서고 남자들이 술주정뱅이가 된 이 사회에서 합시다. 험난한 이 땅, 이 사회가 바로 하나님 사랑과 인간 사랑이 서로 만날 장소입니다. 말을 바꾸면 이 땅이, 저주의 땅이 하나님 나라가 임할 땅입니다. 이 땅에 나무 하나를 더 심읍시다. 이 땅에 작은 학교를 하나 더 만들어서 사랑의 교육을 합시다. 그리고 농촌사회의 부흥을 통해서 이 나라를 다시 세웁시다. 그리고 기술도 가르칩시다.

아주 작은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당시 사회로서는 변혁의 중심 이야기입니다. 이 일을 통해서 모두가 새로운 용기를 얻고 농촌부흥, 정신부흥을 일으켜서 덴마크를 부흥시켰습니다. 그러나 그룬드비 목사님이 이런 이야기를 할 때, 모든 교회는 귀를 기울이지 않았고 잘 듣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목회하는 목사로서는 가는 곳마다 실패했습니다. 그러나 이 운동은 성공했고, 마지막에는 왕이 그룬드비 목사를 소위 덴마크의 주교로 서품했습니다. 그룬드비가 하는 운동이 진실로 교회운동이며, 정신이 되살아나는 운동, 하늘과 땅이, 하늘과 인간이 이 덴마크라는 땅 속에서 되살아나는 운동임을 인정하고 감사한 것입니다.

오늘 우리 사회는 어떻습니까? 우리 사회는 다 깨져가고 있습니다. 하늘도 깨졌고, 땅도 깨졌습니다. 어떻게 할 겁니까? 깨어진 이 땅에 다시 한번 하나님의 복된 나라를 만들어 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 이야기를 교회가 먼저 했으면 좋겠습니다. 신앙인이 먼저 했으면 좋겠습니다.

또다른 예화 하나를 들려고 합니다. 남아공의 만델라 대통령 이야기입니다. 제가 만델라 대통령이 직접 고백하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제가 27년 동안 외딴섬의 감옥에 갇혀 있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27년 뒤에 석방되리라는 것은 생각도 못했고 예상도 못했습니다. 그 감옥 안에서 기도했습니다. ‘하나님 제가 여기서 죽을 수밖에 없겠는데, 하나님, 제게 백인의 압정을 극복하고 마음으로 승리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좀 주십시오. 정치적으로 어찌 되는 것보다, 더 먼저 내 자신이 먼저 화해하고 일치하고 용서할 수 있는 그 마음을 주십시오.’ 그러지 않으면 이 감옥 안에서 제가 먼저 죽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 기도를 하는데 자기한테 그리스도의 십자가만 보이더라는 것입니다. 희생과 사랑으로 악을 극복한 십자가의 예수님! 자기는 그 예수님을 보고 그 마음으로 27년 동안의 감옥생활을 이겨냈다고 합니다. 작은 이야기 같지만 아주 엄청난 이야기입니다.

만델라는 말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이렇게 어려운 가운데서 자기 자신을 극복하면서 하나님의 나라와 이 땅 위의 나라를 이으려고 나선 사람을 들어서 수백 년 동안 이어진 거대한 흑백의 차별을 극복하고 새로운 나라로 만드는 영광스런 자리에 앉게 하셨다고 자기는 믿는다고 말했습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런 지도자를 가진 나라는 행복합니다. 이 나라에도 제발 그런 지도력이 나타나기를 한번 기도하자고 권하고 싶습니다. 흑인들은 진실규명과 화해로 보복심을 극복하고 승리하는 감동을 나누어 가질 수 있었습니다. 백인들은 보복이 두려워 떨다가 화해와 용서의 선언을 듣고 회개하며 감동했습니다. 그래서 역사의 진실규명이 가능했습니다.

만델라의 말대로 그가 보복하고 싶고 죽이고 싶은 마음으로 감옥생활을 했다면 하나님이 그를 들어 썼겠습니까? 그가 화해, 진실을 붙잡고, 용서하며 새 시대를 만들려고 했기에 하나님이 그를 들어 쓰셨다고 생각합니다. 왜 이 땅에는 그렇게 세상을 용서할 수 있는 거대한 그릇을 가진 지도자가 없습니까? 왜 우리는 분노를 곱씹으면서 보복하려고만 합니까? 개혁이란 이름으로, 새 시대라는 이름으로! 그렇게 되면 우리 모두가 깨지지 않습니까?

예수 그리스도는 우리를 하나님 나라의 일꾼으로 부르십니다. 그러나 그분은 하늘의 권세를 휘두르신 분이 아니라, 십자가에 달려서 희생당하신 분입니다. 이 세상에는 자기를 나타내려고 하는 사람 많습니다만, 자기를 초월하여, 분노를 초월하여, 복수심을 초월하여, 좌절을 초월하여 뭔가 새로운 차원으로 나아가고 싶은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자기 실현도 중요하지만, 자기를 초월하여 남을 품을 수 있는 사람은 더 복됩니다.

그 동안의 우리 역사의 과오를 우리는 잘 압니다. 그러나 지금은 자르고 가르고 처벌할 힘이 있다면, 먼저 잘한 것들을 들추어서 사람과 조직과 사회를 격려하고 뜻을 하나로 모아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어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잘하는 일 것들을 뽑아주고 서로 칭찬하는 가운데 자기 잘못을 고백케 하는 새로운 인식의 발상, 정치의 발상도 필요한 때라고 생각합니다. 어려울 때일수록 더 위로의 은혜가 가까운 때인 줄을 깨달아 아십시오.

우린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습니다. 예수님과 함께, 예수님을 중심에 모시고 한번, 다시 한번 비상의 날개를 펴보십시다. 이것을 위해서 경동교회를 만들었고 우리를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나라만이 아니라, 우리 가정만이 아니라, 실존적으로 제 자신에게 하나님은 지금 말씀하십니다. “내가 네 가운데 내 나라를 만들고 싶다. 너를 하나님 나라의 주인으로 만들고 싶다.”

신앙으로 그 말씀을 받아들이십시다. 하나님의 은혜의 때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우리의 결단만 남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