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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교 우리도 갈릴리로 가자 (요 2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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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교 : 이양수 목사

  부활절이 지나고 각각의 주일에 붙이는 이름이 있습니다. 부활절 두 번째 주일(지난주)은 도마주일이라고 합니다. 주님은 의심 많은 도마에게 나타나셔서 못 박히신 손과 창에 찔린 옆구리를 만져보라고 하셨습니다. 그에게서 의심을 떨쳐버리고 결국 도마로 하여금 “나의 주 나의 하나님”의 신앙을 고백하게 하십니다.
  부활절 세 번째 주일(오늘)은 ‘음식주일’이라고 합니다. 부활하신 주님은 갈릴리까지 찾아오셔서 제자들을 만나주시고 그들에게 떡과 생선을 구워주십니다. 함께 음식을 나누고 사명을 새롭게 한 오늘은 그래서 ‘음식주일’이라고 부릅니다.

  부활절 네 번째 주일은 ‘I am Sunday" 즉 “나는 ~이다 주일”입니다. 예수님은 요한복음에서 자기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말씀을 많이 하셨습니다. “나는 생명의 떡이다”, “나는 세상의 빛이다”, “나는 선한목자다”,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다”,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나는 참포도나무다” 등등. 다른 날에도 이 말씀을 생각하겠지만 특별히 부활절 네 번째 주일에는 그 말씀들을 생각하면서 주님을 바라보았습니다.

  베드로는 지금 갈릴리에 있습니다. 그는 아침 햇살에 비쳐 반짝이는 푸른 갈릴리 호수의 물결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는 부질없는 돌멩이질을 하고 있습니다. 멍하니 던지는 작은 돌멩이들. 그는 이내 물속으로 가라앉고 마는 돌멩이를 바라봅니다. 베드로는 눈부시게 반짝이는 물결에 눈을 뜨지 못합니다. 자기의 부끄러움을 이 호수도 알고 있는 듯 반짝이는 햇볕은 그의 눈을 똑바로 뜨지 못하게 합니다. 베드로는 눈을 들고 똑바로 주님을 쳐다보지 못했던 그 날을 지금도 잊지 못합니다. 아니 잊을 수가 없습니다.

  “주님이 잡히시던 그 날 밤 나는 대제사장의 뜰에 있었습니다. 내가 죽을지언정 주를 버리지 않겠다고 했던 약속을 저는 정말로 지키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그 약속을 지키기에는 모든 상황이 힘들어져 가고 있었습니다. 점점 주님이 삶의 가능성에서부터 멀어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사람들의 험상한 분위기에서 주님이 전에 말씀하셨던 그 죽음이 조금씩 밀려오고 있다는 것을 직감했습니다. 이젠 늦었구나 생각하고 발을 이 상황에서 빼내려는 순간 저는 사람들에게 들켰습니다. 너도 예수와 함께 있었다. 너도 갈릴리 사람이라는 그 칼 같은 외침을 듣는 순간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발뺌을 했지요. 3년 동안 함께 잠을 자고, 함께 밥을 먹고, 함께 고생하며 보았던 그 분. 그 분이 어떤 삶을 제게 보여주었는지 저는 모두 다 알고 있었으면서도 저는 모른다고 둘러댔지요. 나는 그런 사람 얼굴도 모른다고 핏대를 세웠지만 저는 알고 있었습니다. 그 분의 얼굴 속에 담긴 온화한 미소와 그 분의 눈 속에 담긴 사랑의 눈물까지도, 우리를 향해 무언가를 말씀하려던 그 안타까움까지도... 나의 모든 것을 알고 계시는 주님을 나도 알고 있었지만 저는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곧 예수님이 사람들에 둘러싸여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 분은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셨습니다. 눈 속에 슬픔을 가득 담고 내게 말씀하셨던 그 눈 빛. 주님은 제게 그렇게 말씀하시는 것만 같았습니다.
“베드로야, 진정 네가 나를 모른단 말이냐? 너를 부르고, 너와 함께 살아왔던 나를 진짜 모른단 말이냐?” 나는 주님을 바라보는 순간 밖에 나가서 울고 또 울었지요.

  베드로의 머리 속에는 다시 그 두려움의 저녁이 생각납니다. 우리는 그 날 저녁 다락방에 함께 모여 있었습니다. 예수님이 돌아가셨다는 사실 앞에 우리에게 남은 것은 절망뿐이었습니다. 예수님과 함께 3년의 시간을 보냈지만 그때는 두려움뿐이었습니다. 우리가 가장 용기 있게 한 행동은 일어나서 문을 꼭꼭 걸어 잠근 것뿐이었습니다. 어떤 사람은 창 밖을 멍하니 내다보고 있었습니다. 어떤 사람은 벽을 바라보고, 어떤 사람은 마루바닥을 쳐다보고 있었지만 사실은 모두가 자기 마음을 들여다보고 있었습니다. 머리에서는 자신이 입으로 내뱉었지만 지키지 못한 약속들이 자꾸 떠올랐습니다. 로마 군인이 예수님을 잡아갔을 때 예수님을 따르던 우리는 모두 도망했습니다. 아직도 입가에는 언약의 포도주 향이 배어 있고, 뱃속에는 그 분의 희생의 떡이 남아 있는데도 우리는 모두 다 도망치고 말았습니다.

  우리에게 남아있었던 것은 삶의 실패로부터 오는 삶의 무의미함이었습니다. 내가 3년 동안이나 예수님을 따라다녔지만 내게 남는 것이 무엇이란 말인가? 내가 주님을 위해서 나의 모든 것을 버려두고 예수님을 좇았지만 내게 남는 것이 무엇이란 말인가? 내가 3년 동안 말씀을 들었고, 기도를 배웠고, 전도를 했지만 예수님께서 돌아가시고 계시지 않은 이 상황 속에서 나의 지난날들의 의미가 과연 있단 말인가? 우리들은 그 삶의 무의미함에서 헤어 나오질 못하고 있었습니다. 바로 그 때에 누군지는 모르지만 “이래 가지고는 소용이 없어”라고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바로 그 때 우리는 한 음성을 들었습니다. “너희에게 평강이 있을지어다” 우리 주님의 똑똑한 음성이었습니다. 두려움과 실패와 영혼의 어둠으로 인해서 우리는 혼란스러웠는데 그 분은 우리에게 “샬롬”의 인사를 해 주셨습니다. 우리에게 무엇이 가장 필요한지 그 분은 알고 계셨습니다. 배신을 당했던 그 분은 배신했던 우리들을 찾아오셨습니다. 내가 만약 예수님이었더라면 이렇게 소리를 쳤을 것입니다. “이런 변절자들! 꼴좋다.” “내가 그럴 거라고 했지!” “내가 너희들을 가장 필요로 할 때 너희들은 어디에 있었지?” 내가 예수님이라면 몇 번이고 두고두고 날 잡았다 생각하고 퍼부었을 것 같은데 주님은 간단히 “너희에게 평강이 있을지어다.”라고 인사했습니다. 주님은 우리가 가지지 못한 것을 주셨습니다. 내가 내 맘대로 하고도 가질 수 없었던 평안을 주시겠다고 하셨습니다.

  그 날 그렇게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서 기뻤건만 베드로의 마음속에는 알 수 없는 방황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베드로는 그 삶의 무의미함을 다스리지 못한 채 갈릴리로 떠났습니다. 물고기 잡기 위해서. 베드로는 다시 추억을 찾아서 여기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사람은 추억을 찾아가나 옵니다. 과거의 그 아련한 기억의 물줄기를 따라 여기 갈릴리로 흘러 들어왔습니다.

  지나간 삶의 실패와 주님을 버렸다는 양심의 칼날은 그의 가슴을 파고들었습니다. 실패하면서 자신을 지배하기 시작한 삶의 무의미함은 베드로의 곁에서 둥지를 틀었습니다. 그러나 베드로는 그 곳으로부터 빠져 나오려고 발버둥을 쳤습니다. 열심히 일이라도 하면, 무슨 바쁜 일이 생기면 나아질까 생각이 들어 갈릴리로 와서 열심히 그물질을 했습니다. 그러나 그 밤에 베드로는 더 큰 절망에 휩싸였습니다. 아무것도 잡은 것이 없었습니다. 그가 타고 있었던 빈 배는 나는 아무 것도 아닌 존재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았습니다. 어둠이 조금씩 물러가고 푸른 아침의 기운이 감돌기 시작할 때 제자들은 주님의 음성을 듣습니다. “너희에게 고기가 있느냐?” 그것은 주님의 음성이었습니다. 부활하신 후에 찾아오셔서 “너희에게 평강이 있을 지어다”라고 말씀하셨던 그 음성, 의심 많던 도마에게 오셔서 못과 창에 박혀서 가난한 노숙자의 옷에 난 구멍처럼 뻥 뚫린 손과 옆구리를 내미시던 그 주님의 음성, 나를 위해서 다 주고 상처밖에 남지 않은 몸까지 허락하시면서 “나를 만져보라”말씀하셨던 주님의 음성이 분명했습니다.

  “너희에게 고기가 있느냐?” “아니요, 한 마리도 못 잡았어요.” 라고 말하던 베드로는 이제 비로소 깨닫게 되었습니다. 베드로 자신이야말로 예수님께 붙잡혀야만 하는 한 마리 물고기라는 것을. 이리 저리 도망했던 자신을 주님께서 사랑하셔서 그 곳까지 잡으러 오셨다는 것을. 주님은 그의 영혼을 살리기 위해서 그의 영혼위에 끊임없이 그물질을 하고 계셨다는 것을...

  부활하신 주님은 이미 두 번씩이나 베드로에게 찾아오셨지만 베드로는 주님을 개인적으로 만나야만 했습니다. 그래야만 그의 마음 깊은 곳에 찌끼처럼 남아있던  무의미함을 버릴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마침내 그 갈릴리 바다에서 주님과의 밀애가 시작되었고 베드로는 주님과의 만남을 통해 다시 새롭게 태어납니다. 그리고 그들은 변화되었습니다.

  왜 우리 주님은 갈릴리로 제자들을 만나러 오셨을까요? 왜 예수님은 부활하신 후에 제자들과의 밀애의 장소로 갈릴리로 잡으셨던 것일까요? 왜 주님은 고기잡기 위해 그물질하는 베드로를 갈릴리까지 찾아오신 것일까요? 제자들의 닫힌 마음의 문을 연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두려움과 실패, 삶의 무의미함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던 제자들을 성령의 수면위로 나오게 한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그들이 예수님을 만났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맨 처음 그리스도를 만나 사랑했던 그 첫 사랑을 회복했습니다. 맨 처음 예수님을 만나던 그 순간, 나를 따라오라고 말씀하시던 그 때 모든 것을 버려두고 주님을 따랐던 그 순간. 언제나 회복하기를 소망했던 그 시간, 그 순간으로 주님은 제자들을 부르셨고 만나주셨습니다.
  어떻게 제자들은 다시 회복되었을까요? 그들은 예수님을 보았습니다. 그들은 그리스도를 만났습니다. 그들은 다시 처음의 사랑을 회복했습니다.

  제자들의 용광로에 불을 지핀 것은 자신들을 지옥에 보냈어야 했던 그 분이 오히려 자신들을 위해서 대신 지옥에 갔다가 다시 돌아오셨고 부활하셨다는 뜨거운 확신이었습니다. 그들은 “내 양을 먹이라”는 말씀을 따라 땅 끝으로 갑니다. 그들은 숱한 밤을 고향을 멀리 떠나 지새우고, 배가 고파 창자가 끊어지는 것 같고, 비에 맞아 피부가 다 불어 터지고, 돌아 맞아 온 몸이 피투성이 되고, 파선의 위험을 당하고, 매질을 당하고, 끝내 십자가가 거꾸로 매달려 죽고, 가죽이 벗겨져서 죽고, 물에 수장되어 순교합니다. 무엇 때문이었을까요?
  그 분의 사랑 때문입니다. 주님은 배신하고 돌아섰던 우리를 찾으셨고, 못난 우리들을 꾸짖지 않고 다시 파송해 주셨습니다. 주님은 자기를 잊었다고 비난하지 않고 나를 다시 기억하라고 사명을 주셨습니다. 죽었던 그분이 다시 살아나셨고, 죄인이었던 우리가 깨끗하게 용서받았음을 기억하라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용서하시고 다시 사명을 주시고, 다시 파송해 주신 주님의 사랑 때문에 제자들은 변화되었습니다. 이제는 어떤 삶 속에서도 자신이 걸어온 날들에 대해 조금도 뒤돌아보지 않게 되었습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그 분을 처음 만났던 때를 떠올려 보십시오. 그 순간에 흠뻑 젖어 보십시오. 그때의 감격을 되살리십시오. 그 때의 순수함을 회복하십시오. 그 때의 열정을 되찾으십시오. 당신은 기억이 납니까?
  바울 사도는 그의 생애의 마지막 시간을 보내면서 우리에게 말씀합니다. “내가 전한 복음대로 다윗의 씨로 죽은 자 가운데서 다시 살아나신 예수 그리스도를 기억하라”(딤후2:8)
  어려운 일이 닥치면 예수님을 기억하십시오. 사람들이 당신의 말을 들어주지 않을 때 예수님을 기억하십시오. 눈물이 흐를 때 예수님을 기억하십시오. 실망이 유일한 친구처럼 느껴질 때 예수님을 기억하십시오. 두려움이 당신 앞마당에 천막을 칠 때, 죽음이 어렴풋이 다가올 때, 분노가 일어날 때, 부끄러움이 자신을 짓누를 때도 예수님을 기억하십시오. 다른 것은 다 잊어버린다고 해도 그 분만은 잊지 마십시오.
  실망했습니까? 사람들이 무섭고 삶이 두려워집니까? 이렇게 직장생활을 하고, 승진을 하고, 돈을 잘 벌고, 자녀를 낳고, 자녀들이 잘 되어도 삶의 무의미함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습니까? 진정 이런 내 삶이 의미 있다는 말인가 생각됩니까?

  그렇다면 그 분 앞에 서십시오. 다락방으로 올라가 그 분을 기다리십시오. 그분이 올 때까지 말입니다. 그리고 그 분이 나타나시면 이제 떠나지 마십시오. 그분의 발을 살펴보십시오. 그분의 찢겨진 옆구리에 손가락을 넣어보십시오.
  우리도 갈릴리로 가야합니다. 우리는 나만의 갈릴리로 가야합니다. 성경공부하면서 은혜 받았던 그 갈릴리로, 나 같은 죄인이 용서받았다는 것을 생각하면 주기도문을 외우다가도 눈물이 났던 갈릴리로, 예수님께서 우주의 먼지와 같은 나를 위해서 죽으셨다는 말을 듣고 새벽이 올 때까지 회개했던 그 갈릴리로 가야합니다. 지쳐있는 당신에게 주님은 갈릴리로 부르고 계십니다. 숯불에 구운 떡과 생선이 놓인풍성한 식탁을 준비해놓고 당신을 부르고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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